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22대 국회] 인구 300만 인천 광역시에 '고등법원'이 없다

② 100만 서명 '인천고등법원'
인천지방법원. 사진=중부일보DB

인천 시민은 헌법상의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

헌법 제27조 3항에는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인천 시민은 다른 지역에 비해 항소심을 받으려면 시간을 더 들여야 한다. 인천에서 서울까지 왕복 3~4시간을 들여야 하고, 재판 중인 사건이 포화상태인 서울고등법원의 일정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천지법, 경기 일부 담당해 포화
항소심 가면 기본 3개월 기다려야
왕복 4시간 거리 서울로 발길돌려
고법없어 회생법원 설립도 불가능

인천은 특·광역시 중 울산과 함께 유일하게 고등법원이 없다.

사실 울산 인구가 100만 명대임을 감안할 때 인구 300만 명인 인천과 비교하는 건 무리다. 인천지방법원은 인천 및 경기도 부천·김포시민을 합해 426만 명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항소심을 위해 서울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특히 인천지법에서 올라간 항소심 중 민사 본안소송만 3천여 건(2010~2020년 합계)으로 서울중앙지법, 수원지법 다음으로 많다.

항소심을 담당하는 서울고법의 관할 인구수는 1천883만여 명으로 전체 대한민국 인구의 36.5%를 차지하고 있다. 재판이 넘쳐나는 서울고법 일정 때문에 인천 시민은 다른 지역보다 평균 3개월 이상 재판 소요시간이 더 걸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등법원은 비단 재판 때문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부도·파산 등을 담당하는 회생법원의 설립도 고등법원의 존재가 선결 조건이다.

파산사건은 최근 회생이 필요한 채무자나 부도를 맞은 기업의 접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인천지역 파산사건 접수 건수는 지난해 기준 전국에서 4번째로 높다.

인천지법에도 파산부가 있긴 하지만 기업과 개인은 전문성을 이유로 서울회생법원을 찾고 있다.

인천지역의 법조 생태계가 형성되지 못하는 한계도 낳고 있다. 소위 ‘큰 사건’인 항소심을 서울에서 다루다 보니 부장급 이상 법관 출신들은 인천에 연고가 있어도 처음부터 서울에서 변호사 개업을 하고 있다.

법관 인사 역시 고등법원 중심으로 돌아가는 만큼 인천 정서를 아는 법관도 적을 수밖에 없다. 인천은 그저 서울과 가까운, 머물다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많다는 게 지역변호사들의 이야기다.

지역 법조계에서는 서구에 설치가 예정된 인천지법 북부지원에 주목한다. 여기에 인천고법 관할로 경기도 파주·고양시 등이 포함되면 재판이 넘치는 서울고법의 업무도 줄어 신속한 재판에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2020년 설치안 발의에도 묵묵무답
민주 공약 '고법 설치' 기대감 커져

지역민과 지역 법조계의 숙원인 인천고등법원은 지난 2020년 처음으로 국회에서 수면 위로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김교흥·신동근 의원이 각각 인천고법 설치안을 담은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그러나 국회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 인천지역 국회의원이 없었고 이슈를 이끌어갈 만한 거물급 정치인이 없었던 게 아쉬웠다.

2019년 설립된 수원고법 관련 법안이 2014년 국회를 통과했던 배경에는 국회의장을 지낸 김진표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경기·인천 출신 민주당 의원 전원과 법사위 간사 등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었다.

이번 제22대 국회에서는 인천고법 설치 관련 법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인천지역에서 12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지역 공약으로 인천고등법원 설치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조용주 인천지방변호사회 인천고등법원 유치 특별위원장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인천고등법원 설립에 반대할 만한 근거가 없다"며 "특히 이번에는 시장, 지역사회, 지역법조계, 정치인들이 고등법원 설립 필요성을 이야기 하는 만큼 잘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상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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