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 노년이 되면 동창회나 경조사 모임이 가장 허무하고 쓸모없어진다고 말하지만, 막상 겪어보면 이런 모임들은 최소한의 사회적 관계를 유지해 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되기도 한다.
진짜 문제는 동창회나 경조사처럼 드러나는 모임이 아니라, 나이가 들수록 외로움을 파고들어 영혼과 노후 자산을 송두리째 갉아먹는 은밀한 모임들이다.
인생 후반전에 반드시 경계하고 멀리해야 할, 동창회보다 훨씬 더 치명적이고 쓸모없는 모임 1위를 알아본다.

직장을 퇴직한 후에도 과거의 명함과 지위를 잊지 못하고 정기적으로 만나는 전직 동료나 사업적 모임은 은퇴 후 가장 먼저 무의미해지는 관계이다.
현직에서 물러나는 순간 공통의 화제와 이익 관계가 완전히 소멸하기에, 만나서 나누는 대화는 늘 과거의 영광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치고 만다.
현역 시절의 서열을 노년까지 연장하려는 이들과의 만남은 은퇴한 남편들에게 위로를 주기보다 오히려 극심한 소외감과 씁쓸한 자괴감만 남길 뿐이다.

건강이나 여가를 위해 가입한 등산, 골프, 낚시 등 각종 동호회가 시간이 흐를수록 본질을 잃고 세력 다툼과 편 가르기의 장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모임 내에서 은근히 경제력을 과시하거나 사소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서로를 헐뜯고 험담하는 저급한 문화에 휩쓸리다 보면 정신적 피로감만 극에 달하게 된다.
순수한 즐거움 대신 스트레스만 주는 모임은 노년의 평온한 일상을 방해하는 주범이므로 과감하게 발길을 끊는 것이 지혜로운 처세이다.

집 근처에서 편하게 만나 술잔을 기울이거나 정기적으로 여행을 떠나는 가벼운 친목 모임 역시 나이가 들수록 내실이 없어지는 대표적인 자리이다.
생산적인 대화나 삶의 지혜를 나누기보다 그 자리에 없는 이웃의 사생활을 도마 위에 올리며 영혼 없는 비난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양가 없는 소모적 대화에 익숙해지다 보면 나도 모르게 구설수에 휘말리기 쉽고, 돌아서는 길에는 언제나 깊은 허무함과 후회만 밀려오기 마련이다.

노년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최근 시니어 층에서 유행하는 인터넷 카페나 밴드 등의 온라인 소모임은 가벼운 만남만큼이나 관계의 깊이가 매우 얕다.
서로의 신원이나 인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격하게 가까워지다 보니 금전 거래 사기나 이성 문제 등 뜻밖의 범죄와 갈등에 휘말릴 위험이 매우 높다.
가벼운 호기심으로 시작한 만남이 평생 쌓아온 명예와 자존심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부메랑이 될 수 있음을 늘 경계해야 한다.

늙어서 가장 지혜로운 삶의 태도는 쓸데없는 모임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고독을 즐기며 내면의 성숙을 도모하는 것에 있다.
수십 명의 형식적인 인맥보다 나의 아픔을 진심으로 알아주는 단 한 명의 진짜 친구나 가족과의 깊은 소통이 노후를 훨씬 풍요롭게 만든다.
영혼 없는 모임에 바칠 시간과 비용을 나 자신의 건강과 배움에 투자할 때, 비로소 노년의 삶은 품격 있고 주체적으로 빛나게 된다.
Copyright © 나를 돌보는 마음습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