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식 보이콧·무지개 완장 논쟁…'인권 투쟁' 최전선 된 카타르월드컵
성소수자들, 베컴 홍보대사 활동 맹비난
유럽 7개국, 무지개 완장 반대 피파 규탄
2022 카타르월드컵이 20일(현지시간) 막을 올리면서 카타르 인권 실태와 개최국 자격을 둘러싼 장외 논란도 한층 가열되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아예 개막식 생중계를 보이콧했고, 유명 팝스타들은 개막 공연에 서 달라는 요청을 거부했다. 영국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을 향해 카타르월드컵 홍보대사를 그만두라는 압박도 거세다. 월드컵이 ‘지구촌 최대 스포츠 축제’가 아닌 ‘인권 투쟁의 최전선’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BBC, 개막식 중계 대신 카타르 인권 토론
영국 시청자들은 이날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이 카타르 알코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카타르월드컵 주제가 ‘드리머스(Dreamers)’를 열창하는 장면을 TV로 볼 수 없었다. BBC가 개막식 시작 2분 만에 지상파 채널에서 생중계를 끊었기 때문이다. 대신 경기장 건설에 동원된 이주 노동자 처우 문제, 성소수자 탄압 등 카타르 인권 문제를 시청자에게 알리는 데 전파를 할애했다. 개막식은 스포츠뉴스를 다루는 웹사이트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 온라인에서만 스트리밍으로 내보냈다.
BBC 스포츠 프로그램 진행자인 ‘영국 축구 레전드’ 개리 리네커는 “월드컵 역사상 가장 논란이 많은 대회”라고 직격탄을 날리며 “①2010년 개최지 유치 과정에서 불거진 부패 혐의 ②경기장 건설에 투입된 이주 노동자 사망 ③동성애 불법화 ④여성의 권리와 표현의 자유 제약 등 카타르는 몇 가지 커다란 문제에 직면했다”고 비판했다. BBC 인스타그램에는 스포츠계 동성애 혐오에 맞서 1982년 조직된 성소수자 대회 ‘게이 게임즈’ 영상도 올라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카타르 정부는 개막식에 수백만 파운드를 쏟아붓기로 결정했을 때 전 세계 언론이 인권보다 축구에 관심을 두길 바랐을 것”이라며 “BBC가 개막식 전체를 무시하고 카타르 인권에 대해 논의하는 방송을 내보낼 줄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도 “BBC 시청자들은 하이라이트인 정국의 공연을 놓쳤다”며 “BBC는 월드컵 개막식을 2부 리그(온라인 중계)로 강등시켰다”고 평했다.
“홍보대사 그만둬” 압박받는 베컴
세계적인 스타들도 보이콧 대열에 합류했다. 2006년 독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2014년 브라질에서 열린 월드컵 개막식에서 공연했던 ‘라틴팝의 여왕’ 샤키라는 당초 이번 월드컵 개막식에서도 공연할 예정이었으나 개막 직전 마음을 바꿨다. 영국 팝스타 두아 리파도 개막 공연에 참여한다는 보도를 부인했고, 영국 싱어송라이터 로드 스튜어트는 출연료 100만 달러(약 13억5,000만 원)에 공연 요청을 받았으나 거절했다고 밝혔다.
카타르월드컵을 향한 비난 여론이 고조되면서 베컴도 궁지에 몰렸다. 베컴이 월드컵 홍보대사를 맡아 카타르 정부의 인권 탄압 이미지를 세탁해 주는 이른바 ‘스포츠 워싱’에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성소수자들은 베컴을 향해 배신감을 강하게 토로하고 있다. 베컴은 빼어난 패션 감각과 세련된 매너로 성소수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는데, 그런 베컴이 동성애 금지를 표방하는 카타르월드컵 홍보대사로 활동하자, 반발이 큰 것이다.
앞서 베컴이 월드컵 홍보대사를 그만두면 1만 파운드(약 1,600만 원)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그렇지 않으면 파쇄하겠다고 공언했던 영국 게이 코미디언 조 라이셋은 실제로 이날 개막식 직전 지폐를 기계로 갈아버리는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게재하기도 했다. 지난해 현역 프로선수 최초로 커밍아웃한 호주 대표팀 선수 조시 카발로도 “베컴이 카타르 정부를 홍보하는 대신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환상적일 것”이라고 호소했다.
무지개 완장 착용 무산… “다른 방식으로 포용 보여줄 것”
유럽 국가들은 ‘무지개 완장’ 착용 여부를 두고 국제축구연맹(FIFA)과 갈등을 빚고 있다. 잉글랜드와 독일 등 유럽 7개국 대표팀 주장은 성소수자와 연대하는 의미에서 무지개 완장을 착용하고 출전하기로 했으나, FIFA가 옐로카드 부과 방침까지 꺼내들며 강경하게 반대해 결국 무산됐다.
이들 7개 팀은 공동성명을 내고 “벌금을 낼 준비도 돼 있었지만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떠날 수도 있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FIFA의 전례 없는 결정이 실망스럽다”고 규탄했다. 이어 “우리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는 포용이라는 가치를 강력히 지지한다. 다른 방식으로 이를 보여주겠다”고 선언했다.
잉글랜드 대표팀은 예고했던 대로 21일 이란과의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킥오프 직전 ‘무릎 꿇기’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카타르 인권 탄압에 저항한다는 의미다.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은 “포용이 아주 중요하다는 점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리는 강력한 성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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