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가 너무 힘들다면, ‘유전적 요인’일 수 있어

- 똑같이 먹고 운동해도 유전자에 따라 성과 다를 수 있어
- 성과 더디다고 해서 스스로에게 가혹해지지 않기를

‘누가 어떤 방법으로 몇 kg를 감량했다더라. 그런데 두 달 밖에 시간이 안 걸렸다더라’

다이어터의 한 사람으로서,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종류의 이야기들이다.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고리즘에게 들켜버린 덕분에, 체중 감량에 관한 콘텐츠는 어떤 식으로든 내게 도달하곤 한다. 특히 연예인들이 어떤 식단, 어떤 운동으로 어느 정도 감량했다는 이야기는 적어도 이틀에 한 번 꼴로 보는 듯하다.

누군가에게 효과적이었던 다이어트 방법이, 나에게도 효과적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오늘도 하루하루 묵묵히 운동을 위해 집을 나선다. 하루 고작 30분에서 1시간 남짓이지만, 꾸준히 하는 것만이 지름길이라는 격언을 되새기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어들 기미가 없는 체중계를 보며 한숨을 쉰다. 아니, 때로는 도리어 체중이 늘어날 때도 있다. 매일 치킨을 먹는 것도 아니고, 주에 3~4회씩 술을 마시는 것도 아니다. 남들보다 좀 더 많이 먹는 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밥 두세 그릇에 고기 3~4인분을 먹어치우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효과는 지지부진이다. 이쯤 되면 클리닉을 찾아가봐야 하나 고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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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도 유전의 영향을 받는다

‘체질’이라는 표현을 흔히 쓴다. 글자 그대로 보자면 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특성을 나타낸다. 신체 구조, 체형, 대사 속도, 면역력과 같은 것, 혹은 성격이나 감정, 특정 상황에서의 반응이나 행동방식 등을 나타내기도 한다.

쉽게 쓰는 이 단어는, 유전에 의한 선천적 영향과 환경에 의한 후천적 영향으로 만들어지곤 한다. 체중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체질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체중 감량이 더딘 것 역시 유전적 요인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본인처럼 체중 감량이 유독 어려운 사람이 있다면, 유전적 요인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관련된 연구들에 따르면, 체중과 지방 분포, 대사 속도는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유전자는 지방 세포의 크기와 수를 조절하는 데 영향을 미치며, 또 어떤 유전자는 대사 속도에 영향을 미쳐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전혀 다른 체형이 되는 데 기여한다.

이는 다이어트 방법과 그에 따른 효과에도 큰 차이를 부른다. 누군가는 특정 식단이나 운동법으로 빠른 시일 내에 큰 감량 효과를 얻는다. 반면 누군가는 똑같은 식단과 방법을 따라도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기도 한다.

똑같은 8주 운동에 최대 10kg 감량 차이

영국 에식스 대학의 연구팀은 20~40세의 남녀 38명을 모집해 소규모의 운동 연구를 실시했다. 모든 참가자는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을 무작위로 나눠 두 개의 그룹을 만들었다. 하나는 8주 간의 지구력 프로그램(운동)을 수행할 그룹, 다른 하나는 대조를 위해 본래의 일상생활을 따를 그룹이다.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기 전, 모든 참가자는 12분 동안 얼마나 달릴 수 있는지를 테스트한 다음, 현재 체중 및 체질량 지수(BMI)를 측정했다. 초기 체력 수준을 측정하고 연구 기간 동안 어느 정도 변화를 보이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측정 결과, 모든 참가자는 달리기 능력, 체중, BMI가 비슷한 수준이었다.

운동 그룹은 주중 하루를 정해서, 20~30분씩 3번을 달리는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8주 간의 프로그램을 실시한 후, 운동 그룹에 속한 사람들은 평균 2kg 정도의 체중을 감량했다. 대조군은 평균 2kg 정도 체중이 늘었다. ‘고작 2kg’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주 1회 운동에 식단을 전혀 바꾸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성과라고 봐야 한다.

문제는 이 2kg라는 성과가 ‘평균’이라는 것이다. 실제 운동 그룹의 개별 성과에서는 상당한 편차가 있었다. 가장 적게 감량한 참가자와 가장 많이 감량한 참가자의 성과 차이는 무려 10kg에 달했다. 표본의 수가 많지 않다는 것을 고려하면 실제로 대부분의 참가자는 2kg보다 적게 감량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편차다.

‘특정 유전자’가 감량 정도에 기여

연구팀은 8주 프로그램이 끝난 후 DNA 검사 키트를 활용해 개인별 유전적 특성을 평가했다. 비슷한 수준이었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그 결과값의 편차가 너무 크다. 연구팀은 이를 두고 ‘체중 감량과 유전자 사이의 상관관계가 있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유전 특성을 분석한 결과, 체중, 신진대사, BMI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의 수가 많을수록 체중 감량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는 점을 확인했다. 예를 들어, PPARGC1A 유전자는 운동 중 신진대사와 지방을 에너지로 사용하는 데 기여한다. 8주 운동으로 1.5kg 이상을 감량한 모든 참가자는 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다. 반면, 그 이하를 감량한 사람은 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연구팀은 2021년 「플로스 원(PLOS ONE)」에 게재된 논문을 인용하며, 자신들의 연구 결과가 해당 논문과 같은 결론을 가리키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위 논문은 개별 유전자와 체중 감량 사이의 연관성에 초점을 맞췄다. 에식스 대학 연구팀의 연구는 14개의 다른 유전자가 지구력 운동을 통한 체중 감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스스로에게 가혹해지지 말라

결론은 간단하다. 어떤 사람들은 체중 감량이 더 쉬운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지인 중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사람’을 알고 있다면, 그 사람은 체중 감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가 더 많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이른바 ‘살이 잘 빠지지 않는 유전자’를 타고났다고 해도, 이미 타고난 것을 바꿀 도리는 없다. 전문 클리닉에 가서 자신의 유전자를 확인한다 해도,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가슴에 손을 얹고 다이어트를 위해 최선을 다해보았노라 생각하는가? 그럼에도 효과가 너무 더디다고 느꼈는가? 그렇다면 아마도 당신의 잘못이 아닌 유전자의 잘못일지도 모를 일이다.

본인 역시 ‘살이 잘 안 빠지는 사람’ 중 하나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다.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해지지 말라는 것. 다이어트가 유전적인 요인과 관련이 있음을 이해하는 것, 올바른 다이어트 방법을 찾는 것, 그리하여 적절한 수준의 체중을 유지하는 것. 모두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다이어트라는 것은 우리 삶의 일부이지, 모든 삶을 결정하고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체중 감량과 관리는 평생 가져가야 할 숙제와 같다. 그 과정은 스스로를 이해해나가는 여행길과 같다. 남들이 정답이라 말하는 방법이 아닌, ‘나에게 잘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 길인 것이다.

삶의 속도는 스스로 정하는 것이다. 그 삶의 일부에 불과한 다이어트 역시 마찬가지다. 당장의 숫자 때문에 침울해져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해지지 말자. 오늘 하루하루를 건강하게 살았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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