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을 마신 후 필름이 끊기는 경험을 한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자주 반복된다면 단순한 일시적 기억 상실이 아니라, 뇌가 손상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특히, ‘알코올성 치매’는 만성적인 음주로 인해 뇌세포가 손상되면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단순한 건망증과는 차원이 다르다.
초기에는 단순한 기억력 저하로 시작되지만, 방치하면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이라면, 기억이 끊기는 현상이 단순한 음주 후유증인지,
아니면 알코올성 치매로 가는 경고 신호인지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술을 마시면 왜 기억이 끊길까?
술을 마신 후 기억이 사라지는 현상을 ‘블랙아웃(blackout)’이라고 한다.
이는 단순한 기억력 저하가 아니라, 뇌의 특정 기능이 일시적으로 정지되는 심각한 상태다.
▶ 알코올이 기억 형성을 방해하는 원리
해마(hippocampus) 기능 마비
해마는 뇌에서 새로운 기억을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과도한 음주는 해마의 기능을 마비시켜 술을 마신 동안의 기억을 아예 저장하지 못하게 만든다.
신경전달물질 교란
알코올은 뇌의 신경전달물질 균형을 깨트려 정보 전달을 방해한다.
특히, 글루타메이트(기억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의 기능이 저하되면서 기억이 단절된다.
혈류 감소로 인한 뇌 기능 저하
술을 마시면 뇌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들어 뇌세포 활동이 둔화된다.
한두 번의 블랙아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자주 반복된다면 해마의 손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2. 알코올성 치매란 무엇인가?
알코올성 치매는 만성적인 음주로 인해 발생하는 인지 기능 저하를 의미한다.
단순한 건망증과 달리 뇌세포가 영구적으로 손상되면서 기억력뿐만 아니라 판단력, 감정 조절 능력까지 영향을 받는다.
▶ 알코올성 치매의 주요 원인
해마 위축 – 술을 과하게 마시면 해마가 위축되면서 기억력이 급격히 저하된다.
비타민 B1(티아민) 결핍 – 알코올은 비타민 B1 흡수를 방해하는데, 이 영양소는 뇌 기능 유지에 필수적이다.
신경세포 손상 – 지속적인 음주는 뇌세포를 손상시키고, 신경망 연결을 약화시켜 사고력과 기억력을 저하시킨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대표적인 질환이 **‘베르니케-코르사코프 증후군’**이다.

3. 알코올성 치매의 주요 증상
알코올성 치매는 초기에는 단순한 건망증과 비슷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심각한 형태로 진행된다.
▶ 초기 증상
술을 마신 다음 날, 전날 있었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짧은 대화 후에도 바로 내용을 잊어버린다.
사소한 일도 여러 번 확인해야 한다.
최근에 본 사람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 진행 단계
일상적인 일(예: 집 주소, 전화번호 등)을 기억하지 못한다.
대화 중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시간 감각이 사라지고, 본인의 행동을 인식하지 못한다.
성격 변화(충동적 행동, 감정 기복 심화)가 나타난다.
알코올성 치매는 초기에 발견하면 회복 가능성이 있지만,
방치하면 뇌 기능 저하가 점점 심해져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진다.

4. 누가 알코올성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은가?
모든 음주자가 알코올성 치매에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라면 위험성이 높아진다.
▶ 고위험군
오랜 기간 과음하는 사람 (하루 평균 5잔 이상 음주)
블랙아웃 경험이 반복되는 사람
술을 마신 후 감정 조절이 어려워지는 사람
술을 마시지 않으면 불안감이나 짜증이 심해지는 사람
비타민 B1 결핍 상태가 지속되는 사람
특히, 한 번 블랙아웃을 경험한 사람은 이후 블랙아웃이 더 쉽게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술을 마실 때마다 필름이 끊기는 경험이 반복된다면 즉시 음주 습관을 점검해야 한다.

5. 알코올성 치매 예방 및 관리 방법
알코올성 치매는 조기 발견과 예방이 중요하다. 뇌가 손상된 후에는 완전히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1) 음주 패턴 개선하기
하루에 2잔 이하로 제한하고, 가급적 일주일에 2~3일 이상은 술을 마시지 않는다.
한 번에 많은 양을 마시는 폭음 습관을 줄인다.
술을 마시기 전 충분한 식사를 하고, 수분 섭취를 늘린다.
▶ 2) 비타민 B1 보충하기
알코올이 비타민 B1(티아민) 흡수를 방해하므로 견과류, 달걀, 콩류, 돼지고기 등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각한 경우 비타민 B1 주사나 보충제를 복용할 수 있다.
▶ 3) 뇌 건강 유지하기
규칙적인 운동(특히 유산소 운동)은 뇌 혈류를 증가시켜 신경세포 보호에 도움이 된다.
퍼즐, 독서, 외국어 학습 같은 두뇌 활동을 통해 기억력을 강화한다.
▶ 4) 블랙아웃이 자주 발생하면 검진받기
블랙아웃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음주 후유증이 아니라 뇌 손상의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신경과 검진을 통해 인지 기능 저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