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가슴살 먹는 사람은 무조건 안다는 이름
다이어트에 빠질 수 없는 닭가슴살. 그런데 포장지에 보면 ‘남궁둔’이라는 글자가 적혀있는데 암호문 같기도 하고 사람 이름 같기도 한데 그럼 이름이 궁둔인 걸까? 유튜브 댓글로 “하림 닭가슴살에 적혀있는 남궁둔의 정체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닭가슴살 포장지에 등장하는 남궁둔은 실존 인물이다. 성이 남궁씨, 이름이 둔이다.
[남궁둔 하림 반장님]
“저는 하림 육가공 가공식품사업부 생산2팀에 근무하는 남궁둔이라고 합니다. 근무한 지는 2000년도 11월 20일 날 저희 집사람하고 같이 입사해가지고 지금까지 쭉 같이 다니고 있습니다”
회사에 근무한 지 24년이 된 남궁 반장님은 62년생이신데, 이름이 특이해서 어릴 때부터 에피소드가 많았다고 한다. 닭가슴살을 먹는 사람들도 ‘남궁둔이라는 이름이 신기하다’, ‘이런 이름 처음 본다’는 얘기들이 많았는데 네이버에 이상한 이름 50인에 뽑히기도 했다고.
[남궁둔 하림 반장님]
“궁둥이 뭐 이런 쪽으로 해가지고 사람 이름이 이게 뭐야 이런 사람도 있고 그렇더라고요”
집에서는 ‘경’으로 불린다고 하는데
[남궁둔 하림 반장님]
“집 궁자에 농막 둔이라고 이렇게 표현을 하거든요. 그때만 해도 시골에서 농사를 많이 지으면 최고였거든요. 그래가지고 남쪽에서 집 잘 짓고 농사 많이 지으라고 할아버님이 지어주셨는데 살다 보니 (농사가 대세가) 아니잖아요. 그래가지고 경으로 바꿨고 그런데 경을 그걸 이제 아버님이 바꿔만 놓고 이제 개명을 안 하시고 그냥 진행하셨던 모양이예요.”
이런 깊은 뜻이 있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놀렸;;(흠흠) 암튼 반장님은 특이한 이름으로 인해 이미 주변에선 유명 인사다. 딸의 친구들도 반장님을 다 안다고. 가족들은 반장님 조카에게 “너희 큰아빠 유명한 사람이야”라는 얘기들도 종종 하는데 이런 인기가 영광스럽다고 한다.
제품 관리자의 이름을 포장지에 찍기 시작한 건 그만큼 책임감을 갖고 생산한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하림 닭가슴살 중에 개별 포장된 제품에 남궁둔님 이름이 찍히는데 하루에 11만7000개 한달에 350만개가 나간다고 한다. 대형마트에 납품되는 중대형 벌크 포장되는 제품에는 조선례라는 이름이 등장하는데 이분도 제품 관리 리더다.
반장님 이름 옆에는 K S H 이렇게 알파벳이 하나씩 더 붙어있는데 이건 뭘까. 24시간 출고되는 닭가슴살의 시간대를 편의상 표시해둔 거라고 한다. K는 오전, S는 오후 H는 야간 이런 식이다. 하림에 물어봐도 정확한 뜻은 모르는 거 같은데 당시 식품 안전 관련 기관에서 따왔다는 설, 하림에서 KS마크를 처음 받았을 때 그 뒤에 하림의 H를 붙였다는 설이 있는데 직원들 사이에서는 당시 남궁둔 반장님의 상사 중에 곽상현이란 분의 이니셜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고 한다.
반장님 이름을 가지고 놀리거나, 가끔 짓궂은 문자가 오기도 한다고 해서 이름으로 스트레스가 없냐고 물어봤는데 놀려도 닭가슴살만 많이 먹어줬으면 여한이 없겠다고 하셨지만 그동안 마음고생이 많으셨던 것 같다.
[남궁둔 하림 반장님]
“가끔은 보면은 제 이름 가지고 이상한 쪽으로 얘기하시는 분도 가끔 있어요. 문자도 가끔 오고 그래요. 근데 그래도 괜찮으니까 진짜 많이 눌려도 괜찮고요. 아무 상관없습니다. 많이 관심 가져주시면은 제 이름이 제 이름에 대해서 관심 가져주면 저희 제품이 그만큼 홍보된다는 얘기거든요. 많이 좀 관심을 가져주십사 하고요”
워낙 네임드이고 많은 제품이 찍혀나가다 보니 해외에서도 남궁둔님의 이름을 보고 연락이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남궁둔 하림 반장님]
“두 달 전에 포르투갈에서 또 전화가 온 거예요. 인스타에서 보시고 전화하셨다고. 유럽에서는 참 맛있게 잘 먹고 있다고 문자도 한 번 오고 막 그러더라고요. 그런 것도 있고 참 제가 세계적으로 글로벌화되는 것 같아요.”
반장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될까. 하루에 2만보를 걸을 정도로 일과가 매우 빡빡하다고 하는데.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오전 6시까지 출근한다. 현장에 와서 조회와 작업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인원들을 배치하고 설비들이 잘 돌아가는지 수시로 점검한다. 정신없이 주문을 받고 주문 대응이 잘 됐는지도 확인하면 하루가 간다고 한다.
[남궁둔 하림 반장님]
“(위생) 걱정 마시고 많이 드셨으면 좋겠어요. 많이 좀 드셔가지고 저 성과급 좀 받게 해주세요. (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