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34만원… 학생이 행복한 정부 ‘반값 기숙사’
제주도에서 올라와 서울 지역 대학에 다니는 신모(25)씨는 최근 “입학할 때만 해도 5평 전세방을 6000만원 주고 구했는데 지금은 1억원은 줘야 한다”고 했다. 중앙대 학생인 류모(22)씨도 작년까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0만원(관리비 포함)짜리 방에서 자취를 했다. 서울 방값이 비싸다 보니 밥값·책값까지 대려면 지방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해도 서울살이가 팍팍할 수밖에 없다. 대학가 원룸은 월 100만원을 넘기도 한다. 한 학생은 “(지방에 계신) 부모님 소득은 뻔한데, 고물가에 방값까지 매년 오르니 서울 생활이 너무 힘들다”고 했다. 최근 전세 사기에 대한 불안 때문에 월세방 매물이 귀해져 지방 학생들은 방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한다.
지난 14일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에서 교육부와 사학진흥재단이 운영하는 ‘행복 기숙사’ 개관식이 열렸다. 행복 기숙사는 정부 및 지자체가 국·공유지를 대거나 사립대가 부지를 제공하고 한국사학진흥재단이 건설 비용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세워진다. 서울 국유지에 들어선 행복 기숙사는 이번에 문을 연 ‘동소문 기숙사’를 포함해 2곳이고, 사립대 안에는 7곳이 운영 중이다. 서울에 9곳이 있다. 수도권 소재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입주를 신청할 수 있고 소득과 거주지 거리, 성적 등을 고려해 선발한다. 월세는 34만원(관리비 포함) 안팎으로 대학가 원룸의 절반, 서울 연립·다세대주택 평균 월세(61만7000원)보다도 45%쯤 저렴하다. 독서실(40석)과 헬스장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휴학생도 최대 1년까지 살 수 있고, 한번 들어오면 졸업할 때까지 거주할 수 있다.
지난 15일 동소문 행복 기숙사 식당에 학생 30여 명이 몰려왔다. 자율 배식대에서 닭살카레볶음·감자조림·청경채·부대찌개를 양껏 담아 먹었다. 하루 세 끼 운영하는데 가격은 한 끼당 5500원이다. 숙명여대 경영학과 1학년 양수현(19)씨는 “방에서 바로 식당으로 갈 수 있어 좋다”며 “외식하면 1만원은 쉽게 넘는데 여긴 반값이라 한 달에 20만원 정도는 아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다른 학생은 “학교까지 1시간은 걸리지만 월세를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는 데다 경비 인력이 있어 안전한 것도 장점”이라고 했다.
동소문 기숙사는 지하 2층, 지상 10층짜리 건물에 6평짜리 1~2인실 방 351개를 갖추고 있다. 침대·책상·옷장이 있다. 작년 8월부터 고려대·성균관대 등 28대학 학생 500여 명이 입주해 있다. 다른 대학 학생들을 사귀기도 좋다. ‘기숙사 자치 협의회’까지 생겼다. 협의회에서 일하는 고려대 1학년 박상진(19)씨는 “조만간 ‘시험 기간 간식 나눠주기 행사’나 ‘기숙사 마스코트 공모전’도 개최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해 기숙사에 사는 대학생 비율은 22.8%에 그쳤다. 서울 등 수도권의 경우 대학 기숙사 수용률은 18.3%로 지방의 26.5%보다 8%포인트 이상 낮다. 방값이 비싼 수도권일수록 저렴한 기숙사에서 살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반값 기숙사’를 늘리는 것은 쉽지 않다. 대학가 원룸 주인과 주변 상인 등이 크게 반발하는 데다 인근 주민들도 집값이 떨어질까 봐 반대하기 때문이다. 사학진흥재단 관계자는 “서울 등에선 마땅한 부지를 찾기도 어렵고, 인근 주민 설득에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했다. 동소문 ‘반값 기숙사’도 주민들 반대에 부딪혀 개관이 예정보다 2~3년 더 걸렸다고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근엔 서울에도 학생이 줄어 폐교하는 초·중·고가 늘고 있다”며 “앞으로 폐교 부지와 교육용 부지 등을 활용해 정부가 대학생 기숙사를 짓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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