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객'인데 김건희 여사 혼자 봤다?"…'청와대 공연'논란 전말 알고보니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한국정책방송원(KTV)의 국악 방송 프로그램 녹화를 김건희 여사가 단독으로 관람했단 보도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JTBC는 '뉴스룸'을 통해 지난 3일 '무관중 녹화라던 8600만원 국악공연장… 꽃장식 관객석에 '김 여사' 있었다'는 제목으로 김 여사가 프로그램 녹화를 혼자 관람한 것처럼 보도한 바 있다. 4일에도 추가 보도로 '"녹화 중간에 들른 것" 해명했지만… 출연자들 "시작부터 김 여사 있었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문체부 및 KTV 해명과 머니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JTBC 보도내용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 아울러 JTBC 보도에 대한 KTV의 해명과정에서 생략된 부분이 오해를 불러일으킨 측면이 있었다.
해명 과정에서 당시 행사에 대한 오해를 막기 위해 꼭 들어갔어야 할 설명은 "애초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주한 외교관들 기업 대표들 혹은 문화계 인사들과 함께 방송 녹화 현장에 오는 것으로 행사 계획을 짰다"는 것이었다. 녹화 계획 초안에는 'VIP'라는 표기로 대통령 내외가 현장에 올 것을 전제로 한 내외빈 자리 배치 등이 준비돼 있었다.
초안에는 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주한 외국 대사 등 외교관들과 기업 대표 등 30여명이 내빈으로 표시돼 있었다. 다만 초안도 외교관들을 초청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문화계 인사 초청 등으로 나중에 여러 버전으로 바뀌었다.
JTBC가 보도 화면에 활용한 서류 이미지는 당시 KTV 내부에서 작성했던 계획 초안들이다. 따라서 당연히 해당 서류엔 'VIP'라는 표시와 함께 대통령 내외가 앉을 자리배치가 표시돼 있었다.
원래는 대통령 내외와 외국 대사 그리고 주요 기업 대표들 혹은 문화계 인사들이 오기로 했던 행사였다가 결론적으로 김 여사만 방문하면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앞서 문체부는 당시 부산 엑스포 유치 기원, 청와대 개방 기념 등의 취지를 담아 기획한 방송 프로그램이었고 엑스포 유치 기원이라는 취지를 고려해 주한 외국 대사 등 외국인들을 내빈으로 초청할 계획이었으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로 내빈 초청이 취소됐다고 밝힌 바 있다. KTV 특집방송 제목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기원, 얼쑤! 신명나는 우리 소리'였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수백명의 사상자를 내고 수천명을 납치했고, 이에 이스라엘이 보복에 나서는 등 중동 전쟁 발발 위기로 유가가 뛰고 국제사회가 긴장에 휩싸인 바 있다. 원래 KTV 계획상 녹화일은 10월 11일이었다가 10월 31일로 변경됐다.
따라서 당시 KTV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국제적 긴장 관계가 지속되면서 자숙 분위기 등을 고려해 주한 외국 대사 등을 초청하려던 계획을 포기해야 했다. 대신 문화계 인사들 20여명을 초청하는 것으로 바꿨다가 결국엔 무관객 녹화로 계획을 변경했다.
초청 내빈을 외국 대사들에서 국내 문화계 인사들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대통령 내외 참석을 전제로 녹화시작 전 환담시간도 계획에 추가됐었지만 무관객으로 변경되면서 환담 일정을 포함한 문화계 인사 초청도 취소됐다.
따라서 당시 녹화일에는 외국 대사 등은 물론이고 문화계 인사 그리고 대통령 내외는 오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었다. 그런데 당일 김 여사가 갑자기 녹화 중간에 방문했고, 방문 소식은 KTV와 문체부 고위 관계자만 공유했고 현장 녹화 관계자들에게는 따로 알리진 않았다. 대통령 내외 동선에 대해선 미리 알리지 않는 경호 프로토콜에 따르면 이는 당연한 과정이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김 여사는 녹화가 시작된 지 10여분 뒤에 현장에 도착했다. 전체 녹화 분량은 50분에서 1시간 가량이었다.
JTBC는 4일 보도에서 일부 출연자 인터뷰를 통해 "녹화 시작부터 김 여사가 있었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관계자 증언이 더 많다.
사회를 맡았던 이재용 프리랜서 아나운서, 현장 무대 감독이었던 외주제작사 박종현 PD와 서장석 PD 그리고 현장에서 김 여사를 직접 맞이해 관람 내내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하종대 전 KTV 원장 등이 "녹화가 시작할 때 대통령 영부인은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김 여사가 '녹화 중에 현장에 도착했다'는 사실에 대해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이재용 아나운서는 "행사 MC는 항상 주요 인사 소개 여부를 신경쓴다"며 "녹화 중에 들어와서 조용히 앉으셨는데, 녹화 방송이기 때문에 소개를 위해 잠시 끊고 가야 하나 생각했지만 '방해 안 되게 조용히 계시다 가실 것'이라고 스태프가 알려줘, 소개 없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박종현 PD는 "시작 때 안 계셨고, 일정한 시간이 경과한 시점에 오셨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서장석 PD도 "녹화를 하던 중 김 여사가 오신 걸 알았다"고 밝혔다.
JTBC 보도 화면 속에서도 김 여사가 앉은 테이블 옆 테이블에 앉았던 것으로 나왔던 하종대 전 KTV 원장은 "김 여사는 공연이 시작되고 난 이후 들러 끝까지 녹화를 지켜봤다. JTBC 보도대로 김 여사를 위한 공연이었다면 김 여사가 도착한 후 녹화를 시작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KTV는 이번 논란에 대해 "의미 있는 프로그램의 녹화 현장에 방송사 고위 관계자 또는 외부 인사가 격려차 방문하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라며 "JTBC는 KTV의 방송 녹화 현장에 영부인이 단순 방문한 사실을 마치 KTV가 거액의 예산을 들여 영부인을 위한 공연을 기획한 것처럼 시청자가 오해할 수 있는 보도를 함으로써 KTV 및 문체부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KTV는 언론중재위원회에 관련 보도들에 대해 이미 제소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논란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KTV가 대통령 내외를 포함한 계획을 짰다가 포기했던 건 별개로 하고 만약 김 여사가 혼자 방문한 게 아니라 대통령 내외가 함께 혹은 윤 대통령 혼자만 사전 예고없이 깜짝 방문했더라면 지금처럼 논란이 됐겠느냐"면서 "대통령 내외 둘 중 누구라도 문화예술 행사 현장을 방문해 격려하는 건 문제가 될 일이 아니고 오히려 해야 할 일 중 하나다"라고 평가한 뒤 "내외가 함께 방문하지 않고 김 여사 혼자 갔던 걸 과도하게 문제 삼는 건 최근 정치 이슈와 결부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KTV가 대통령 내외 관련 사안이라 국정감사를 앞둔 야당 국회의원실의 자료요구에 소극적으로 답하면서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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