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농 열전 백년농부] 3대째 가업으로 이어온 농사 ‘명품’ 가족 덕 유명농장 일궈
수확물 품질 좋아 못난이구매도 줄서
13년전 둘째아들도 영농인 미래 택해
호되게 가르친 덕 두사람 몫도 ‘거뜬’
인건비 절감·규모 확장 받쳐준 우군
인터넷 등으로 앞선 기술 배워 도입도

<대저토마토> 수확철을 맞은 부산 강서구 대저동 김철규씨(67)의 하우스가 활기에 넘친다. 오랜 단골이 못난이 토마토를 구입하겠다며 찾아온 것이다. 손님은 2.5㎏들이 상자 속 작고 흠집 난 것을 꺼내 들더니 “못생겨도 맛만 좋다”며 흔쾌히 값을 치렀다. 김씨네 토마토는 못난이 제품마저 줄 서서 사 갈 만큼 인기가 좋다. 수확물이 품질 좋기로 유명해서다. 김씨는 농사 경력만 40년, 1만1900㎡(3600평)의 하우스를 일구며 대저토마토공선출하회장도 맡고 있다.
<대저토마토>는 대저동 일대에서 재배한 토마토를 말한다. 대저동은 낙동강 하구에 속하는 지역으로 토양에 미네랄이 많고 비옥하다. 여기서 생산한 토마토는 단단하고 짭짤해 ‘대저 짭짤이 토마토’로 알려져 있다. 브랜드 경쟁력이 뛰어나 토마토농사를 가업으로 잇는 농가가 많다.
김씨도 아버지 뒤를 이어 농민이 됐다. 20대 때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했지만 월급쟁이 형편이 그리 넉넉지 않아 장래성이 보이던 농사에 뛰어들고자 아버지 밑에 들어가 허드렛일부터 배웠다. 당시 집안은 봄배추 농사를 크게 지었다. 봄배추는 자재값이 비싸고 손이 많이 갔지만 가격 진폭이 커 수익은 크지 않았다. 김씨는 과감히 봄배추를 접고 토마토에 집중했다. 발 빠르게 ‘선택과 집중’에 나선 덕에 이제는 근방에서 손꼽히는 영농인으로 대접받는다.
그런데 13년 전 그의 둘째 아들 진홍씨(37)가 자신과 똑같은 선택을 했다. 자식만큼은 고된 농사일을 시키고 싶지 않았건만, 말릴 새도 없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스스로 선택해서 왔으니 초반에 호되게 가르쳤습니다. 한번은 눈물을 쏙 빼더라고요. 다 그만두고 도망가겠구나 싶었는데 웬걸, 다음날 밭에 나와 잘못했다고 하더라고요. 엇나가지 않고 일하는 걸 보고 ‘농사꾼이 다 됐구나’ 생각했습니다.”
아들 진홍씨도 당시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는 “아버지는 농사를 가르쳐준 선생님”이라며 “배운 대로 하지 못했으니 혼나는 것이 당연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제 생각대로 영농을 펼치고 싶다는 포부도 있지만, 그러기 위해선 내실을 다지는 게 먼저”라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김씨네 농장은 2975㎡(900평) 하우스 4동이다. 그 가운데 2동은 김씨네 부부가, 나머지 2동은 아들 진홍씨가 맡고 있다. 성출하기 때도 다른 도움을 받지 않고 오로지 세 식구만 일한다.
“오랫동안 하우스 2동만 관리하다가 아들이 들어오고서야 규모를 늘렸지요. 진홍이는 체력이 좋고 손이 야무져 두 사람 몫을 거뜬히 해내주니 한결 든든합니다.”
수익을 늘리려면 농장규모를 확대해야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투자 비용도 걱정인 데다 갈수록 농촌에서 일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까닭이다. 치솟는 인건비에 적자를 보며 농사짓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럴 때 가족만큼 힘이 되는 존재가 없다. 믿고 맡길 수 있어 이보다 든든할 수가 없다. 김씨도 아들 덕분에 걱정 없이 농장규모를 늘렸고 생산량이 많아지자 자연히 수익도 증가했다.
아들의 젊은 감각이 더해지면서 영농도 한결 수월해졌다. 아들 진홍씨가 인터넷이나 지방자치단체,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앞선 농업 기술을 배워 수시로 영농에 적용한다.
“토마토 재배에선 비료를 배합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제대로 하는 게 쉽지 않아요. 환경에 따라 배합을 달리 해야 하는데, 저는 어깨너머로 배운 그대로만 했거든요. 아들은 여기저기서 정보를 얻어다가 때에 맞춰 잘하더라고요. 아들이 꾸준히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덕에 토마토 품질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김씨의 아들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 부모 밑에서 배우고 일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기에 지금껏 군소리 없이 고향 땅을 지키며 가업을 잇는 아들이 고맙다. 김씨는 자신이 고향 땅을 일구며 지켜온 것처럼 아들도 <대저토마토>를 지켜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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