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이전 결정…최대 7000억 실탄 확보

금호타이어 광주 공장 /사진= 금호타이어

금호타이어가 지난 1974년 설립된 노후 생산시설인 광주 공장의 이전을 결정했다. 이달 중 이전 부지 계약금을 내고 부지 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전자금은 광주 공장을 매각해 마련한다. 부지 용도를 상업용도로 변경할 경우 2000억~7000억원의 차익을 낼 수 있는 만큼 가치 제고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이달 30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약 50만㎡(15만1250평) 규모의 부지 매입 계약을 체결한다. 이곳은 현재 광주 공장과 약 15㎞ 떨어진 '전남 함평군 월야면'에 조성된 빛그린산업단지다. 총거래금액은 1160억8417만원이다. 30일 계약금 10%를 납입하고 잔여 금액은 오는 2029년 10월까지 분할납부할 예정이다.

다만 현재 가동 중인 광주 공장을 매각해야 새 공장으로 이전할 수 있다. 금호타이어의 올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은 207%로 안정권(100~150%)을 넘어선 상태다. 차입금의존도는 42%로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평가하는 기준(30%)을 10%p 이상 웃돈다. 모기업의 투자유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부지 매각 자금으로 새 공장을 짓는 방안이 유일하다.

광주공장 부지, 1조4000억~1조7000억원 추산

금호타이어 광주 공장은 연간 1400만본 이상을 생산하는 거점이다. 다만 1974년대에 준공된 만큼 대대적인 설비 개선, 증설 등이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2019년부터 공장 이전을 추진했지만 새 부지 선정과 기존 공장 매각 등이 방향을 잡지 못하면서 적기투자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금호타이어는 꾸준히 이전을 추진했다. 2019년에는 미래에셋증권과 광주 공장 부지 도시계획 변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고 광주시에 '개발계획안검토신청서'를 제출했다. 개발계획안은 미래에셋대우를 비롯해 딜로이트, DA그룹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 지오시티 등이 마련했다.

당시 광주 공장 부지 가치 산정은 맥킨지, 딜로이트 등 2곳으로부터 받았다. 맥킨지의 컨설팅 결과 부지 가치 1조9400원, 이전비용 1조2000억원으로 평가됐다. 딜로이트는 1조원 안팎을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컨설팅을 진행한 두 법인 모두 공장 부지가 상업용지로 바뀔 경우를 가정해 가치를 산정했다.

금호타이어 측이 내놓은 광주 공장 매각가치는 약 1조4000억원이다. 이는 금호타이어 노사가 2022년 진행한 '통상임금 소송' 과정에서 나왔다. 당시 금호타이어는 "광주 공장 매각가치가 1조4000억원으로 추정되지만 이 중 1조2000억원을 공장 이전 비용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맥킨지와 금호타이어 모두 예상 이전비용을 1조2000억원으로 계산했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한 광주 공장 매각 이후 이전 차익은 2000억~7000억원이다.

부지 매각 '상업용도' 전환 과제…공항 이전도 관건

금호타이어 광주 공장 부지에 높은 가치가 매겨진 것은 이 지역이 광주 구도심과 가까운 노른자위 땅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광주송정역(KTX)과 인접했고, 전체 부지 규모는 약 41만5000㎡로 축구장 58개 면적에 해당한다. 또 이 지역 일대는 'KTX 투자선도지구'로 지정됐다.

다만 공장 부지 개발의 사업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 부지 가치 산정의 전제가 된 '상업용도 변경'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토지 용도 변경의 경우 가치 상승,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치권과의 타협이 필요하다.

용도를 변경하더라도 '광주공항 이전'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광주공항은 공장 부지와 약 1.5㎞ 거리에 있다. 이에 해발 59.6m 이상의 건물(약 15층)을 올리지 못하는 고도제한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앞선 매각작업에서도 원매자들이 1조원 안팎의 낮은 금액을 제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지난해 광주시 측이 공장 이전 관련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용도변경 협상에 착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며 "부지 매각·개발 및 공장 이전에 이전보다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 만큼 남은 절차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