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개발하는 한국인 특화 비만치료제…성공 가능성 큰 이유

▲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한미약품 본사 전경.(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이 전 세계적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GLP-1(Glucagon like peptide-1) 계열 비만치료제를 한국인 특화 치료제로 개발한다.

한미약품은 자사의 독자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를 적용, 일주일에 한번 투여하는 주사 제형의 대사질환 치료제로 개발해 온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비만치료제로 적응증을 변경해 출시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고 31일 밝혔다.

한미약품은 이를 위해 지난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3상 진행을 위한 임상시험계획 승인 신청서(IND)를 제출했으며, 식약처 승인 이후 본격적인 상용화 개발 작업을 빠르게 진행할 계획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2015년 글로벌 제약기업 사노피와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했던 신약후보 물질로, 이후 사노피는 6000여명의 대사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5건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해 오다 2020년 6월 계약 권리를 한미 측에 반환한 바 있다.

반환에도 불구하고 사노피는 이듬해인 2021년 6월 세계 최대 학회 중 하나인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해당 임상 결과를 8개 주제로 나눠 구두 발표하며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잠재력을 설명했다. 이 내용은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도 등재됐다.

한미약품 측에 따르면 특히 에페글레나타이드는 4000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대규모 심혈관계 안전성 연구(CVOT)를 통해 주요 심혈관계 및 신장질환 사건 발생 위험도가 감소하는 사실이 확인되는 등 약물의 다양한 혁신성이 입증됐다.

2021년 당시 ADA에서 영국 글래스고대학교의 나비드 사타(Naveed Sattar) 교수는 “GLP-1 수용체 작용제인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제2형 당뇨병을 가진 저위험 및 고위험군 환자에서 혈당(glucose), 혈압 그리고 체중을 낮추는 가운데 주요 심혈관 및 신장질환의 발생률을 안전하게 감소시켰다”고 발표했다.

한국인 특화 비만치료제 개발 방향은?…약효 조절·신속 개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잠재력을 이미 확인한 한미약품은 이번에 비만약 개발 전략을 수립하면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한국인의 비만 기준(체질량지수(BMI) 25kg/㎡, 대한비만학회)에 최적화된 ‘한국인 맞춤형 GLP-1’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미약품 측은 글로벌에서 개발한 GLP-1 비만치료제가 제시하는 체중 감소 비율과 수치가 서양의 고도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통상 미국 등 서양에서 제시하는 비만 기준은 ‘BMI 30kg/㎡’ 이상이다. 서양에서는 BMI 30kg/㎡ 이상의 비만 환자 사망 위험이 커지는 점을 고려해 비만 기준을 설정했다.

이에 비해 한국인의 비만 기준인 ‘BMI 25kg/㎡ 이상’은 국내 학계에서 만성질환 발생률이 증가하는 점을 고려해 설정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GLP-1 비만약을 시판한 글로벌 기업들이 체중 감소 비율 수치의 우월성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지만, 이는 서양의 고도비만 환자에게 유익할 수 있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한국인의 췌장 크기가 서양인보다 상대적으로 작고 췌장의 인슐린 분비 능력 또한 서양인보다 떨어지는 점도 한국인 특화 비만치료제의 필요성 중 하나다. 크고 인슐린 분비 능력이 좋은 췌장을 가진 서양인이 BMI 30kg/㎡ 이상이면 상당히 진행된 고도비만이다. 이를 치료하려면 강력한 약물 작용이 필요하다.

통상적으로 약효가 강력한 약물은 부작용 또한 심한데, 고도 비만에 특화된 비만치료제가 상대적으로 체질량지수가 낮은 한국인에게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한미약품이 에페글레나타이드가 한국인에게 특화시킨 약물로 개발, 약효를 적절하게 제어하는 방향으로 개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대사질환 치료제 적응증으로 임상 1상과 2상을 진행한 바 있으며, 안전성과 유효성, 용량별 약효 등의 데이터를 이미 확보했다.

한미약품은 기존 데이터를 통해 최적의 용량을 설정, BMI 지수를 기준으로 임상 3상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상 3상 진행 후 곧바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허가를 바라볼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기존 글로벌에서 연구한 내용들을 토대로 분석하면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투약 후 결과 측정까지 최소 72주 이상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내 임상이 시작되면 2025년 하반기 이후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는 의미다.

한미약품, ‘상품성’과 ‘경험’으로 국내 비만치료제 강자 도전

한미약품은 국내 시장에 특화된 비만치료제 개발이 승산 있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GLP-1 비만치료제가 고가인 점도 에페글레나타이드가 가진 경쟁력 중 하나다. 한미약품 측은 에페글레나타이드를 글로벌 기업 제품과 비교해 경쟁력 있는 가격을 시장에 제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글로벌 GLP-1 비만치료제가 전세계적 공급 부족 사태에 직면해있지만,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국내에서 생산해 국내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한미약품은 2010년 초반까지 시부트라민 성분의 개량신약 비만약 ‘슬리머’를 블록버스터 약물로 키워 낸 경험을 갖고 있다. 당시 한미는 유명 탤런트 김희애씨와 함께 하는 전국적 비만 치료 캠페인을 통해 ‘한국인에 맞는 건강한 체중 감량’의 중요성을 알려나간 바 있다.

한미약품은 십수년간 축적한 의약품 마케팅 역량을 기반으로 에페글레나타이드 상용화 이후의 마케팅 전략들을 선제적으로 마련해 나갈 방침이다.

김나영 한미약품 신제품개발본부장 전무는 “상대적으로 BMI 수치가 높은 서양인 환자들을 타깃으로 개발된 외국산 GLP-1 비만약들 보다 한국인에게 최적화 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경쟁력이 더 우수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에페글레나타이드의 혁신적인 잠재력이 대규모 글로벌 임상을 통해 이미 확인된 만큼, 한국에서의 임상을 빠르게 진행해 가급적 빨리 국내 시장에 우선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에페글레나타이드 비만치료제 개발은 최근 한미그룹이 발표한 R&D 중장기 계획 중 ‘중기’에 해당하는 전략 중 하나로, 한미그룹은 이를 통해 창출한 자원을 혁신신약 R&D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한미약품은 GLP-1 유사체 기반의 다양한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을 통해 차별화된 R&D 역량을 축적하고 있다. GLP-1에 글루카곤이 더해진 한미약품의 ‘듀얼아고니스트’는 미국MSD에 기술수출돼 현재 NASH(비알코올성지방간염) 치료를 위한 글로벌 2b상이 진행되고 있다.

GLP-1과 GIP, 글루카곤을 동시에 활성화하는 트리플아고니스트 역시 NASH 치료 타깃의 글로벌 2b상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트리플아고니스트는 미국 FDA(식품의약국)와 유럽 EMA(식품의약국), 한국 식약처로부터 특발성폐섬유증 등 여러 분야의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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