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고차 시장을 둘러싼 소비자들의 불신은 오랜 시간 누적돼왔다. 매물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판매자마다 기준이 달라 가격도 들쭉날쭉했다. 특히 성능점검지의 신뢰성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소비자들은 “운이다”라는 말까지 할 정도로 불안한 구매 경험을 반복해야 했다.
이 같은 고민 속에서 기아가 움직였다. 브랜드가 직접 관리하는 대규모 인증중고차 직영점을 평택에 열며 시장의 판도를 흔드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번 매장은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라, 실제 주행 테스트까지 가능한 전용 트랙을 갖춘 체험형 매장이라는 점에서 기존 중고차 단지와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기아는 이번 직영점을 통해 검증 과정의 신뢰를 높이는 동시에, 소비자가 차량 상태를 직접 체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중고차 구매 경험의 질을 완전히 바꿀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용 시승 트랙까지 갖춘 체험 중심 인증중고차 거점

평택 청북읍에 문을 연 ‘기아 인증중고차 센터 평택 직영점’은 규모부터 시선을 압도한다. 총 1,400여 대를 동시에 전시할 수 있는 실내·실외 전시공간을 기반으로, 매물 확인부터 상담, 시승까지 한 번에 진행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라 브랜드 관리 체계가 그대로 반영된 통합 고객 공간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여기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약 800m 길이의 전용 시승 트랙이다. 경사로, 요철, 직선 구간 등 실제 도로 환경을 구현해 차량의 승차감과 내구성을 직접 시험해볼 수 있다. 기존 중고차 단지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구조로, 소비자가 차량을 몸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 큰 차별점이다. 이 트랙은 향후 고객 피드백을 반영해 주행 프로그램을 확장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전기차 소비자들을 위한 공간도 마련됐다. ‘EV 라운지’에서는 기아 전기차 라인업을 직접 체험할 수 있으며 충전 방식, 관리 포인트 등 구매 전 알아야 할 정보를 상세하게 안내받을 수 있다. 최근 전기차 중고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만큼, 이 공간은 고객 선택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장에는 애프터마켓 용품을 둘러볼 수 있는 ‘기아 샵’도 함께 운영된다. 외관·실내 꾸미기, 편의 장비, 차량 관리 용품 등 다양한 제품을 직접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어, 중고차 구매 이후의 생활까지 이어지는 경험을 제공한다. 탐색부터 구매, 관리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직영점 안에서 완결시키는 셈이다.
또 하나의 핵심은 건물 2층에 마련된 ‘PBV 익스피리언스 센터’다. 기아가 미래 전략으로 강조하는 PBV 라인업을 체험할 수 있는 최초의 전용 거점이다. 아직 라인업 전체가 출시되기 전이지만, 증강현실 기반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미리 경험할 수 있다. 향후 전 모델이 순차적으로 전시되면 지역 모빌리티 허브로서의 역할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기아의 이번 행보가 가진 상징성은 기존 중고차 단지의 불투명한 거래 구조로 인해 형성된 소비자 불신을 정면으로 해소하려는 시도라는 점이다. 브랜드가 품질 검증과 관리 전 과정을 책임지면서, 중고차에 대한 인식 변화까지 노린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프랜차이즈형 중고차 단지 중심의 기존 시장에 실질적인 경쟁 압박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고차 신뢰 회복, 브랜드가 직접 나설 때

기아가 보여준 새로운 인증중고차 모델은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중고차 거래의 중심을 전시장과 상담실에서 전용 트랙과 체험으로 확장한 시도는 분명 업계 내 경쟁 구도를 재편할 만큼의 변화다. 브랜드가 품질을 책임진다는 메시지가 소비자에게 얼마나 설득력을 주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중고차 시장의 신뢰성 문제가 계속 언급되는 상황에서, 이런 형태의 직영 체험 거점은 소비자들에게 더욱 명확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투명한 검증 과정과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시승 경험은 중고차 구매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출 수 있다. 업계에서도 이와 유사한 체험형 모델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평택 직영점은 또한 기아의 브랜드 전략 변화를 담고 있다. 고객 경험을 중심에 둔 서비스 방식은 향후 기아의 다른 모빌리티 사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기아가 제시한 새로운 기준이 중고차 시장 전반의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계기로 이어질지 기대가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