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4명중 1명 “재산, 내가 다 쓰고 가련다”… 新노년의 등장

박경민 기자 2024. 10. 17.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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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에게 손 벌리기 싫으니 뭐라도 해야죠."

보건복지부가 16일 발표한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선 박 씨처럼 노후에 일하면서 자녀에게 의존하지 않고 독립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임을기 복지부 노인정책국장은 "베이비붐 세대는 재산을 상속하기보다 본인들이 더 사용하고 대신 자녀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가치관을 가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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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 은퇴후 노인 ‘세대교체’
소득-교육수준 높아지며 가치관 변화
1인가구 비율 3년새 20%→33%
“정부-지자체 돌봄기능 강화 필요”
“자식들에게 손 벌리기 싫으니 뭐라도 해야죠.”

16일 오후 1시경. 서울 중구 무교동 음식문화거리 입구에서 광고 전단을 나눠주던 박모 씨(70)는 “가정주부였는데 아이를 다 키운 후 7년 전부터 전단 배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남편과 함께 모은 재산이 없는 건 아니지만 수입이 있어야 누구에게 기대지 않고 노후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가 16일 발표한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선 박 씨처럼 노후에 일하면서 자녀에게 의존하지 않고 독립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은퇴 후 대거 노년층에 편입되면서 자산과 교육 수준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서 달라진 가치관을 지닌 ‘신(新)노년층’이 등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평균 소득 자산 크게 늘어

복지부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가구의 연소득은 2020년 평균 3027만 원에서 지난해 3469만 원으로 14.6% 증가했다. 또 같은 기간 금융 자산은 3213만 원에서 4912만 원으로 52.9%, 부동산 자산은 2억6183만 원에서 3억1817만 원으로 21.5% 늘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조사를 시작한 2008년 이후 노인 소득과 자산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특히 금융 및 부동산 자산 증가 폭은 최근 3년이 가장 컸다”고 했다. 이 조사는 3년 주기로 실시되는데 지난해는 9∼11월 1만78명을 방문 면접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경제적으로 자립한 노인도 늘었다. 복지부가 지난해 9∼11월 65세 이상 1만7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일을 하고 있다’는 비율은 39%에 달했다. 일하는 노인 비율은 2014년 28.9%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신노년층의 등장은 상속에 대한 가치관도 바꾸고 있다. ‘재산을 자신과 배우자를 위해 쓰겠다’는 응답은 24.2%로 2020년(17.4%)보다 6.8%포인트 늘었다. 반면 ‘장남에게 더 주겠다’는 비율은 13.3%에서 6.5%로 반 토막이 났다. 임을기 복지부 노인정책국장은 “베이비붐 세대는 재산을 상속하기보다 본인들이 더 사용하고 대신 자녀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가치관을 가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 “1인 가구 돌봄 강화해야”

건강 상태도 다소 개선됐다. 우울증상 비율은 2020년 13.5%에서 지난해 11.3%로 줄었고, 낙상사고 경험 비율은 같은 기간 7.2%에서 5.6%로 소폭 감소했다. 최근 한 달 동안 외래진료를 이용한 비율도 70.6%에서 68.8%로 줄었다.

스스로를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연령은 2020년 70.5세에서 지난해 71.6세로 1.1세 상승했다. 또 노인의 79.1%는 노인 기준을 묻자 ‘70세 이상’이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평균 자산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빈곤층 비율이 유지되고, 1인 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1인 가구 비율은 32.8%로 2020년 조사 대비 13%포인트 늘어난 반면에 자녀와 함께 사는 비중은 10.3%로 9.8%포인트 줄었다. 그런데 1인 가구의 경우 ‘건강하다’고 답한 비율이 34.2%로 부부 가구(48.6%)에 비해 크게 낮았다. 또 우울감이나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비율도 많게는 2배가량이나 됐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돌봄이 필요한 노인 1인 가구 증가세가 가속화되는 상황”이라며 “가족 돌봄에 의지할 수 없는 경우가 늘어나는 만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돌봄 기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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