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회사, 중국에 안 판다”…고려아연 “막판에 패 공개”

윤성민.최선을 2024. 9. 28.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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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 어디로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시한을 일주일 앞두고 영풍·MBK파트너스(MBK)와 고려아연의 기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결국 대항공개매수에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고려아연은 MBK의 공개매수 시한이 임박해 승부수가 될 ‘패’를 내놓기 위한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강성두 영풍 사장은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대항공개매수를 적극적으로 준비할 수밖에 없다고 보지만, 최 회장 쪽은 저희처럼 (이익) 구조가 잘 안 나온다”며 “우린 경영권이 있는 주식인데 반해 최 회장 쪽은 경영권 없는 주식이라 누가 더 비싸게 사줄까 싶다”고 말했다.

강성두 영풍 사장(테이블 오른쪽)이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시스] [그래픽=남미가 nam.miga@joongang.co.kr]
영풍·MBK가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지분이 최대 48%까지 늘어나고, 이 주식은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시장 가격보다 비싸게 팔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최 회장은 우군을 동원해 대항공개매수에 나서도 소수 지분밖에 살 수 없고, 이 주식은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는 주식이라 시장 가격 수준에 팔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강 사장은 “(영풍은) 짧게는 7~8년, 길게는 10년 동안 기업을 키워나가겠다”고 강조하며 “향후 주가가 100만원, 120만원을 갈 수 있기 때문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팔면 (비싼 가격에 사 당장 손해로 보이는 부분은) 보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매각 우려에 대해선 “저와 김광일 MBK 부회장이 회사에 존재하는 한 고려아연을 중국에 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시한(다음 달 4일) 막판까지 상황을 지켜볼 계획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공개매수는 마지막 이틀 사이에 결정된다고 봐야 하는데 이때 거래량이 급등하고 주가 변동성이 커져서 마지막까지 상황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MBK가 공개매수 시한이 임박해 공개매수가를 높일 수 있어 고려아연은 미리 대항공개매수를 위한 패를 공개하지 않을 계획이다. 휴일을 고려하면 공개매수 시한까지 3영업일 남았지만, MBK가 공개매수가를 변경하면 공개매수 기간은 10일 늘어난다.

최윤범 회장은 마지막 패를 준비하기 위해 글로벌 사모펀드를 비롯해 국내 기업인들을 접촉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사모펀드 중에서 고려아연 경영권 방어 투자와 관련해 투자심의위원회를 열고 투자 여부를 논의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국내 기업인 중엔 평소 친분이 있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을 만나 경영권 방어 투자를 부탁했다고 한다. 다음 주 최 회장 우군의 움직임에 따라 고려아연과 영풍·MBK 공개매수 대결의 방향은 달라질 전망이다.

어떻게 결론이 나든 영풍·고려아연 75년간의 공동경영은 막을 내리게 된다. 영풍과 고려아연은 1949년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영풍기업사’를 공동 창업한 이후 75년간 공동경영해 왔다. 1974년 고려아연 창립 뒤 고려아연은 최씨 가문이, ㈜영풍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가문이 맡는다는 전통을 유지해 왔다. 이는 창업주 2세인 장형진 영풍 고문과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 대에도 유기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독특한 지배구조가 버거운 유산이 됐다. 고려아연은 최 회장이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지만, 최대주주는 영풍이다.

이런 상황에서 창업주의 손자인 최윤범 회장이 2022년 고려아연 회장에 오르면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최 회장은 2차전지 소재·신재생 에너지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고, 이 과정에서 현대차와 한화·LG 등 외부와 손을 잡기도 하면서 장씨 일가와 갈등이 생겼다. 고려아연이 현대차 등에 제3자 유상증자를 하면 장씨 가문 지분율이 줄어들고, 최 회장에 대한 우호 지분율이 늘어난다. 재계에선 창업 3세대에 이른 만큼 공동경영 체제가 끝나가는 상황으로 봤다.

이번 사태가 마무리되더라도 고려아연의 계열 분리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 같다. 공정거래법상 계열 분리를 위해서는 주식 보유 비중을 상호 3% 미만으로 줄여야 하는데 지분 경쟁이 계속되는 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분은 함께 갖고 있지만 공동경영도 공동 사업도 안 하는, 말하자면 ‘별거 상태’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윤성민·최선을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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