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피해자는 ‘살인자’ 되고, 가해자는 살인사건 ‘희생자’…“앞길이 구만리라” 합의

김현주 2024. 10. 17.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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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7년 선고 '법정구속'

"인격 말살에 가까운 폭력과 가혹 행위를 당한 피고인이 이를 견디지 못하고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학폭 피해자는 '살인자'가 되고, 가해자는 살인사건의 '희생자'가 된 사건.

어떤 죄가 중한지 묻는 이 비극을 다루는 재판부 결정이 오늘 내려졌다.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중학교 동창생에게 엽기적인 가혹행위를 시키는 등 잔혹하게 괴롭혀 살인으로 이어지게 한 10대가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제2형사부(권상표 부장판사)는 17일 특수폭행 혐의로 기소된 A 씨(19)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A 씨에 대해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5년간의 아동·청소년·장애인 등 관련기관 취업제한도 명했다.

뉴스1에 따르면 재판부는 또 현주건조물방화미수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B 씨(19)에겐 장기 5년·단기 3년 형을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달 12일 A 씨에겐 징역 9년, B 씨에겐 징역 단기 4년·장기 6년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었다.

A 씨는 지난 4월 강원 삼척의 한 주택에서 중학교 동창 C 씨(19)에게 억지로 술을 먹이고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이 과정에서 다른 친구 D 씨와 함께 1회용 면도기와 가위로 C 씨의 머리카락을 강제로 자르고, 성기와 음모부터 귀·눈썹을 라이터 불로 지졌다.

또 이들은 C 씨에게 나체 상태로 자위행위를 하도록 시켰고, 면봉·바둑알 등을 항문에 넣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C 씨가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빗자루와 쓰레받기로 마구 때렸다.

A 씨는 이 같은 '엽기적' 행위를 휴대전화로 촬영하기도 했다. 이들의 가혹행위와 폭력을 견디지 못한 C 씨는 집 안에 있던 흉기로 D 씨를 살해했다.

B 씨는 이 사건 발생 며칠 전 C 씨 자택에서 A 씨와 함께 불을 지르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이 당시 B 씨는 C 씨 집에 소화기를 마구잡이로 살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재판에서 A 씨는 "숨진 D 씨가 범행을 주도했다"며 범행을 일부 부인했으나, 재판부는 A 씨가 "D 씨와 범행을 암묵적으로 공모하고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했다"고 판단,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 씨에 대해 "여러 차례 소환 보호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다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해자가 중증 지적 장애란 점을 알면서 B·D 씨와 함께 피해자를 괴롭히는 범죄를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D 씨와 함께 저지른 피해자에 대한 범행은 단순히 폭행을 가하는 정도로 괴롭히는 것을 넘어서 지속적인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죄질이 극히 좋지 않다"며 "그럼에도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고 죄책을 B 씨와 D 씨에게 전가하는 태도를 보이는 등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지 않아 그 죄책에 상응하는 엄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 일부 범행은 D 씨가 일부 사건을 주로 범행을 주는 것으로 보이고, 피의자들과도 합의해서 피해자들이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B 씨에 대해선 "피해자 부친이 장기간 부재중이라는 점을 틈타 피해자의 주거지에 방화를 시도하고 위험성이 높은 범행을 이틀에 걸쳐 반복하는 등 죄질이 매우 좋지않다"면서도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C 씨 아버지는 최근 A·B 씨를 선처하기로 이들 합의하고 소정의 합의금을 받았다.

C 씨 아버지는 "용서한 것은 아니지만 죗값을 치르더라도 앞길이 창창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감형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C 씨 측은 숨진 D 씨 가족과는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C 씨 아버지는 "합의를 떠나 어쨌건 우리 아들도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기 때문에 꼭 사과하고 싶다"며 "또 사과받고 싶기도 한데, 그쪽에서 만나주질 않는다"고 말했다.

C 씨는 최근 장기 5년·단기 3년의 형을 선고받아 항소한 상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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