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금 전후가 너무 달라 팬들이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이라는 이 배우

소지섭 (사진: 넷플릭스)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광장>을 통해 다시 한번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 배우 소지섭. 작품 속에서는 칼같이 정제된 수트핏과 날카로운 눈빛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지만, 알고 보면 ‘입금 전후’ 차이로도 유명한 배우다. 대본 리딩 현장에서는 종종 수수하거나 독특한 사복 패션으로 등장해 팬들을 당황하게 만들고, 비활동기엔 다이어트에 무심한 푸근한 모습으로 팬들을 놀라게 하다. 그 극명한 온도차가 오히려 소지섭만의 매력으로 느껴지기도 하는데 도대체 얼마나 다르길래 팬들이 롤러코스트를 타는 기분이라고들 하는지 살펴봤다.


청청패션
vs
칼같은 수트핏

드라마 <유령> 대본 리딩 현장 (사진: SBS)
SBS 드라마 <유령>의 소지섭

2012년 SBS 드라마 <유령> 대본 리딩 현장에서의 소지섭은 한눈에 보기에도 굉장히 자유로운 차림이었다. 베이지색 빵모자에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청셔츠와 청재킷을 겹쳐 입은 이른바 '청청패션'으로 등장해 현장 분위기를 단숨에 장악했다. 팬들 사이에서는 “캐릭터 연구 중인 화가 같다”, “형사물인데 너무 힙한 거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하지만 본 방송에서는 완전히 다른 얼굴로 등장한다. 수트를 차려입고 칼같은 헤어 스타일, 냉정하고 지적인 표정으로 사이버 수사팀 팀장 김우현 역을 소화하며 ‘입금 후의 위엄’을 보여줬다. 리딩 때 보였던 다소 자유로운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촘촘한 대사와 서늘한 분위기의 장면들 속에서 프로페셔널한 형사로 완벽하게 빙의된 모습. 팬들 사이에서는 “리딩 현장에선 초보 형사 느낌, 본방에선 특수요원급”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무심 패션
vs
피트니스 킹

드라마 <오 마이 비너스> 리딩 현장 (사진 KBS2)
KBS2 드라마 <오 마이 비너스>의 소지섭

KBS2 드라마 <오 마이 비너스> 대본 리딩 현장에서의 소지섭은 편안함 그 자체였다. 커다란 뿔테 안경과 두툼한 니트 헌팅캡, 헐렁한 체크 셔츠까지 더해진 스타일은 마치 캠퍼스에 있는 대학원생이나 힙스터 작가 같은 인상을 주었다. 깔끔한 외모와 근육질 몸매를 떠올리며 현장을 찾은 팬들에겐 다소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본방송이 시작되자, 그는 그야말로 ‘다이어트의 신’으로 변신했다. 탄탄한 근육, 슬림한 얼굴선, 피트니스 전문가로서의 당당한 카리스마까지. 특히 극 중 장면마다 보이는 트레이닝복 핏은 그야말로 ‘입금 완료’를 증명하는 최고의 근거였다. 소지섭 본인도 방송 인터뷰에서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선호하지만, 팬들은 입금 후를 더 좋아하더라”며 웃으며 인정했다.

자유분방 예술가(1)
vs
매력적인 재벌남
vs
자유분방 예술가(2)

드라마 <주군의 태양> 대본 리딩 현장 (사진: SBS)
SBS 드라마 <주군의 태양>의 소지섭
MBC <무한도전> 방송 캡처

SBS 드라마 <주군의 태양> 대본 리딩 현장에서의 소지섭은 팬들조차 두 번 쳐다보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길게 기른 수염에 모자와 라운드 넥 티셔츠, 안경까지 더한 모습은 마치 독립영화제에 참석한 예술가 느낌이 물씬 풍겼다. 드라마 속 캐릭터가 재벌 CEO라는 점을 감안하면 ‘진짜 맞는 배역인가’ 싶은 비주얼이었다. 그러나 본 방송에서는 전혀 다른 사람이 등장한다. 고급 양복, 깔끔한 올백 헤어스타일, 단정한 셔츠와 정제된 제스처. 극 중 '주중원' 캐릭터는 까칠하지만 매력적인 재벌남으로, 소지섭의 섬세한 연기와 더불어 완벽하게 구현됐다. 종영 직후 그가 MBC 예능 <무한도전>에 깜짝 출연했을 때는 리딩 때의 ‘예술가 버전’이 다시 재현됐다. 다소 통통해진 얼굴에 수염과 안경, 패딩 점퍼까지, 팬들은 다시 한번 “입금 전후 이렇게 다르기도 힘들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쉬는 날 아저씨
vs
다시 찾은 카리스마

조은정, 고 박서보 화백, 소지섭 (사진: 박서보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시리즈 <광장>의 소지섭

비활동기였던 2022년, 소지섭은 박서보 화백과 부인 조은정과 함께 찍은 사진에서 팬들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뚜렷하게 오른 볼살과 풍성한 인상은 활동 중의 날렵한 얼굴과는 거리가 멀었다. 모자와 안경, 후드 집업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쉬는 날의 아저씨’ 느낌. 그 모습이 공개되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살짝 방심한 거 아니냐”는 농담 섞인 반응이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광장>이 공개되며 소지섭은 다시 한번 입금 후의 위력을 증명했다. 2023년 촬영된 <광장>의 소지섭은 날카로운 턱선, 여전한 피지컬, 그리고 수트 핏 하나로 시선을 사로잡는 카리스마까지. 절제된 표정과 무게감 있는 눈빛은 ‘갓지섭’의 귀환을 알렸고, 팬들 사이에선 “입금만 하면 인간 조각으로 리셋”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다시 회자됐다.

소지섭 (사진: 넷플릭스)

소지섭은 작품과 일상, 입금 전과 후 사이의 극단적 갭 차이로 팬들에게 끊임없는 놀라움과 웃음을 선사한다. 그러나 그만큼 확실한 몰입과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주는 배우이기에, 어떤 모습이든 결국 '소간지'라는 수식어는 유효하지 않을까.

나우무비 에디터 김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