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비행기 타야 하나요?” 직장인 70%가 국내 여행 택한 '반전' 이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과거엔 여름휴가라 하면 비행기 티켓부터 챙겼다. 익숙하지 않은 언어, 낯선 거리, 인터넷에서 본 풍경을 직접 마주하겠다는 기대감이 사람들을 떠나게 만들었다. 그러나 2025년, 그 기대의 무게는 달라졌다. 이제 휴가는 ‘어디까지 가느냐’보다 ‘어디서 가장 잘 쉴 수 있느냐’가 기준이 되었다.<br><br>불안한 세계 정세, 고공행진하는 물가, 끝나지 않은 감염병의 기억 속에서 오늘날의 직장인은 확실한 안정과 쉼을 원한다. 데이터가 말해주는 대한민국 직장인의 여름휴가 전략, 그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 본다.

길고 먼 여정보다, 짧고 확실한 행복

휴가 기간 선호도 / 사진=엘림넷 나우앤서베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엘림넷 나우앤서베이의 여름휴가 조사 결과는 시대적 흐름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응답자 중 무려 88.9%가 여름휴가 계획이 있다고 답했지만, 이들의 선택은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이었다.<br><br>가장 선호하는 휴가 기간은 ‘3~4일’로 과반(54.2%)을 넘었고, ‘5~7일’이 26.4%, 8일 이상 장기 휴가는 5.2%에 불과했다. 무작정 길게 떠나는 여행은 줄고, 짧지만 밀도 있는 휴식이 중심이 되고 있다.

여름 휴가 계획 선호도 / 사진=엘림넷 나우앤서베이

휴가 목적지도 국내가 압도적이다. 69.6%가 국내 여행을 택한 반면, 해외여행은 19.1%에 머물렀다. <br><br>단순히 비용 때문만은 아니다. ‘안전 문제’가 해외여행을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47.6%)로 꼽혔고, ‘환율 변동’(35.3%), ‘항공료 및 숙박비 부담’(38.8%)은 그 다음이었다.<br><br>말이 통하지 않는 곳에서의 막막함(26.5%), 의료 접근성 부족(18.2%) 등 예상 밖의 변수들이 이들의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제는 불확실성 자체가 여행의 가장 큰 장벽이 된 셈이다.

해외여행도 ‘전략’이다

선호하는 여행 목적지 / 사진=엘림넷 나우앤서베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경 너머를 향하는 이들이 있다. 그 중심에는 20대가 있다. 해외여행을 계획 중인 직장인 중 30.8%가 20대였으며, 40대(21.4%), 50대(13.3%)보다 눈에 띄게 높았다.<br><br>하지만 이들의 해외여행은 모험보다는 ‘계산된 선택’이다. 주요 목적지는 ‘일본’(34.7%)과 ‘동남아시아’(29.4%)로, 비교적 가까운 거리, 저렴한 항공권, 풍부한 여행 정보가 이들을 끌어당긴다.<br><br>저비용 항공사의 활발한 운항 덕분에 항공료 부담은 낮고, 구글 지도나 번역 앱 등 기술적 도움으로 언어 장벽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이들의 여행은 불확실성을 줄인 ‘관리 가능한 모험’으로, 경험과 휴식 사이에서 영리한 줄타기를 보여준다.

결국 원하는 건 ‘쉼’

중요 요소 / 사진=엘림넷 나우앤서베이

2025년 직장인들이 여름휴가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가치는 ‘휴식과 힐링’(46.4%) 그리고 ‘자연과 경치’(41.2%)였다. 액티비티, 쇼핑, 미식 투어보다 압도적인 순위다. 그만큼 지금의 여행자들은 오감의 자극보다, 멈추고 비워내는 시간에 목말라 있다.<br><br>이는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장기화된 피로와 불안 속에서 ‘마음 건강’을 회복하려는 집단적 움직임이기도 하다. 자연은 가장 확실한 치유의 공간이고, 그 안에서의 고요한 순간은 스마트폰 속 정보보다 훨씬 더 깊은 연결을 제공한다.

제주 협재해수욕장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함께하는 사람에 대한 선호도에서도 변화가 두드러진다. 휴가 동반자를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응답이 ‘가족’(54.0%)이었다. ‘연인 또는 배우자’(26.4%)와 ‘친구’(11.0%)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br><br>그리고 ‘가족·친구와의 시간’(27.6%)은 ‘일상 스트레스 해소’(51.7%)에 이어 휴가에서 얻고 싶은 가치로 꼽혔다.<br><br>한 엘림넷 관계자는 이를 “단순한 여가 활동이 아니라, 관계를 회복하고 유대감을 재확인하는 심리적 안전망”으로 설명한다. <br><br>오랜 사회적 거리두기와 불안정한 사회 구조 속에서, 여행은 ‘나’뿐 아니라 ‘우리’를 치유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되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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