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21회 상하이모터쇼를 방문했다. 현대차와 기아가 이번 모터쇼에 불참했음에도 정 회장이 직접 행사장을 찾은 것은 중국의 첨단 모빌리티 기술력을 직접 확인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 대한 재도전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 7년 만의 중국 모터쇼 방문, 그 의미는?
정의선 회장이 중국에서 열린 모터쇼를 찾은 것은 2018년 베이징모터쇼 이후 7년 만이다. 현대차·기아는 중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이번 상하이모터쇼에 불참했지만, 정 회장은 상하이 국가전시컨벤션센터를 방문해 CATL 등 배터리 업체부터 모멘타, 샤오펑 등 자율주행차 기술 기업 부스를 직접 둘러봤다.
정 회장은 현대차·기아가 중국에 진출한 2000년대 초반부터 현지 모터쇼를 여러 차례 방문했으나, 2018년 베이징 모터쇼 이후로는 발길을 끊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입국 제한과 더불어, 2010년대 후반부터 현대차·기아의 중국 판매량 급감으로 인해 인도, 미국 등 다른 시장에 집중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급성장, 세계 시장 위협
정 회장의 이번 방문은 전 세계 시장을 잠식하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신기술을 직접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세계 1위 전기차 업체 BYD와 글로벌 배터리 1위 기업 CATL 등 중국 업체들의 부스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 1분기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의 CATL과 BYD가 각각 38.3%, 16.7%의 점유율을 기록해 두 회사만으로 합산 점유율 55%에 이르는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보이고 있다. CATL은 1분기 동안 84.9GWh의 배터리를 출하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2% 성장했으며, BYD는 같은 기간 37.0GWh를 출하해 무려 62%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CATL은 테슬라, BMW,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같은 주요 세계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며, 꾸준히 30%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CATL은 이번 모터쇼에서 5분간 충전하면 520km를 주행할 수 있는 배터리를 공개해 주목받았다.
▶▶ 현대차그룹의 중국 시장 재도전 전략
현대차그룹은 중국 시장에서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수출을 확대해 중국 시장 재건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최근 현대차는 중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일렉시오'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중국 시장을 겨냥한 신에너지차 6종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현대차는 중국 업체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중국향 전기차에 탑재하기 위해 중국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들과도 접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저타오 베이징현대 신임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베이징현대는 중국 시장에서 또 한 번 기적을 만들어낼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 중국 전기차 시장의 변화와 전망
중국 전기차 시장은 2025년 1월 전년 동기 대비 24.7% 증가한 46.5만 대의 순수 전기차(BEV)와 23.3% 증가한 32.5만 대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기록하며 견고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HSBC를 비롯한 주요 분석 기관들은 중국의 신에너지차 판매 증가율이 2025년에는 15~20%까지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둔화 전망에도 불구하고, 중국 전기차 시장은 '스마트화'와 '고급화'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차량 내 엔터테인먼트 기능, 운전자 지원 기술 등 스마트 기능 강화에 주력하고 있으며, 고급 소재, 프리미엄 디자인 등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에도 힘쓰고 있다.
▶▶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판도
정의선 회장의 이번 상하이모터쇼 방문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판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 세계 시장에서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도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성공 요인으로는 적극적인 투자와 기술 혁신이 꼽힌다. CATL은 비용을 낮출 수 있고 다양한 기후에 잘 맞는 나트륨 이온 배터리 같은 새로운 기술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BYD는 자사 전기차 생산 확대 전략과 함께 다른 전기차 제조사로 배터리 판매를 늘리는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 미래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향한 경쟁
세계 자동차 산업은 전동화와 스마트화라는 큰 흐름 속에서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과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이제는 글로벌 시장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시장에서의 전략을 재정비하고, 첨단 기술 개발과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의 이번 상하이모터쇼 방문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주도하기 위한 현대차그룹의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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