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소땐 ‘수십만원 위약금’… 예비부부 등치는 예식장
상담비용 명목으로 ‘수수료’ 요구
공정위 표준 약관에 어긋난 계약
피해구제 신청건수 5년 새 ‘3배↑’
“권고보다 높은 구속력 방안 필요”

신혼부부들이 예식장이 자의로 정해 놓은 ‘위약금’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 관련 규정상 식을 취소하는데 위약금을 물 수 없게 되어 있으나 예식장이 상담 비용 등을 명목으로 금전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안양시에 사는 A(32)씨는 내년 결혼을 앞두고 이달 초 경기 남부에 있는 한 예식장과 계약을 맺었다. 이후 개인 사정이 생긴 A씨는 일주일 만에 취소 의사를 밝혔지만, 계약금에서 40만원을 제하고 남은 돈만 돌려줄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예식, 식장 정보 등을 상담한 비용을 위약금으로 청구한다는 명목이었다.
그는 “계약 당일 예식장에 관해 간단한 정보를 들은 게 전부인데, 부담이 지나치다”고 말했다.
A씨가 수십만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내게 된 것은 ‘계약일 이후 한 달 이내로 해지 의사를 밝힐 경우 40만원 취소 수수료가 발생한다’는 내용 때문이다. 계약 직후 바로 취소 의사를 밝히더라도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셈이다.
A씨가 체결한 계약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예식장 이용 표준 약관과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어긋난다.
해당 기준에 따르면 소비자는 예식장 계약을 체결한 날부터 15일 이내로는 얼마든지 철회 의사를 밝힐 수 있고, 이때 예식장은 위약금을 청구할 수 없다. 문제는 이 규정이 권고 기준에 불과해 강제력이 없다는 점이다.
공정위에 관련 내용을 신고하거나 민사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이 기준이 약관 관련 법의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는 있지만, 중대사인 결혼을 앞두고 선뜻 소송에 나서긴 쉽지 않다.
올해 초 결혼한 B(32)씨 역시 “한달 내 취소하면 무조건 위약금으로 50만원을 내야 한다고 들었다. 공정위 기준을 근거로 따져 물어도 ‘내규에 따른 것이고, 이의가 있으면 신고하라’는 식으로 일관했다”며 “결혼 준비로 해야 할 일이 많은데 피해구제 신청이나 민사 소송할 시간이 있겠나. 예식장도 이런 사정을 잘 아는 눈치였다”고 했다.
이런 맹점을 악용해 예식장들이 ‘막무가내’식 계약을 일삼는다고 예비 부부들은 토로했다.
한국소비자원이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예식 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2021년 281건에서 지난해 720건으로 5년 새 약 3배가 늘었다. 신청 사례 중에서는 위약금, 계약해지 등 예식장과의 갈등 사례가 매년 80% 이상을 차지했다.
최철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금융 계약의 경우 소비자가 일정 기간 내 특별한 이유 없이 계약을 무를 수 있는 ‘청약 철회권’을 두고 있다”며 “예식업 역시 산업 내 계약 관련 분쟁이 빈발하고 있는 만큼, 법 제정까지는 아니더라도 권고보다 높은 구속력을 발휘할 방안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마주영 기자 mang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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