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세탁기 관세에도 삼성·LG 점유율 '굳건'…생산기지 이전·브랜드력 덕분
TV 시장, 멕시코 생산 비중 높아…오히려 美 브랜드 타격 가능성 제기

[이포커스]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가 TV나 가전제품과 같은 IT 세트 시장의 경쟁 구도를 실질적으로 바꾸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에도 국내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에 큰 변화가 없었으며 현재 북미 TV 시장 구조를 고려할 때 관세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장 판도를 바꾸려면 단순 관세 이상의, '국가 안보'와 연계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5일 업계 등에 따르면 과거 트럼프 행정부 1기였던 2018년, 미국은 자국 기업 월풀의 요청을 받아들여 한국산 세탁기에 최대 50%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이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미국 내 가전 시장 점유율에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
두 기업 모두 관세 부과 이후 발 빠르게 생산기지를 미국 등지로 옮겨 관세 부담을 회피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구축된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는 관세 이슈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는 관세만으로는 글로벌 공급망과 브랜드 파워를 갖춘 기업을 공략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현재 북미 TV 시장 상황을 분석해도 관세의 파급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2024년 기준 북미 TV 시장은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가운데 월마트 자회사 Onn, 중국의 TCL과 하이센스(Hisense), LG전자 등이 경쟁하는 구도다. 주목할 점은 북미 TV 시장 물량의 대부분(약 2,500만 대)이 관세 영향이 덜한 멕시코에서 생산·수입된다는 사실이다.
생산기지 관점에서 보면 만약 중국산 제품 등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오히려 타격을 받는 것은 미국 브랜드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마트의 Onn, 베스트바이의 Insignia, Roku TV, 아마존 파이어 TV 등 미국 기업 브랜드 제품 상당수가 중국 등 관세 부과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중국 브랜드 중 TCL은 중국과 멕시코 양쪽에서 생산해 관세 영향이 일부 있겠지만 하이센스는 북미향 TV를 전량 멕시코에서 생산하고 있어 관세 영향권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따라서 관세 부과로 중국 업체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돼 시장 점유율이 하락할 것이라는 일부 기대와 달리 실제로는 미국 업체들의 관세 노출도가 더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세탁기 사례처럼, 단순 관세 부과가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지 못한다면 시장 점유율 변화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

시장 판도 바꾸려면 '안보 카드' 필요…화웨이 제재가 사례
결국 IT 세트 시장에서 점유율 변화를 유도하려면 관세 이상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중론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 제재다. 2018년 미국은 단순한 무역 조치가 아닌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화웨이에 대한 고강도 제재를 단행했다.
그 결과 화웨이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사용 중단, 미국 기업으로부터의 핵심 반도체 부품 공급 차단 등으로 스마트폰 생산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급락했다. 또한 미국 내에서 중국산 스마트폰 사용 자체가 안보 문제로 인식되면서 한때 10% 안팎의 점유율을 기록했던 ZTE의 미국 내 출하량도 급감했다.
메리츠증권 양승수 연구원은 "이는 관세와 달리 '안보' 프레임은 기업의 존립 기반과 브랜드 이미지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따라서 향후 미국의 통상 정책이 시장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지는 단순 관세 부과 여부보다는 특정 기업이나 국가를 대상으로 '안보'와 연계된 제재를 가하는지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의 관세 논의만으로 시장 점유율 변화를 기대하는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포커스 김성윤 기자 syk@e-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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