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7·명탐정 코난·블랙미러에 할리우드 배우 파업 전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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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습일까. 상생일까.
전례 없는 AI(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 기술이 영상콘텐츠 산업에도 빠르게 손을 뻗치고 있다. 한쪽에서는 창작의 소재로 사용하지만, 한쪽에서는 실제 생계를 위협하는 요소로 파업의 단초가 됐다. AI와 공존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된 가운데 AI의 활용과 규제를 둘러싼 논쟁과 논란이 이제 본격 시작된 셈이다.
● 에단 헌트도, 코난도 AI와 고군분투
'미션 임파서블:데드 레코닝 파트 원'(미션 임파서블7)에서 에단 헌트(톰 크루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을 상대한다. 인류를 지배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 AI '엔티티'로, 에단 헌트와 IMF팀은 일를 제어할 수 있는 열쇠를 찾고, 그 비밀에 다가간다.
엔티티는 어떤 네트워크 보안도 뚫을 수 있고, 자율학습 능력으로 스스로 결정을 내린다. 팀원들은 특정 인물의 목소리를 똑같이 내는 속임수에 당한다. 이전까지 상대했던 적과는 차원이 다르다. 세계 각국은 엔티티를 손에 넣고 무기화하려 하지만, 에단 헌트는 그 누구도 일ㄹ 통제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미션 임파서블7'은 AI가 가져올 파장을 우려한 설정을 영화에 녹이며 창작의 영감으로 삼았다. 특히 에단 헌트와 AI의 싸움을 시리즈 최초로 파트 1, 2로 나눠 공개한다.
개봉 첫날 '미션 임파서블7'을 꺾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던 '명탐정 코난:흑철의 어영'의 주된 소재도 AI다.
인터폴의 최첨단 정보 해양시설인 '퍼시픽 부이'가 개발 중인 '전연령 인식'이라는 AI 기술을 차지하려는 검은 조직과 이에 대항하는 코난, 미국 연방수사국(FBI), 경찰의 쫓고 쫓기는 모험을 그렸다.
검은 조직을 피해 숨어 지내던 하이바라 아이가 '전연령 인식'을 통해 정체가 발각되는 건 시간문제로, 영화는 AI로 코난과 하이바라를 압박한다. 또 살인사건에 딥페이크(deep fake·AI를 기반으로 활용한 인간 이미지 합성 기술)를 이용하는 등 AI의 어두운 면도 다룬다.
● '존은 끔찍해', 고도로 발달한 'AI'는 '실제'와 구분할 수 없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미러' 시즌6 에피소드 중 하나인 '존은 끔직해'에는 흥미롭게 도 넷플릭스와 똑닮은 글로벌 스트리밍업체 '스트림베리'가 등장한다. 주인공 존의 삶을 고스란히 닮은 드라마가 스트림베리에서 방송되고, 존의 삶은 망가진다.
이 에피소드는 고도로 개인화된 미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가 불러오는 끔찍한 악몽을 보여준다.
극중 존은 유명 배우 셀마 헤이엑이 자신의 삶을 실시간으로 연기하는 모습에 아연실색하지만, 놀랍게도 드라마에 출연하는 셀마 헤이엑은 그녀의 데이터를 활용한 딥페이크 배우였다. 무엇보다 헤이엑은 모든 권리를 스트림베리에 넘긴 상황이라 AI가 드라마에서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제지할 방법이 없다.
실제 최근 할리우드 배우조합이 파업을 시작한 데에는 이 같은 문제가 걸려 있다. 배우들은 AI가 자신들을 대체할 가능성에 우려를 제기했고, 이는 파업으로 이어졌다.
● 63년 만의 총파업…그 이면에 도사린 AI의 그림자
지난 5월 시작된 작가조합(WGA) 파업에 이어 14일 자정을 기해 단역·스턴트·정상급 배우들까지 미국 배우·방송인 약 16만명이 소속된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배우조합)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배우조합은 지난달부터 디즈니·유니버설·넷플릭스 등을 대표하는 영화·TV제작자연맹(AMPTP)과 고용계약 협상을 벌였지만, 결렬됨에 따라 파업을 선언했다.
작가·배우조합의 동반파업은 메릴린 먼로가 참여하고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배우조합장을 지내던 1960년 이후 63년 만이다. CNN에 따르면 밀컨 연구소의 수석 전략가인 케빈 클로든은 배우조합과 작가조합의 동반 파업으로 인해 40억 달러(약 5조원) 이상의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파업 지침에 따라 이들은 영화 촬영은 물론, 이미 제작이 끝난 작품의 홍보 행사와 시상식 등에도 참석하지 않는다. 할리우드 대다수 영화와 방송 프로그램이 중단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 최고 기대작인 티모시 샬라메 주연의 '듄2'의 개봉은 내년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또 올해 가을 촬영을 끝낼 예정했던 리들리 스콧 감독의 '글래디에이터2'와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데드 레코닝 파트 투', TV 시리즈 '하우스 오브 드래곤' '안도르' 등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배우조합은 작가조합과 마찬가지로 시청자들이 작품을 볼 때마다 지급되는 재상영분배금과 기본급 인상을 요구했으나, 이들의 파업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AI 확산에 따른 권리 보장이었다. 생성형 AI가 대본을 쓰고, AI 딥페이크 기술이 배우를 대체하며 이들의 직업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실질적인 위협이 뒤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존은 끔찍해'의 사례까지는 아니지만,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러시아의 한 기업이 브루스 윌리스 측과 합의 없이 그의 얼굴을 합성한 딥페이크 광고를 선보였고, '인디아나존스' 5편에서 해리슨 포드는 '디에이징' 기술을 이용해 젊은 시절의 모습을 이질감 없이 구현했다. AI의 진화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이 같은 사례가 더욱 불길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 지금 이 순간이 AI의 "오펜하이머 모멘트"
신작 '오펜하이머'를 선보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최근 FOX뉴스 인터뷰에서 "많은 AI 연구자들이 지금 이 순간을 '오펜하이머 모멘트'(Oppenheimer moment)라고 부른다"고 언급했다. 이는 새로운 기술이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어 "그렇다면 어떻게 다르게 할 수 있을까? '의도하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기술을 만드는 사람들의 책임은 무엇일까?"라고 물었다. AI가 핵무기 개발 '맨해튼 프로젝트'와 동일선상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뜻이기에 더욱 의미심장하다.
놀란 감독은 "AI가 현재 영화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려움이 있지만, 이미 사용되고 있고 앞으로 계속 발전할 것"이라며 "아티스트의 권리, 저작권 등과 관련한 문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AI는 궁극적으로 도구로 간주되어야 하며, 도구를 사용하는 방식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