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사랑한다…아빠”…순천 봉안당에 안치된 딸에게 보낸 아빠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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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사랑한다."
30일 오후 전남 순천시 야흥동 추모공원 봉안당엔 "아빠 ○○○"이라고 적힌 조화가 놓여 있었다.
흰색 장미 등 꽃들 사이에 달린 리본엔 지난 28일 화장돼 봉안당에 안치된 딸 ㄱ(18)양의 죽음을 애통해하던 아빠의 심경이 압축됐다.
장애를 가진 아빠와 이주여성인 엄마의 하나밖에 없는 딸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정에도 도움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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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사랑한다.”
30일 오후 전남 순천시 야흥동 추모공원 봉안당엔 “아빠 ○○○”이라고 적힌 조화가 놓여 있었다. 흰색 장미 등 꽃들 사이에 달린 리본엔 지난 28일 화장돼 봉안당에 안치된 딸 ㄱ(18)양의 죽음을 애통해하던 아빠의 심경이 압축됐다. ㄱ양은 지난 26일 새벽 순천시 조례동 한 병원 주차장 앞, 큰길가에서 3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검정고시에 합격한 친구를 데려다주고 귀가하던 길에 일면식도 없는 이에게 당한 죽음이었다.
ㄱ양은 가정 형편이 넉넉하진 않았지만, 성격이 밝았다고 한다. 장애를 가진 아빠와 이주여성인 엄마의 하나밖에 없는 딸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정에도 도움을 줬다. 지난해 고등학교 2학년을 다니다가 그만두곤 ‘네일 아티스트’라는 꿈을 꿨다. ㄱ양의 후배는 한겨레와 만나 “지난 5월부터 고졸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었던 누나(ㄱ양)가 그날도 친구를 만나 검정고시와 관련한 시험 정보를 들었다”고 말했다. 친구를 만나고 집에 들어가기 직전 ㄱ양은 아빠에게 “아빠, (사 오라고 했던) 약이 없대”라고 통화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ㄱ양이 흉기에 찔려 쓰러진 장소엔 분향소가 마련됐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내용의 편지가 많았다. ㄱ양의 한 친구는 “내년에 대학 간다고 해맑게 미래 계획을 세우던 네가 어떻게 이렇게 허무하게 갈 수가 있을까. 사건 장소에 갔어. 주저앉아 엉엉 울었어”라고 적었다. “하늘에 이쁜 별이 되어서 가장 빛나 줘”라고 적은 편지도 분향소를 지켰다. 한 시민은 “저도 매번 이 길로 다니면서 위험하다 생각되어 민원을 많이 넣었는데 정작 바뀐 게 없어 미안할 따름입니다”라고 적었다.
전남경찰청은 이날 오후 외부 인사 등 7명으로 구성된 신상정보공개위원회(위원회)를 열어 ㄱ양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박대성(30)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했다. 위원회는 “범행의 잔인성 및 피해의 중대성이 인정되고, 범행의 증거가 충분하며 국민의 알권리, 재범 방지 등 공공의 이익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박씨의 신상정보는 전남경찰청 누리집에 30일 동안 공개된다.
한편, 박씨는 대구에서 지내다가 석달 전께 순천에 찜닭 가게를 연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현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박씨의 가게는 파란 천막이 쳐져 있었다. 천막에 시민들이 던진 것으로 보이는 달걀 자국이 남아 있었다. 가게 앞 한 상인은 “석달 전께 가게를 열었다가 한달 전부터 쉬었다. 그에 대해선 잘 모른다”고 말했다. 전남경찰청 쪽은 “(박씨가) 최근 사귀던 애인과 다퉜느냐?”는 질문에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앞서 정희영 광주지법 순천지원 부장판사는 지난 28일 살인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박씨에 대해 “주거 부정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씨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나가면서 “(범행 당시) 소주 4병을 마셨으며, 피해자와 아는 사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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