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1조달러 클럽에 韓 기업이 둘
미국 증시에서 최초로 시가총액 1조달러(약 1500조원)를 돌파한 기업은 애플이다. 스티브 잡스가 창업한 지 42년 만인 2018년 아이폰과 앱 스토어로 대표되는 생태계의 폭발적 성장이 일궈낸 결실이었다. 이 액수는 당시 세계 17위권 안팎인 네덜란드·스위스·사우디아라비아의 한 해 GDP(국내총생산)를 능가하는 규모였다.
▶27일 SK하이닉스 주가가 9.3% 급등하며 ‘시총 1조달러 클럽’에 진입했다. 몇 시간 전 뉴욕 증시에서 미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이 클럽에 가입했고, 삼성전자는 얼마 전 가입했다. 반도체 기업들의 쾌속 행군이다. 1조달러의 상징성은 간단치 않다. 항상 제값을 못 받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마침내 끝나고 우리 기업들이 미국 기업들의 전유물처럼 인식되던 1조 클럽에 가입하게 됐다.
▶글로벌 증시에서 지금까지 14개 기업만 허락받은 시총 1조달러의 멤버들은 대부분 AI 동맹들이다. 1위 엔비디아(5조2000억달러)를 필두로 알파벳, 애플, MS, 아마존까지 1~5위는 모두 미국 빅테크들이다. 사우디 아람코나 워렌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를 제외하면 대만의 TSMC, 미국의 브로드컴과 마이크론, 세계 시총 11위와 12위권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거의 모두 AI 반도체 연합군들이다.
▶뉴욕 증시에서 시총 10억달러는 1901년 미 철강(US스틸)이, 100억달러는 1955년 제너럴 모터스(GM)가 최초 돌파했다. 1000억달러는 1995년 제너럴 일렉트릭(GE), 5000억달러는 1999년 마이크로소프트(MS)를 거쳐 1조달러 애플, 5조달러 엔비디아로 이어진다. 철강(US스틸)에서 자동차(GM)로, 다시 가전·금융(GE), PC 소프트웨어(MS), 스마트폰(애플)을 넘어 AI 반도체(엔비디아)로 이어지는 계보는 인류 문명과 산업이 어느 방향으로 진화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거울이다.
▶시총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아시아 국가는 한국과 대만뿐이다. 중국, 인도는 물론 일본도 없다. 삼성전자의 이익이 내년엔 일본 100대 기업 이익을 다 합친 것보다 많을 것이라 한다. 한국은 미국을 빼면 세계에서 유일하게 시총 1조달러 기업 2곳을 보유한 국가가 됐다. 한때 시총 최강 기업이었던 GE나 엑손모빌, 노키아의 추락에서 보듯 증시에서 영원한 승자는 없다. 지금은 우리가 만든 반도체 없이는 세계의 AI 혁명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상황이다. 위기를 견디며 멈추지 않았던 과감한 투자의 결실이다. 이를 소중히 지키고 키워나가야 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李대통령 “투표 포기, 공동체 해치는 그들 편드는 것”
- 주말 전국 덥고 강한 자외선... 건강 관리 유의해야
- 美국방부, 백악관 UFC 관람할 장병 모집 중... “비용은 본인 부담”
- [부음] 홍정우(하고하우스·마뗑킴 대표이사) 아들상
- 지선 둘째날 사전투표율 오전 8시 12.64%…4년 전보다 1.48%p↑
- 홍명보 “선수들 고지대 적응 고비 넘겨... 내일 평가전 내용·결과 모두 중요"
- 홍명보, 정몽규 회장 사의에 “당황했지만 선수단 동요 없어... 제 역할 다할 것”
- “에볼라도, 한타도 우리가 알던 바이러스와 달랐다”…변종에 긴장하는 과학계
- [아무튼, 주말]#소록도슈바이처#지방선거BGM
- 주문 즉시 전국 어부가 바로 잡아 산지 직송, 생선 유통의 판을 바꾼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