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는 일본과 다른 길을 갈 수 있을까  [최준영의 경제 바로읽기]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2024. 10. 13. 10: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中의 ‘수단 총동원’ 경기부양책, 30년 전 日과 비교돼
증시는 즉각 호응해 반등…구조 개혁 없인 성공 담보 어려워

(시사저널=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중국은 일본과 다른 길을 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이 1980년부터 2010년까지 연간 10%씩 증가했지만 향후 5년간 중국의 GDP 성장률이 연간 4%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1946~90년 7.25%에서 1991~2023년 0.8%로 감소한 것과 거의 유사한 수준으로 예상한 것이다. 실제로 중국 소비자들은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일본에서 나타났던 모습과 매우 유사하다. 1990년대 초반 일본은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잠재우기 위해 급격한 금리 인상과 대출 축소를 단행하면서 버블을 붕괴시켰다.

하지만 이로 인한 금융권 부실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장기간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 역시 2020년 8월 과열된 부동산 부문을 안정시키기 위해 '3개 레드라인'이라고 하는 금융통제를 실시하면서 급격하게 경기가 위축되기 시작했다. 

최대 부동산 기업 헝다를 비롯한 다수의 부동산 개발업체가 파산하면서 부동산 불패 신화는 붕괴했다. 심리적으로 위축된 소비자들은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면서 18개월 넘게 디플레이션이 이어지는 상황은 30년 전 일본과 유사하다.

서울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위안화를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예산까지 당겨 쓰며 경기 회복 의지

일본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디플레이션이 만성화되면 이를 되돌리기는 매우 어렵다. 장기 불황에 빠지기 전에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완화적인 통화정책과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중국 당국자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을 선뜻 채택할 수는 없었다. 미국이 고금리를 유지하는 상황 속에서 중국이 금리를 인하할 경우 위안화 환율 약화와 더불어 대규모 자본 유출이 발생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개발을 통한 수익금으로 대규모 투자를 선도했던 지방정부 대부분이 과도한 부채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투자 여력을 상실한 것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경기 침체 우려가 깊어지면서 중국 금융기관들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지 않고 안전자산인 국채 투자를 과도하게 늘리자 8월에는 국채 매입을 금지시키는 특단의 조치를 시행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이 소비자 신뢰 회복과 소비 진작 등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대신 대증요법과 미봉책으로 일관하자 중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비관론이 확산됐다.

9월18일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면서 중국엔 상대적으로 정책을 펼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9월24일 중국 인민은행은 통화정책 완화, 부동산 시장 지원 및 주가 진작 등의 내용을 포함한 종합부양책을 발표했다.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해 시중에 1조 위안(약 190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도록 했다. 부동산과 관련해서도 그동안의 규제 위주 정책에서 탈피해 2주택 구매 시 계약금을 기존의 25%에서 15%로 낮추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0.5% 내려 수요자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지방도시의 대규모 준공 후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유기업들이 주택을 매입할 경우 지원하던 금액을 당초 주택 가격의 60%에서 100%로 높여 지방 국유기업들이 해당 지역 주택을 매입하도록 했다. 여기에 더해 침체에 빠진 주식시장을 지원하기 위해 보험, 증권회사 등에 주식 매입 용도로 5000억 위안 규모의 대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자사주 매입을 위해 3000억 위안 규모의 재대출 자금 제공도 이뤄졌다.

금융정책에 이어 재정정책도 동원됐다. 10월8일 거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2025년도 예산으로 편성된 1000억 위안을 올해 앞당겨 집행하고, 100억 위안 규모의 건설 프로젝트 목록을 이달 말 발표할 계획임을 밝혔다. 여기에 더해 5월 초장기 특별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1조 위안(약 190조원)도 지방정부에 배분해 부채 해소와 고용 창출 등에 사용하겠다고 했다.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단기간에 집중시켜 경기를 회복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중국 증시는 급등했다. 인민은행의 발표가 있었던 9월24일부터 10월8일까지 상하이 종합지수는 26.9% 상승했다. 주가 상승을 기대한 대규모 자금이 몰리면서 만들어낸 결과였다. 하지만 10월8일 정부 발표 이후 상하이 종합지수는 오히려 7.1% 하락했다. 이러한 하락은 정부의 재정지출 계획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중국 정부가 최대 10조 위안(약 1900조원) 규모의 특별채권 발행을 통한 지출 확대를 예상했지만 이날 발표에 이러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관심은 10월말 개최 예정인 전국인민대표회의 상임위원회에서 추가적인 조치가 어느 수준으로 나올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대규모 재정지출 확대는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 중국 정부의 부채 비율이 2010년 GDP 대비 33% 수준에서 2024년 85%까지 급등했기 때문이다. 서방국가들과 비교하면 아직 많은 여력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증가 추세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10년과 같은 대규모 재정지출을 결정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월30일 열린 중화인민공화국수립 75주년 기념 만찬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집권층 위협하는 구조 개혁에도 손댈까 

중국 경제의 회복은 금융 및 재정정책과 더불어 구조 개혁을 필요로 하고 있다. 중국은 고령화와 저출산이라는 인구통계, 낮은 생산성, 만성적 저소비라는 3가지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최근 중국 공산당 3차 전원회의에서 은퇴 연령을 일부 조정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만성적 저소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연금 및 의료 등 사회보장을 강화해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도록 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이와 관련한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좀 더 근본적으로는 지난 10여 년간 이어진 정부의 경제 통제 조치를 완화해 민간 부문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해야 하지만 이것 역시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동산 개발에 의존해 왔던 지방정부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재산세 부과 등 다양한 세원 확보가 필요하지만 사회구조상 여의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중국이 겪고 있는 문제는 중국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공통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국가 주도의 산업정책과 사회의 자원을 총동원하는 총력전을 통해 단기간에 경제를 성장시켰지만 결국 그 끝인 저출산-고령화, 과도한 저축과 소비 위축으로 인한 활력 저하는 동아시아 성공 방정식의 부작용이기 때문이다.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한 구조 개혁과 체질 개선은 기존 체제와 시스템의 붕괴 및 집권층의 변화를 수반한다. 과연 중국은 어떤 선택을 할까.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