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시설 확보에 현금도 두둑”…SK바이오사이언스, 폐렴구균 백신 글로벌 시장 재도전

경상북도 안동에 위치한 SK바이오사이언스 L하우스. / 사진 제공=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사이언스가 폐렴구균 백신 글로벌 시장 진입에 재도전한다. 현재 백신 대량 생산 체계도 갖췄고 임상에 사용할 현금 여력도 충분해 계획대로 임상만 진행된다면 글로벌 백신 허브가 될 전망이다.

유럽 3상 계획 신청...2028년 임상 완료 목표

2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사노피와 공동 개발 중인 21가 폐렴구균 백신(GBP410)의 제3상 임상시험을 유럽에 신청했다.

이번 3상은 폐렴구균 백신 이력이 없는 건강한 영, 유아 및 소아를 대상으로 21가 폐렴구균 백신 또는 기허가 백신 접종 후 면역원성 및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무작위 배정, 수정 이중 눈가림, 활성 대조, 평행 비교 임상이다. 임상시험 대상자 수는 약 1080명이다.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후보물질 GBP410은 21종류의 혈청형을 포함하고 있다. GBP410에 적용된 단백접합 방식은 폐렴 및 침습성 질환을 일으키는 폐렴구균의 피막 다당체에 특정 단백질을 접합한 것으로, 지금까지 개발된 폐렴구균 백신 중에서도 예방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6월 영유아를 대상으로 'GBP410'의 안전성과 면역원성을 평가하는 임상 2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연내 글로벌 임상 계획 허가를 받고 곧바로 3상 시험 착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후 2028년까지 3상을 완료하고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상업화할 계획이다. 미국 지역 역시 이미 임상 2상을 완료했고 빠른 시일 내에 3상을 준비할 예정이다.

글로벌 생산 시설 확보, 현금 여력도 충분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번 21가 폐렴구균 백신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생산 시설 확보에 힘쓰고 있다. 지난 6월 백신 위탁생산 글로벌 톱10 수준의 독일 기업 ‘IDT 바이오로지카’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9월 초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번 투자로 IDT가 보유한 미국 우수의약품제조품질관리기준(cGMP) 시설 부재를 해소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에 교두보를 마련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IDT가 보유한 독일 136만㎡(약 41만평) 규모의 부지 내 생산시설은 cGMP 승인을 받은 곳이다.

또 2021년 국내 백신 제조 시설 최초로 유럽의약품청(EMA)의 EU-GMP를 획득한 안동L하우스 공장 증축을 진행 중이다. 내년까지 증축 공사가 완료되면 원활한 폐렴구균 백신 생산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임상 3상시험을 위한 현금 여력도 충분하다. 이번 폐렴구균 백신은 사노피와 공동 개발이기 때문에 임상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반씩 부담하지만 최대 1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될 전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올해 9월 말 기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자산은 1조3357억원이다. 지난 10월 IDT 인수에 사용한 금액을 제외해도 약 1조원이 남는 셈이다.

과거 SK바이오사이언스는 폐렴구균 백신을 개발에 성공했지만 특허 소송에 휘말려 출시하지 못한 기억이 있다. 2016년 SK바이오사이언스(당시 SK케미칼)는 ‘스카이뉴모프리필드시린지’ 품목 허가 취득에 성공했지만 화이자의 폐렴구균 백신 ‘프리베나13’ 특허 무효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시장 출시를 포기한 바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폐렴구균 백신 시장이 2028년 1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개발을 위한 준비에 최선을 다한 만큼,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임상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전사적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상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