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장 아파트 vs 사업성 극대.. 동간 거리 규제 완화 영향은?

/[Remark] 주목해야 할 부동산 정보/ 최근 서울시가 공동주택 동간 간격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하여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기존 아파트 동간 거리를 새로 축소하겠다는 것이 골자인데요. 구체적인 조례 내용과 더불어 시장 반응 등을 KT에스테이트에서 살펴봤습니다.

[Remark] 서울시, 아파트 동간 거리 줄어든다

서울시에서 아파트 동간 간격이 기존보다 축소한다는 소식입니다. 얼마 전 서울시에서는 공동주택 건설 시 대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다양한 경관 창출을 위해 동간 거리 기준 개선 내용을 담은 ‘서울특별시 건축 조례’ 개정을 새롭게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해당 개정안에 따르면 ▲같은 대지에서 두 동(棟) 이상의 건축물이 마주 보고 있는 경우에는 창문 등이 있는 벽면으로부터 직각 방향으로 건축물 높이의 0.5배 ▲정동~정남~정서 180° 범위에서 높은 건축물의 주개구부 방향이 낮은 건축물을 향하고 있는 경우에는 낮은 건축물 높이의 0.5배를 띄우도록 개선할 예정이라 했는데요(상단 그림 참고). 단, 사생활 보호나 재난 상황 등을 고려해 최소 이격거리는 10m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Remark] 조례 개정 배경은?

이번 서울시의 건축법 조례 개정은 지난해 11월 국토부의 ‘건축법 시행령’ 개정으로 공동주택 단지 내 동간 거리 개선안이 발표된 이후 조례로 위임된 사항을 구체화한 것입니다. 또한, 해당 조례는 개정 즉시 적용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전까지 동간 이격거리는 기존 높은 건물 높이 0.6배, 낮은 건물 0.8배 중 긴 쪽만큼 띄어야 했는데요. 이번 건축법 조례에 따르면 동간 거리가 낮은 건물의 0.5배만 띄우면 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에 건설사에서는 아파트 동간 간격을 좁힐 수 있으므로 대지를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돼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인데요. 서울시에서는 단지 간격이 다소 좁아지는 단점이 있지만, 대신 남는 구역에 공원이나 입주민을 위한 편의시설을 지을 수 있고, 기존에 획일적이었던 형태 또한 이번 조례 개정으로 보다 창의적이고 다채롭게 바뀔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Remark] 사업성 높아지겠지만 주거 질 저하 우려

다만 수요자의 반응은 다소 부정적인 편입니다. 동간 이격거리가 줄어들게 되면 일조권이나 조망권에서 입주민들이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포털 사이트 반응이나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도 이와 관련한 우려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네티즌 중에서는 “사생활 침해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의견부터 “지금도 닭장인데 앞으로 신축들은 벌통 아파트가 되겠다”는 의견, “건설사에게만 좋은 일 시키는 격” 그리고 “아파트가 향후 기피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등 다양한 의견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모 네티즌은 “동간 이격거리가 줄어들면서 앞으로는 이젠 아파트 동간 거리가 얼마인지, 거리가 먼 곳이 더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Remark] 이격거리 감소 → 용적률 높아지면?

 실제 동간 거리가 줄어들거나 용적률이 급격히 높아지면 입주민의 조망권은 물론, 외관상으로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데요. 예를 들어 국내에서 가장 용적률이 높은 단지 중 하나로 알려진 동래3차SK뷰(949%), 송파파크하비오푸르지오(599%)나 성복역 롯데캐슬 골드타운(568%) 등의 경우, 단지 밀집도가 너무 높아 외관상으로 너무 갑갑해 보인다는 평을 들은 바 있습니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건물 간 이격거리 감소가 대형 화재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발표도 있어 화제인데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의원이 국가화재정보시스템 통계 정보를 분석한 결과 대형 화재 원인 중 ‘인접 건물 간 협소한 이격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3~2014년 1.7%에서 2021~2022년 6월 5.5%로 약 3배가량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소방청 평가나 권고를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Remark] 용적률 완화로 수익성 증가... 재건축 시 이점도

 반면, 동간 거리로 용적률이 완화되면 재건축 단지의 경우, 사업 수익성이 지금보다 현저히 높아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어 주목할 만합니다. 지난 2009년 서울시가 건축 조례를 개정하며 동간 거리를 건물 높이 1배에서 0.8배로 줄이면 용적률 증가는 약 50%, 그 절반인 0.5배로 낮추면 용적률은 무려 85%나 늘어날 것으로 나타난 바 있는데요.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평균 용적률은 1991~2000년 준공된 아파트는 254.8%, 2001~2010년 아파트는 221.6%에 달했습니다. 문제는 재건축 연한(30년)을 앞둔 1991~2000년 준공 아파트입니다. 이들 아파트의 경우, 용적률을 300%로 올려도 사업성이 좋지 않아 향후 재건축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을 경우, 지역 주거 개선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에 수많은 단지들은 재건축 시 동간 거리나 용적률 완화를 통해 사업 진행을 더 원활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는데요.

이처럼 동간 거리 완화는 무엇이 더 좋다, 나쁘다라고 분리해서만 생각할 순 없는 문제입니다. 정부 역시 규제 완화만 동시에 입주민들이 우려하고 있는 공개공지 확보, 공원 또는 교육 시설 등의 확충으로 주거 질을 높이기 위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사업 수익성과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주거 질도 높은 주거시설이 보다 다양하게 늘어나기를 기대해봅니다.

/[리마크]주목해야 할 부동산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