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교체로 대응하는 나이키, 위기 극복까지 걸리는 시간은? [넘버스 투자생각]
👟 당신에게 들려줄 이야기
· 최악의 위기에 빠진 나이키
· 신임 나이키 CEO는 어떤 사람?
· 갈수록 악화되는 나이키 실적
· 나이키에 대한 월가 전망
01.
소비자들 외면에 고전하는 나이키
수십년간 스포츠의류 산업에서 1위를 차지해온 나이키가 전례 없는 위기에 빠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결국 CEO 전격 교체를 발표했습니다. 앞서 나이키가 실적 악화로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한편 아디다스는 악성 재고 처리에 성공해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해드렸는데요.
그 후 나이키가 6월 말 발표한 2024회계연도 4분기(3~5월) 실적도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줬고 주가는 1980년 상장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습니다. 연간 매출 증가율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고 1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고 주요 시장인 중국의 매장 방문객은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로 감소했습니다. 또 당초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던 2025회계연도 매출은 감소로 전망을 수정했습니다.
월가에서는 존 도나호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방식 때문에 나이키가 현재의 위기에 빠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도나호는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 이커머스업체 이베이에서 CEO를 지낸 전문 경영인 출신입니다.
그는 2020년 1월 나이키 CEO로 선임된 후 판매 방식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나이키 직영 매장과 홈페이지 판매 등의 소비자직접판매(DTC) 전략을 고수했습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 데이터 확보와 기술 개발에 집중해 스포츠 의류 업체 이상의 기술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구상이었습니다. 그동안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풋락커, 메이시스와 같은 유통업체와의 관계는 끊었습니다.
팬데믹 기간에는 온라인 쇼핑 붐이 일면서 나이키의 DTC 전략도 통하는 듯 했습니다. 문제는 나이키가 팬데믹 이후에도 이러한 전략을 고수했다는 것입니다. 리오프닝과 함께 DTC를 통한 판매가 기대만큼 확대되지 않자 재고가 쌓였고 이를 처분하기 위해 나이키는 대대적인 할인에 나섰습니다. 그러는 사이 아디다스는 삼바, 가젤 등의 레트로 운동화 트렌드를 주도하게 됐고요. 러닝 붐과 함께 호카와 온러닝과 같은 신생업체가 주목받으면서 나이키는 러닝화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빼앗겼습니다. 올해 초 도나호는 협력업체와 지나치게 거리를 뒀다고 인정하면서 이를 개선하는 과정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나이키는 다시 협력업체를 통한 판매를 늘리고 마케팅 비용을 확대했지만 한발 늦었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아울러 도나호는 팬데믹 기간에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신제품을 선보이는 대신 에어포스1, 덩크, 에어조던1과 같은 기존 인기 제품을 일부 변경해서 출시하는 전략을 취했는데요. 초기에는 이 제품들이 판매 증가를 주도해 도나호가 취임한 후 나이키 연간 매출은 31% 이상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단기간에 그쳤고 이후 이러한 제품들의 판매가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실제로 가장 최근 분기에 해당 제품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0% 감소했습니다. 또 새로운 제품의 부재로 나이키는 상징과도 같았던 혁신이 실종됐다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이러한 경영 방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며 올해 들어 나이키 주가는 20% 넘게 하락했고요. 도나호가 취임한 후 나이키 시가총액에서 약 300억달러가 증발했습니다.
1. 나이키는 지난해 말 인력의 2%를 감원하고 러닝, 여성 의류, 조던 등 성장 분야에 투자하는 내용의 구조조정안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경영 여건이 악화하자 엘리엇 힐을 최고책임자(CEO)를 선임했습니다. 사이클링, 스키, 야구 등 다양한 스포츠를 섭렵하고 있는 힐은 지역 및 통합 시장 부문 사장, 지역 및 영업 부문 사장 등을 역임한 후 소비자 및 시장 부문 총괄로 나이키와 조던 브랜드의 광고와 마케팅을 이끌었습니다.
2. 힐은 2010년 나이키 북미 사업의 사업을 회복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당시 나이키는 아디다스에 밀려 고전하던 시기 소비자직접판매전략 외에도 신제품 개발에도 중점을 뒀습니다. 전임자인 도나호와 가장 대비되는 지점입니다. 힐의 CEO 선임 소식과 함께 나이키 주가는 8% 가까이 뛰었습니다.
3.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CEO 교체 발표 약 2주 후 공개된 실적도 실망스러웠습니다. 2025회계연도 1분기(6~8월) 매출은 115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 줄어들었고 주당순이익(EPS)도 0.70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나이키가 새로운 수장 취임 이후 추진하는 혁신이 성과에 도달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