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18년 만에 헤즈볼라 겨냥 지상침투…전면전 치닫나

윤세미 기자 2024. 10. 1. 14: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AFPBBNews=뉴스1
이스라엘군이 북부 국경을 맞댄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상대로 지상작전에 돌입했다. 이스라엘군은 "제한적이고 국지적인 작전"이란 입장이지만 18년 만의 전면전 위기에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충돌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전면전과 이란 개입 등 확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중동 내 병력 증파에 나섰다.
이스라엘, 18년 만에 레바논 국경 넘어
AFP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1일 새벽(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 테러 목표물과 인프라에 대한 정확한 정보에 근거해 제한적이고 국지적이며 표적화된 지상 침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 목표물은 (이스라엘) 국경과 가까운 마을에 위치해 이스라엘 북부 지역사회에 즉각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포병과 공군이 작전을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작전의 구체적인 규모와 기간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레바논 국경 마을에서 포격에 따른 폭발과 섬광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땅에서 헤즈볼라와 맞붙는 건 2006년 제2차 레바논 전쟁 이후 처음이다. 헤즈볼라가 레바논 국경에서 이스라엘 군인 2명을 납치하면서 시작된 당시 전쟁은 34일 동안 이어지며 민간인과 헤즈볼라 대원을 포함해 1200명 가까운 사망자가 나왔다.

이스라엘의 이번 작전은 전면적인 지상 침공엔 미치지 않는단 평가다. 외신은 미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이번 작전 계획을 미국에 통보했다며 "매우 정밀하고 표적화된 소규모 공격"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이 북부 국경 근처로 병력 수천명을 집결하고 탱크와 장갑차 등을 최소 120대 집결시켰다면서 지상전 규모가 확대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최근 공격 초점을 가자지구 하마스에서 레바논 남부 헤즈볼라로 옮긴 상태다. 지난 2주 사이 무선호출기 폭파로 교신망을 뒤흔들고 베이루트까지 대규모 공습을 퍼부으며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암살하고 지휘 체계를 붕괴시켰다. 이 과정에서 레바논에선 1000명 넘는 사망자와 100만명 넘는 난민이 나왔다.

이스라엘은 북부 국경의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헤즈볼라와의 충돌이 불가피하단 입장이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30일 군인들을 만나 "우리의 목표는 북쪽 주민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후 헤즈볼라는 하마스 지원 명목으로 이스라엘 북부에서 끊임없이 이스라엘과 교전을 이어왔다. 이에 이스라엘 북부 주민 6만여명이 피란길에 올라야 했다.

야코브 아미드로르 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은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가자전쟁을 치르며 이스라엘군이 "약간 지쳐있다"면서 하마스를 상대로 한 규모의 지상전을 수행하긴 어려울 수 있다고 봤다. 그보단 헤즈볼라를 레바논 리타니강 북쪽으로 밀어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동 확전 기로…미국 중동에 전력 추가 배치
외신은 이스라엘의 지상작전엔 적잖은 위험이 따른다고 본다. 현재로선 제한적 지상작전을 수행하는 게 이스라엘의 계획이지만 헤즈볼라가 익숙한 지형을 이용해 반격하면 이스라엘이 소모적인 장기전으로 끌려갈 위험이 있단 지적이다. 앞서 헤즈볼라 2인자 셰이크 나임 카셈은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원한다면 저항 세력은 준비가 돼 있다"고 선언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직접 충돌할 가능성도 커진다. 이란은 헤즈볼라 역량을 키우는 게 힘을 쏟아왔으며, 헤즈볼라를 중동 내 친이란 세력인 '저항의 축'의 핵심으로 여긴다. 로이터는 중동 분쟁의 한계와 수위가 불투명해지면서 미국과 이란까지 전쟁의 소용돌이에 빨려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중동의 휴전과 외교적 해결을 거듭 촉구하는 동시에 확전 가능성을 우려해 중동에 병력을 추가 배치하기로 했다. 미 국방부는 전투기 편대와 수천 명의 병력을 중동에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엔 F-15, F-16 전투기와 A-10 공격기 및 지원 인력이 포함된다. 이렇게 되면 중동 지역에 주둔하는 미군이 약 4만명에서 4만300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4월 이란이 미사일과 드론 수백기를 동원해 이스라엘 공습했을 때 전투기가 이스라엘 방어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만큼 이번 공군 병력 증파는 의미가 크다고 짚었다. 이는 이란의 잠재적 대응이 당시 공습처럼 진행될 가능성을 염두에 뒀음을 시사한다.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전단의 중동 주둔 기간도 연장하기로 했다. 지난주 미국에서 유럽으로 출발한 해리 트루먼 항모전단은 이번 주 지중해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례적으로 중동 내 2개 항모전단이 머물게 되는 것이다.

이란은 아직까지 직접 개입은 보류하는 모양새다. 이란은 내부적으로 대응 방식을 두고 온건파와 강경파가 치열한 논쟁을 벌이면서 의견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란 입장에서 '저항의 축'이 잇따라 무너질 경우 중동 맹주로서 위상에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어떤 식으로든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측통들은 이란의 보복이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공습부터 대리세력을 동원한 중동 내 미군 기지에 대한 공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