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영, 개막전 128강 애버리지 1.389, 19번째 우승의 시동이 걸렸다

LPBA에는 하나의 공식이 있다. 대회가 시작되면 누군가는 놀라운 일을 해낸다. 그리고 김가영은 흔들리지 않는다.

2026년 5월 17일,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 이번 시즌부터 바뀐 규정으로 통산 18승의 선수도 128강 첫판부터 큐를 들어야 했다. 김가영(하나카드)은 이 상황을 가볍게 해결했다. 128강 김미희전 애버리지 1.389, 25:10(18이닝). 64강 김채연전 애버리지 1.250, 25:13(20이닝). 두 경기 모두 애버리지 1.2를 넘긴 채 완승했다. 이변의 소용돌이가 리그를 뒤흔드는 동안 김가영만이 예정된 경로를 밟고 있었다.

김가영의 개막전 역사는 흥미롭다. 결과가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결과가 너무 일관되게 아쉬웠다. LPBA 원년 2019-20시즌부터 그는 개막전에서 매번 4강 이상에 올랐다. 준우승 2회, 4강 3회. 결승의 문은 여러 번 두드렸지만 열리지 않았다.

21-22시즌 결승에서는 스롱 피아비에게 1-3으로 졌다. 22-23시즌 준결승에서도 스롱에게 2-3 역전패를 당했다. 23-24시즌에는 결승까지 올라가 김민아에게 3-4로 무릎을 꿇었다. 한 점 차, 두 점 차의 패배들이 쌓였다. 그러다 24-25시즌에는 64강에서 최지민에게 지며 개막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개막전은 김가영에게 유독 열리지 않는 문이었다.

그 문이 열린 건 지난 시즌이었다. 2025-26시즌 개막전 '우리금융캐피탈 챔피언십'에서 김가영은 결승에서 차유람을 세트스코어 4-0, 76분 만에 제압하고 LPBA 역사상 개막전 결승 최초 셧아웃 우승을 기록했다. 통산 15번째 우승이자 8개 대회 연속 우승이었다. 프로 전향 6년 차 만에 처음으로 개막전 정상에 섰다.

숫자를 먼저 정리해야 한다. 현재 김가영의 LPBA 통산 우승은 18회다. 결승 진출은 23회로, 5회 준우승이 전부다. 결승에서의 승률이 78%다. 이 선수가 결승 테이블에 앉으면 대부분 트로피를 들고 나간다는 의미다. 지난 시즌에는 개막전을 포함해 4승을 올렸고, 월드챔피언십 3연패라는 LPBA 사상 전무한 기록을 추가했다.

이번 개막전에서 그가 내세운 목표는 '개막전 2연패'다. LPBA 역사에 존재하지 않는 기록이다. 원년부터 리그를 지켜본 팬들이라면 그 무게를 안다. 임정숙, 스롱 피아비, 김세연, 김민아 등 역대 우승자 누구도 개막전을 2년 연속 제패한 선수는 없다.

현재 컨디션이 그 도전을 뒷받침한다. 128강과 64강에서 상대에게 각각 10점과 13점만을 허용하며 완봉에 가까운 경기를 펼쳤다. 이닝 소화도 빠르다. 두 경기 평균 19이닝. 새 규정으로 추가된 128강 부담을 사실상 느끼지 못하는 수준이다.

18일 32강에서 김가영의 상대는 장혜리다. 두 선수의 통산 대결은 1승 1패. 단, 두 경기 모두 월드챔피언십에서 나왔다. 23-24시즌 월드챔피언십에서 장혜리가 3-0으로 꺾었고, 다음 시즌 월드챔피언십 16강에서 김가영이 3-0으로 복수했다. 정규 투어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장혜리는 64강에서 35이닝 혈투를 치르며 16:15로 간신히 통과했다. 128강도 29이닝이 걸렸다. 체력 소모가 상당한 상황에서 128강과 64강을 각각 18이닝, 20이닝에 마친 김가영과 맞붙는다. 전력 차이가 이미 구조적으로 드러나 있다.

그럼에도 장혜리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가 하나 있다. 김가영을 실제로 꺾어본 선수라는 점이다. 상성과 경기 흐름은 숫자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LPBA에서 이변은 이미 이틀간 충분히 증명됐다.

우리금융캐피탈 챔피언십은 지난 시즌까지 김가영에게 가장 오래 닫혀 있던 문이었다. 그 문을 열자마자 그는 바로 2연패에 도전하고 있다. LPBA의 무게 중심이 얼마나 한쪽으로 기울어 있는지 이 사실 하나가 말해준다.

통산 19승. 그 숫자가 이번 주 나올지 여부보다, 이 선수를 막는 구조가 리그 안에 존재하는지가 더 흥미로운 질문이다.

Copyright © 구독과 좋아요는 콘텐츠 제작에 큰 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