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시발점’이란 말에 “선생님이 왜 욕해요?” 하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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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체감하는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 실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한글날(9일)을 앞두고 초중고교 교사 584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생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저하됐다"는 답변이 91.8%에 달했다고 6일 밝혔다.
교사들은 학생 문해력 저하의 주원인으로 '스마트폰 등 디지털 매체 과사용'(36.5%)과 '독서 부족'(29.2%)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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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체감하는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 실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한글날(9일)을 앞두고 초중고교 교사 584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생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저하됐다”는 답변이 91.8%에 달했다고 6일 밝혔다.
●“단어 설명하느라 진도 못 나가”
교총이 지난달 20~26일 진행한 ‘학생 문해력 실태 인식 조사’에선 문해력 저하 실태를 실감할 수 있는 사례가 쏟아졌다.
‘문해력이 부족한 학생들로 인해 당황했던 사례가 있으면 적어 달라’는 질문에 한 교사는 “족보가 뭐냐고 물었더니 ‘족발 보쌈 세트’ 아니냐는 답이 돌아왔다”고 했고, 다른 교사는 “두발 자유화 관련 토론을 하는데 두발을 ‘두 다리’로 이해한 학생이 있었다”고 썼다. “벌목이라는 단어가 나왔는데 ‘벌의 목’이냐는 학생이 있었다”, “왕복 3회라고 말했는데 왕복이 무슨 뜻인지 모른다고 하더라” 등의 답변도 나왔다.
단어의 뜻을 제대로 모른 채 질문해 교사가 말문이 막히는 경우도 많았다. 한 교사는 “한 학생이 ‘우리나라에 곰이 그렇게 많으냐’고 물었는데 알고 보니 곰탕이 진짜 곰을 사용해 끓인 것으로 알고 있더라”고 했다. 다른 교사는 “가로등은 세로로 서 있는데 왜 가로등이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단어를 설명하느라 수업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교사도 적지 않았다. 중1 영어 교사는 “주체, 독자층, 영작 같은 단어 뜻을 모르는 학생도 많다. 영어 수업이지만 정작 상당한 시간을 한자 단어 설명에 쓴다”고 했다.
시험에서도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못 푸는 학생이 상당수라고 한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문제의 문장이 조금이라도 길면 읽는 것을 포기하는 학생이 많다. 사과 2개와 바나나 3개를 합치라는 수준의 간단한 문제도 문제가 길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더라”고 했다. 이번 조사에 응한 교사의 56.8%는 “수업 중 10% 넘는 학생이 도움 없이는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답했다.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과 독서 부족이 주원인”
교사들은 학생 문해력 저하의 주원인으로 ‘스마트폰 등 디지털 매체 과사용’(36.5%)과 ‘독서 부족’(29.2%)을 꼽았다. 문해력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는 ‘독서활동 강화’(32.4%)가 가장 많이 꼽혔고, 어휘교육 강화(22.6%), 디지털매체 활용 습관 개선(20.2%) 등이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도 독서 습관을 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문해력 전문가인 최나야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아이들이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기승전결 없는 쇼트폼 중심의 콘텐츠를 과도하게 접하면 어휘력과 이해력이 발달하기 어렵다”며 “선행학습에 과도하게 시달리다 보니 책을 읽을 시간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가족 및 친구와의 대화가 많이 줄면서 언어 발달이 지연된 영향이란 분석도 나온다. 최 교수는 “대화를 통해 언어가 발달되는데 최근 가정 내 대화가 많이 줄었다”며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줘야 자녀에게 독서 습관을 길러줄 수 있는데 책을 전혀 읽지 않는 성인도 너무 많다”고 했다. 교총 조사에서도 “안내장이나 가정통신문을 이해 못 하는 학부모가 지나치게 많다”는 답변이 적지 않았다.
사단법인 책읽어주기운동본부 대표인 심영면 전 서울 아현초 교장은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지시만 하면 아이가 독서에 흥미를 잃는다. 부모가 직접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게 독서습관을 들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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