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마을의 한적한 분위기를 닮은 정원

보타니컬 스튜디오 삼의 정원이야기 (6)

모든 것이 잠시 멈췄던 코로나 시기, 특히 여행에 대한 니즈는 점점 커지는 데 반해 호텔, 리조트 등 사람이 모일 수밖에 없는 형태의 숙박업은 거의 불가능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독채 숙소 개념의 ‘스테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공간사업이 번창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관광지보다는 한적한 시골 마을의 빈집을 수선하거나 깊은 산 속 혹은 상업시설이 많지 않은 곳에 독특한 형태의 단독 건물을 지어 숙소 안에서 휴가를 즐기곤 했다.

정리 남두진 기자│글 자료 보타니컬 스튜디오 삼

Info
위치
강원 양양군 현북면
면적 약 195㎡(입구+house A+house B)
기간 2021년 10월 ~ 2022년 3월
협업 스테이 아키텍츠
입구, house A, house B 각 부분에 나눠진 조경 영역

2021년 무더웠던 여름의 어느 날, 강원도 양양의 한 바닷가 마을에 독채 숙소를 짓고 있다는 고객의 전화를 받으면서 ‘호미양양’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이미 건물을 짓고 있는 단계였고, 고객이 직접 여러 조경회사를 찾아보던 중 우리를 알게 된 것이다.
스테이 호미양양은 관리동이 있는 ‘입구 공간’과 4인 고객을 위한 ‘house A’, 2인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house B’로 총 3개의 영역으로 구성된다. 입구 공간에 있는 작은 정원 공간들을 지나 각 동으로 들어갈 수 있고 A, B동 각각 현관문 앞의
작은 화단과 숙소 내부에서 통창 밖에 있는 데크와 연결된 마당이 있는 구조다. 두 개 동의 마당은 서로에게 시선이 닿지 않도록 높은 담장으로 구분되지만 하부에 조성된 수공간에 직사각 형태의 작은 창문이 있어 동시에 이어지기도 한 독특한 공간이다.
고객과 건축사사무소에서 요구한 정원 분위기는 화려한 색의 꽃이 피기보다는 사계절 내내 차분한 톤이 유지되면서 각 동의 마당은 지형의 높낮이에 차이를 두며 입체적으로 보이길 바랐다. 건물 외벽은 옅은 회색과 흰색에, 지붕은 도장이 되지 않은 철재이다 보니 그 요구사항이 단번에 수긍됐다.

관리동이 위치한 입구는 호미양양의 첫인상으로 다간형 단풍나무 한 그루를 임팩트 있게 심었다.
실내에서 바라본 조경 모습

군데군데 흩어진 영역에 맞춰 조성한 정원
조경공사 착공은 12월에 이루어졌다. 건물 사이사이 정원이 만들어질 공간이 흩어져 있었기에 식물에게 가장 중요한 흙을 채우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인력으로 운반할 수 있는 공간은 건축에서 작업해 놓은 포장 영역을 꼼꼼하게 보양한 후 손수레를 이용해서 날랐으며, 이동 동선이 나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채워야 하는 흙의 양이 많은 각 동의 마당에는 크레인을 이용해서 흙과 자재를 양중했다. 그 이후에 1차 포장공사(자연석 놓기, 판석 깔기) - 식재공사(교목, 관목, 그라스, 초화) - 조명 작업 - 2차 포장공사(자갈 깔기) 순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호미양양의 상징인 입구 공간에는 안정적인 수형을 가진 단풍나무를 심었다. 단 한 그루를 심었기에 기둥이 하나인 외대보다는 아래에서부터 여러 갈래로 갈라진 다간형인 것을 찾아 심었다. 나무 아래에는 겨울에도 푸른 잎을 가지고 있는 유카와 에베레스트 사초 그리고 바람이 불 때 가느다란 잎이 흔들려 더 매력적인 털수염풀 등 세 종류의 식물만 심어 깔끔한 분위기로 조성했다.
주차장 뒤의 낮은 담장 아래 네모난 공간은 다소 야생적인 분위기를 돋우고자 깬 돌로 마감한 후 숲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친 질감의 식물을 심었다. house A와 house B동으로 들어서는 길목에 있는 작은 반음지 공간에는 자연석과 이끼 그리고 그늘에서도 잘 살 수 있는 한라백당나무, 호스타, 휴케라 등을 심었다.

사구와 같이 높낮이를 조성하고 식물 종류와 식재 위치를 활용해 전체적으로 경계 없이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연출했다.
사구와 같이 높낮이를 조성하고 식물 종류와 식재 위치를 활용해 전체적으로 경계 없이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연출했다.

