삼성家 여인들이 이건희 영결식서 흰 상복 입은 진짜 이유
범삼성가 원불교 입단
이건희 회장 원불교 교단장
“상복은 문화유산 관심의 연장”
최근 삼성전자의 하반기 신제품 ‘갤럭시 Z6 시리즈’가 올림픽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가운데, 과거 이건희 명예회장의 영결식에서 삼성가 여인들이 흰 상복을 입은 이유가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2020년 故 이건희 회장의 영결식에는 검은 상복을 입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뒤로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서로 부축하면서 뒤를 따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특히 범삼성가의 여성 일원들이 하얀 치마저고리와 두루마기로 구성된 흰 상복을 입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최근 나오는 상복이 모두 검은색으로 이루어진 것과 대비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이건희 회장이 믿던 종교 ‘원불교’의 교리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이건희 회장은 1973년 장모인 고 김윤남(법명·김혜성) 씨를 인연으로 원불교에 입교해 중덕이란 법명과 중산이란 법호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원불교가 교단 발전에 기여하고 덕망이 높은 교도에게 부여하는 법 훈인 ‘대호법’을 받을 정도로 원불교에 대한 신앙이 깊은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1987년 부친인 이병철 선대 회장이 세상을 떴을 당시 원불교 3대 종법사인 대산 김대거 종사로부터 법문을 받고서 큰 위로를 얻은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이어 원불교계 역시 이건희 회장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던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이건희 회장의 타계 이후 전북 익산의 중앙총부에서 오도철 교정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장의위원회를 열고, 서울 동작구 흑석동 소태산 기념관 지하 1층 대각 전에 교단 차원의 별도 빈소를 마련해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 익산의 원불교 중앙총부에서 전 교도가 함께하는 추도식을 열어 고인의 명복을 축원하는 등 교단장을 치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흰 상복이 원불교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원불교의 한 관계자는 “원불교에는 장례는 가급적 간소하게 하자는 원칙만 있을 뿐 특별히 규정한 상복은 없다. 게다가 이 회장 장례는 원불교식이 아니라 가족장으로 치러 상복도 우리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삼성가 여인들은 왜 일반적이지 않은 하얀 상복을 입은 걸까? 홍라희 전 관장과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이 입은 상복은 한복 디자이너 김영석이 만든 것으로, 그는 흰 상복에 대해 “서양 복식과 검정 기모노를 입는 일본 상복 영향으로 검정이 상복 색으로 굳어졌지만, 우리 전통 상복 색은 흰색임을 알리고 싶어 흰 무명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 전 관장은 2013년 친정어머니 김윤남 여사가 돌아가셨을 때도 흰색 상복을 입는 등 전통 이해가 깊다. 이번에도 당연히 흰색을 입는다고 생각하셨다”며 “워낙 국민적 관심이 많은 장례식인 만큼 개인적으로 상복 문화가 개선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전했다.
특히 이에 대해 상례(喪禮) 전문가인 정종수 전 국립고궁박물관장은 “근래 굳어진 검은 상복은 일제 잔재”라며 “평소 우리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은 삼성가인 만큼 이런 배경을 알고 흰 상복을 택한 것 같아 유심히 봤다”고 평가했다.
한편, 영결식에 참여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역시 당시 검은 양복을 입었으나 상주 표시로 흔히 쓰는 완장과 상장을 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완장과 상장이 일제 잔재로 남은 장례문화를 의식하고 전통 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삼성가의 이례적인 행보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한국 복식 전문가인 최은수 국립민속박물관 학예 연구관은 “근래 사회 지도층 인사의 장례에서 유족이 흰색 한복을 입은 경우는 거의 못 봤다”며 “오래간만에 제대로 전통을 보여주는구나 싶어 반가웠다”고 밝혔다.
이 콘텐츠는
카카오의 운영 지침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