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과 희망만을 안겨줄 것 같은 레고랜드. 그러잖아도 어두운 부동산 시장에 더 칠흙같은 어둠을 내리는 주범이 될 지 누가 알았을까요. 최근 나쁘게 이슈가 된 ‘레고랜드 사태’이야기 입니다.
이게 무슨 일이야!를 알기 전에 중심 키워드인 PF부터 알고 갈게요.
PF는 Project Financing의 약자에요. 사전적 의미론, 금융기관이 대규모 자금을 필요로 하는 특정 사업에 ‘앞으로 사업성과 현금흐름성이 좋을 것 같으니 미리 대출해줄게’ 라는 금융 거래 방식이에요.
예를 들어, 개발만 되면 엄청나게 돈 벌 것 같은 부동산이 예정되어 있어요. 엄청나게 돈 벌 거라 예상하고 PF 대출을 우선 일으켜요. 그리고 분양금+중도금 받아서 대출금을 갚아나가죠. 근데 100% 보장은 없잖아요? 중간에 개발사업에 차질이 빚거나 미분양이 속출한다면... PF 대출 받은 걸 못 갚겠죠? 그럼 시행사, 시공사 뿐 아니라 대출해준 금융기관까지 줄타격 받는 거죠.
부동산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었을 땐 기업들이 미친 듯이 부동산 프로젝트에 투자했어요. 그러다 시장 가격이 내림세가 되자 PF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이미 올여름에 부동산 PF 연체율이 두 배 이상 뛰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예요.
이제 다시 레고랜드로 돌아올게요. 2022년 어린이날, 춘천에 ‘레고랜드코리아’가 오픈합니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테마파크지만, 갑자기 도마 위에 오릅니다. 새로 취임한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법원에 GJC(강원중도개발공사)의 회생신청을 하겠다”라고 발표한 순간부터 말이죠.
우선 레고랜드 탄생부터 볼까요. 강원도 춘천에 만들어지기로 합니다. 강원도는 `강원도중도개발공사`라는 회사를 만들었고, 많은 증권사가 너나 할 것 없이 투자에 열을 올렸어요. 이렇게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진 이유는 개인도, 기업도 아닌 ‘강원도’가 나서서 채무 보증을 했기 때문이죠. 순항하나 싶었는데, 그 과정이 녹록치 않습니다.
개발 도중 유적이 발굴되고, 코로나 여파로 공사가 늦어집니다. 그래도 어찌저찌하여 5월 개장을 했어요. 그런데 9월, GJC는 2,050억 원 대출금 중 412억 원을 갚기 어렵다고 보고합니다. 강원도가 보증한 레고랜드 관련 어음(자산유동화기업어음)이 최종 부도 처리까지 된 거예요.
이 사태는 모든 채권 시장에 퍼져나갔어요. 레고랜드와 강원도만의 문제일 수 있는데 왜 이렇게 파장이 크냐면, 다른 어떤 곳도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하는 투자였기 때문이에요. 부동산 시장이 대체 얼마나 어두운 거야? 지자체도 못 믿는데 부동산 PF가 말이 돼? 이런 생각이 번져나가기 시작했죠.
AAA등급 우량 기업인 한국전력공사가 발행하려던 회사채(주식회사가 사람들의 자금을 모으려고 대량 발행하는 채권)도 1,200억 원어치가 유찰됐습니다. AA등급인 과천도시공사는 전액 유찰이 되고,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PF까지 8,250억 원 차환에 실패했는데요, 10월 27일 기준, PF 만기를 하루 앞두고 극적으로 차환 발행에 성공했다 합니다. 차환은 새로운 빚을 내서 원래 있던 빚을 갚는다는 뜻으로, 공사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사업비 대출 만기일을 연장하려는 겁니다.
부랴부랴 기획재정부에서는 시장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50조 원 플러스알파 규모로 확대해 운영하겠다 하고, 산업은행이나 신용보증기금 등이 운영하는 회사채 구매 한도를 8조 원에서 16조 원으로 2배 확대하겠다고 밝혔어요. 한편,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은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와 관련된 부동산 PF 시장 위축에 대해 `큰 문제 없다`는 입장이에요. 모든 은행이 리스크를 관리 중이고, 덕분에 부동산PF 대출 리스크도 제한적이라는 것이죠.
이렇게 정부에서도 대응하고, 금융권에서도 마냥 어둡게 바라보고만 있진 않은 상황. 그래도 지방자치단체 채권마저 믿을 수 없다는 신뢰 문제와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은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