뷰를 고려한 정원 계획
숙소동 내부에서 통창을 통해 보이는 마당은 메인이 되는 나무를 제외하곤 두 개의 동을 통일감 있게 조성했다. 바닷가의 사구砂丘에서 형태를 가지고 와서 곳곳에 작은 언덕을 만든 후 그 사이는 평지로 조성해 숙박객이 걸을 수 있도록 계획했다. 이때 경계제를 따로 설치하지 않고 왕마사(대립)로 전체를 마감해 입체적이면서도 전체가 하나의 모습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었다.
마당 한쪽에는 야외가구를 놓을 수 있는 콘크리트 포장 공간을 건축팀에서 조성했다. 숙박객이 이곳에서 머무르는 동안 마당에 나와서 즐기는 시간도 있지만 다른 계절에는 실내에서 바라보는 경관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에 내부에서 보이는 풍경을 세심하게 고려해 가며 식물 위치를 잡았다.
A동은 층층나무를, B동은 산딸나무를 메인 교목으로 결정했다. 두 나무 모두 양양의 관광 성수기인 6∼8월에 흰 꽃이 피는 수종이다. 그 외에 봄에 노란색 꽃이 피는 산수유를 두 개의 동에 공통으로 심었다. 낮은 나무(관목)로는 이른 봄에 흰 꽃이 피는 설유화와 장미조팝나무를 비롯해 여름에 자주색 잎이 매력적인 분홍색 꽃이 피는 자엽중산국수나무 그리고 가을에 단풍 든 잎이 멋진 콤팩트화살나무를 독립으로 심었다. 이 외에도 억새(사라반드), 수크령(리틀버니, 리틀키튼), 에베레스트 사초, 감둥사초, 풍지초, 털수염풀과 같은 벼과·사초과 식물을 듬성듬성 심었다.

건물과의 톤앤매너를 맞춰 너무 튀어 보이지도 그렇다고 비어 보이지도 않는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연출하고자 세심한 조경 설계가 이뤄졌다.
건물과의 톤앤매너를 맞춰 너무 튀어 보이지도 그렇다고 비어 보이지도 않는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연출하고자 세심한 조경 설계가 이뤄졌다.

너무 풍성하지도 비어 보이지도 않게 수종 선택
호미양양의 모든 공간에 공통으로 심은 세 가지 사초 중 하나인 에베레스트 사초는 미세하게 흰 줄무늬가 있고 약간의 푸른빛을 띠며 겨울에도 초록색을 가지고 있는 상록수종이다. 약간의 넓은 잎에 중간 정도의 질감(아주 거칠거나 아주 부드럽지 않은)을 가진 식물이다. 크게 자라지 않아 개인 주택 규모의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자주 사용하곤 한다. 반면, 감둥사초는 산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의 풀로 꽃이 피는 식물의 배경이 되는 수종이다. 그런 이유로 화단에 식재를 구성할 때 적절하게 함께 심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털수염풀은 우리나라 고온다습한 여름에는 적합하지 않은 수종 중 하나이지만 화단 내 부드러운 질감을 주는 대표적인 식물이다. 입자가 굵은 흙에 심어 배수가 원활하다면 여름에 녹아내릴 걱정이 없고 금방 모양을 잡아 어느샌가 존재감 있는 정원식물이 되는 수종이다. 특히, 이른 봄부터 여름에는 연두색이었던 잎이 가을에는 엷은 노란색으로 변하면서 정원에서 계절감을 주기도 한다.

건물과의 톤앤매너를 맞춰 너무 튀어 보이지도 그렇다고 비어 보이지도 않는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연출하고자 세심한 조경 설계가 이뤄졌다.

이처럼 배경이 되는 식물 사이사이에는 흰색, 연보라색 등 아주 화려하지 않은 색의 꽃이 피는 수종을 선택해 심었다. 계절별로 소소하게 꽃이 피어나도록 냉초, 층꽃, 솔정향풀, 잉글리시라벤더로 결정했다.
또한 조경 공간을 설계하고 식재 작업을 할 때에는 건축물의 톤앤매너에 맞춰 화려하거나 너무 풍성하지도 않도록 했다. 그렇다고 너무 비어 보이지도 않도록 식물 수량과 식재 위치를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프로젝트다.

보타니컬 스튜디오 삼
보타니컬 스튜디오 삼(森)에서는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루듯 다양한 생각을 모아 숲과 같은 ‘건강’한 생태계가 있는 정원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클라이언트의 생각을 귀담아 들은 후 많은 고민을 하며 정원과 사람이 ‘건전’한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정원을 만들고 있다.
www.botanicalstudiosam.com 010-4180-05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