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M] "그 누구한테도 말 못 해"‥5.18 성폭력 피해 44년 만의 증언
[뉴스데스크]
◀ 앵커 ▶
계엄군의 대검에 찔려 자궁을 잃고, 화장실에서 성폭행을 당하고 어디 먼 나라 얘기가 아니라 과거 국내에서 벌어진 일들입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있었던 이러한 성폭력 피해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진상조사 결과 보고서가 작년 말 나왔지만 후속 조치는 없었는데, 피해자들이 모여 목소리를 내기로 했습니다.
이지은 기자가 집중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군부 독재에 저항하는 시민들을 무차별 구타한데 이어 집단 발포까지 벌어지던 1980년 5월.
당시 18살 김복희 씨는 계엄군의 총에 남자친구를 잃었습니다.
김 씨는 전남도청에서 끝까지 남아서 저항하다가 상무대로 연행됐습니다.
옷이 벗겨진 채 구타를 당하며 조사를 받았습니다.
잠시 도망치듯 갔던 화장실에선 인솔했던 군인한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김복희 (63세)/5·18 성폭력 피해자] "안 죽고 살아나왔는데, 연행돼서 조사받는 과정이나 굉장히 힘들었지. 상무대에서 제가 두 번 까무러친 것 같아요."
그동안의 진상조사 과정에서도 성폭력은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내 잘못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기까지 40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김복희 (63세)/5·18 성폭력 피해자] "우리 잘못이 아니고, 국가폭력에 의해서 우리가 이러했다는 것을 명백하게‥"
당시 23살이던 이남순 씨는 출퇴근길이던 금남로에서 계엄군의 진압을 목격했습니다.
[이남순 (66세)/5·18 성폭력 피해자] "꿈은 하나밖에 안 꿔. 시체 닦고, 찾으러 다니고‥학생들 한 명이라도 더 어디 고랑에 빠져 있나 이런 거 찾으러 다니고‥"
학생들 집결지였던 YMCA 건물에서 끌려 나와 군용 차량에 오르던 순간, 계엄군의 대검에 엉덩이부터 성기까지를 찔려 기절했습니다.
제대로 치료도 못 받고 한 달 동안 수감돼 자궁과 난소를 잃었습니다.
[이남순 (66세)/5·18 성폭력 피해자] "하혈은 계속하지. 쓰레기통에서 붕대 주워다가 이렇게 쓰고 살았어. 그 누구한테도 말해본 적이 없어. 형제간한테도 부모한테도‥"
5.18 조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성폭력 피해자 16명에 대해 진상규명 조치를 내렸습니다.
처음으로 국가 폭력으로 인정됐습니다.
하지만, 피해 배상이나 지원 같은 후속 대책은 없습니다.
피해자들이 직접 '열매'라는 단체를 만들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섰습니다.
[이남순 (66세)/5·18 성폭력 피해자] "우리도 얼마 안 남은 생이거든. 열매가 맺어지는 날까지는 가봐야지."
5.18 성폭력 피해자들은 오는 30일 국회에서 증언대회를 열고 후속 대책 마련을 촉구할 예정입니다.
MBC뉴스 이지은입니다.
영상취재 : 한지은 / 영상편집 : 박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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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한지은 / 영상편집 : 박초은
이지은 기자(ezy@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641084_365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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