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가 금연에 도움 된다고? 흡연자 10명 중 4명은 오해하고 있다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도 일반 담배와 같이 규제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4월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전자담배가 금연을 도울 수 있다는 흡연자들의 오해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금연 성공률을 높이려면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잘못된 방법 대신 효과가 입증된 요법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대한금연학회는 27일 ‘전자담배 팩트체크 & 니코틴 대체제의 올바른 이해’ 포럼을 열고 흡연자들의 전자담배 및 니코틴 대체제 인식 조사 결과를 0발표했다. 이와 함께 담배와 니코틴에 관한 사실을 검증하는 금연 전문가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글로벌 여론조사기업 입소스가 최근 1년 내 금연을 시도했거나 향후 6개월 내 금연 의향이 있는 25~59세 흡연자 500명 대상으로 실시한 ‘전자담배와 니코틴 대체제에 대한 흡연자 인식현황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20%는 금연 목적으로 전자담배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전자담배가 금연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하는 비율은 43%에 달했고, 향후 금연 방법으로 전자담배를 활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도 23.5%였다. 금연을 위해 전자담배를 선택한 이유(복수응답)로는 ‘금단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가 42.5%로 가장 높았고, ‘흡연 욕구 관리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39.9%), ‘주변에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서’(28.9%) 순이었다. 전자담배가 궐련(연초) 사용을 줄여 금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전자담배의 금연 효과와 건강 위해’를 주제로 발표한 조홍준 울산대 의대 명예교수는 이러한 인식과 상반되는 연구 결과들을 소개했다. 관련된 다수의 연구를 종합한 메타분석 결과를 보면 금연 목적으로 전자담배를 사용해 연초를 끊은 사람 중 약 70%는 전자담배를 1년 이상 지속 사용해 금연에는 성공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다른 복수의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도 전자담배와 연초를 함께 사용하는 이중 사용자가 2년 후 전자담배만 사용하게 될 확률은 5%에 불과한 반면, 연초 사용자로 돌아갈 확률은 67~80%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 교수는 “장기간 진행된 다양한 관찰 연구에서 전자담배 사용자는 연초와의 이중 사용자가 될 가능성이 크고, 금연 효과 역시 불확실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전자담배가 연초에 비해 덜 해롭다는 근거도 명확하지 않은 만큼, 모든 담배 제품을 동일하게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어 “흡연자가 진정한 금연을 원한다면 효과가 입증된 니코틴 대체제 등 금연 치료제와 행동 요법을 활용하는 것이 권장된다”고 조언했다.
‘올바른 니코틴 대체제 활용법’을 주제로 발표한 최수정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대한금연학회 홍보이사)는 연초·전자담배에 함유된 니코틴과 금연 방법으로 활용되는 니코틴 대체제(NRT) 성분에 관해 만연한 오해를 과학적 근거로 바로잡을 수 있는 내용을 전달했다. 담배의 니코틴은 폐를 통해 빠르게 흡수돼 뇌의 도파민 보상 체계를 반복 자극하며 의존성을 높이는 반면, 니코틴 대체제는 소량의 정제된 니코틴을 구강 점막이나 피부를 통해 천천히 공급해 금단 증상을 조절하고 니코틴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낮추는 치료제라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전자담배와 니코틴 대체요법은 작용 기전 자체가 다르다”며 “니코틴이 들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두 제품을 같은 것으로 보는 것은 명백한 오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니코틴 수용체와 도파민 보상 체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니코틴 대체제가 어떻게 금연에 도움이 되는지를 알고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금연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올바른 니코틴 대체제 사용법도 제시했다. 하루 흡연량에 맞는 용량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며, 껌은 ‘쉬어가며 씹기’ 방식으로 30분간 사용하고 패치는 매일 다른 부위에 교체 부착하는 등의 방식도 숙지해야 한다.
패치 단독 사용만으로 식후·스트레스 상황의 돌발성 흡연 욕구를 해결하기 어렵다면 껌이나 사탕 등의 다른 제형의 니코틴 대체제를 추가 사용하는 병합요법도 쓸 수 있다. 또한 니코틴 의존도가 높거나 니코틴 대체제만으로 효과가 부족한 경우에는 전문의약품인 바레니클린을 병용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전자담배가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흡연자들의 인식도 과학적 사실과 크게 다르다는 지적도 나왔다. ‘액상형 전자담배, 담배 냄새 없다고 안전한가’를 주제로 발표한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국외 연구 13편의 종합 결과를 소개하며 궐련형 전자담배를 밀폐된 실내에서 사용할 경우 니코틴 농도가 건강 허용 상한치(3㎍/㎥)의 최대 86배까지 상승했다고 밝혔다.
또한 간접 노출자의 천식 발작과 흉통 발생률은 오히려 연초보다 궐련형 전자담배를 사용할 때 더 높았다. 액상형 전자담배나 연초 사용자와 동거하는 비흡연자의 니코틴 대사물질 수치 역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 센터장은 “냄새가 없거나 달콤한 향이 난다고 해서 안전한 것이 아니다. 담배의 냄새가 바뀌었을 뿐 위험성은 바뀌지 않았다”면서 “비흡연자와 어린이, 임산부를 중심으로 이러한 오해를 바로잡는 교육과 홍보가 시급하며, 2017년 이후 멈춰 있는 실내 금연 정책이 재가동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포럼을 공동 주최한 김열 대한금연학회 장은 “전자담배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 ‘연초보다 안전하다’는 식의 무분별한 마케팅과 왜곡된 정보 속에서 우리 사회, 특히 청소년과 젊은 층의 일상 속으로 빠르게 침투했다”면서 “그러나 의학계의 수많은 연구와 임상 결과는 전자담배 역시 심각한 건강 위해성을 지니고 있으며, 결코 안전한 대안이 될 수 없음을 명백히 경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태원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회장은 “전자담배 안전성과 금연 영향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전자담배의 오해와 진실을 짚고 니코틴 대체제의 올바른 활용 방안을 함께 논의한 이번 포럼은 의학과 언론이 협력해 공중 보건 정보를 바로잡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며 “앞으로도 국민 건강에 직결된 의학 정보가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학회와 언론이 함께 고민하고 방법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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