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회사에 담보맡긴 부동산 처분…대법 "사해행위 아냐"

조준영 기자 2023. 8.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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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자가 신탁회사에 담보로 맡긴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도한 것이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하지만 대법원은 신탁재산인 아파트가 A씨의 책임재산(채권자의 공동담보로 제공된 재산)이 아니라며 매매계약을 사해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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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 대법원. 2015.8.20/뉴스1


채무자가 신탁회사에 담보로 맡긴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도한 것이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해행위는 채무자의 부채를 자산보다 많아지게 하거나 부채의 정도를 심화하는 행위를 말한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신용보증기금이 채무자 A씨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부동산 매매계약에 대해 이를 취소하고 원상회복으로 가액배상을 구한 부당이득반환소송에서, '매매계약이 사해행위가 된다'고 본 원심판결을 지난달 27일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신용보증기금은 A씨에 대해 약 2억 원의 채권을 가진 채권자다.

A씨의 동생인 피고는 2004년 A씨 명의로 서울 서대문구 소재 아파트를 3억 원에 매수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A씨는 2008년 신탁회사와 이 아파트에 대한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했고, 우선수익자와 수익자는 각각 농협중앙회와 피고가 됐다. 같은해 아파트는 신탁회사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2016년 A씨는 피고에게 이 아파트를 4억5000만원에 매도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신탁사는 같은해 피고에게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쳤고, 피고는 이 아파트에 대해 2억4000만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치고 대출을 받았다.

이 매매계약 체결 당시 A씨는 별다른 재산이 없었고, 채무가 자산을 초과하는 상태였다. 이에 원고는 A씨가 피고에게 이 아파트를 매도한 행위가 원고에 대한 사해행위에 해당하다고 주장하며, 매매계약 취소와 가액배상 방법으로 원상회복을 구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이 매매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신탁재산인 아파트가 A씨의 책임재산(채권자의 공동담보로 제공된 재산)이 아니라며 매매계약을 사해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우선 이 사건 아파트는 신탁재산으로 신탁회사에게 소유권이 귀속되고, A씨의 재산권과 분리돼 독립성을 갖게 돼 A씨의 책임재산이라 할 수 없다고 봤다. 또 신탁계약상 수익자도 A씨가 아닌 농협과 피고로 지정돼있어 수익권 역시 A씨의 책임재산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채무자의 재산처분행위가 사해행위가 되려면 그 행위로 채무자의 총재산이 감소돼 채권의 공동담보가 부족한 상태를 유발 또는 심화시켜야 한다"며 "기존 채권자들의 공동담보가 감소됐다고 볼 수 없다면 그 재산처분행위를 사해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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