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새 원자잿값 최대 1.67배…내 차 가격 오른 이유 있었네
자동차 주요 원자재의 가격이 지난 2년 사이 최대 1.6배 가까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자동차 가격도 동반 상승하면서 글로벌 완성차업계가 원자재 확보를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20일 현대자동차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차량 부문 원자재인 알루미늄 가격은 1톤당 2832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평균(2480달러)에 비해 14% 오른 수치다. 2년 전인 2020년의 1704달러와 비교하면 66% 급등했다.
철광석·구리·플라스틱·스테인리스(SUS LT2T) 등 주요 원자재 가격도 2년 사이 크게 올랐다. 철광석은 2020년 대비 27%, 구리는 47%, 플라스틱은 16% 상승했다. 스테인리스의 경우 2020~2021년 내내 톤당 490만원을 유지했지만 올해 3분기 570만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모든 원자재 가격이 지난해보다 높았지만 3분기 들어 알루미늄을 제외한 다른 원자재의 가격은 소폭 하락했다. 그러나 상승폭에 비해 하락폭이 낮은 편이다. 구리와 플라스틱의 경우 각각 톤당 9000달러, 1100달러 선을 유지하면서 2020년 6100달러, 955달러에 비해 여전히 높다.
원자재 가격 급등은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한 차량 공급 부족 현상과 겹치면서 2020년 하반기부터 자동차 가격 인상을 초래했다. 국내에서는 연식 변경을 통한 가격 인상, 해외에서는 직접적인 인상 등을 통해 자동차 가격은 전 세계에서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자동차와 인플레이션을 합친 의미인 '카플레이션' 현상이 지속되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 물가 인상의 주요 원인으로 자동차 가격을 지목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에 따른 자동차 수요 하락으로 중고차 가격이 내리면서 신차 가격도 동반 하락한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주요 인상 요인이던 원자재 가격은 여전히 카플레이션 전인 2020년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현대차가 지난 13일 인도네시아 광물자원 생산 기업 아다로미네랄과 알루미늄 공급 관련 업무협약(MOU)를 맺은 것도 치솟는 원자재 가격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전동화 시장 확대에 따라 자동차 제조용 알루미늄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대외 변수에 따른 공급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알루미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아다로미네랄과 협약을 체결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현대차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업계는 이미 원자재 확보를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원자재 공급망 재편이 요구되면서 완성차업계가 전기차 및 배터리 관련 원자재를 중심으로 관련 공급 계약을 직접 맺고 있다.
테슬라와 포드는 지난 6월 호주 광산업체 라이언타운 리소스와 리튬 공급 계약을 맺었으며, 호주 BHG로부터는 코발트를 구매한다. 스텔란티스는 지난달 호주 광산업체 GME 리소스와 니켈·코발트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도 각각 호주·캐나다 업체로부터 리튬을 공급받는다.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달 6900만달러를 투입해 호주 광산업체 퀸스랜드퍼시픽메탈의 지분을 매수했으며, 지난 8월에는 미국 리벤트로부터 리튬을 선구매하고 글렌코어와는 코발트 관련 다년 계약을 맺었다.
현대차는 사내 구매·연구소·판매·재경 등 전 부문이 참여하는 '원자재협의체'를 신설해 철판류, 비철금속류, 석유화학 제품류, 귀금속류, 친환경차 소재류, 희토류 등 6대 원자재 관리 항목을 선정하고, 시황 변동 상시 모니터링과 당사 손익 영향 자동 산출시스템을 구축했다.
원자재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관련 보안 유지도 철저해졌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완성차 시장이 치열해지면서 (업체들이) 공급망이 밝혀지는 것을 굉장히 조심스러워한다"며 "(알려질 경우) 계약을 파기한다는 조항까지 요구하는 등 극도로 신경을 쓰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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