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Futures] SSG 랜더스 조병현

끝없는 가능성

‘경력직 신입’이란 단어는 이럴 때 쓰는 걸까. 프로 무대 경험도 있고 성장 가능성이 큰 선수들이 주로 모이는 상무 피닉스 야구단. 이렇다 할 경력 없이 들어갔지만, 이곳에서 당당히 마무리 투수 자리를 차지해 남부 리그 세이브 1위를 기록한 선수가 있다. 바로 문학 차은우, 아니 SSG 랜더스 조병현이다. 데뷔 첫해인 2021년에는 나름 아쉬운 시기를 보냈기에 더욱 절치부심하고 향했을 문경. 이곳에서 조병현은 구속 상승은 물론이거니와 자신감마저 얻고 2023 APBC(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와 2023 아시아 야구 선수권 대회 대표팀에도 승선했다. 그렇게 귀한 경험을 차곡차곡 쌓고 돌아와 소속팀에서 불펜의 핵이 된 조병현. 노련함이 요구될 땐 경력직답게, 패기가 필요할 땐 신입답게 던지는 그의 투구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Editor Seohyeon Kim Photo SSG Landers

#내 전부를 다 바칠게

<더그아웃 매거진> 첫 출연이에요. 인사 부탁해요. (4월 17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SSG 랜더스 투수 조병현입니다. 인사는 어떻게 하면 되나요? (수줍) <더그아웃 매거진>에 출연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지금 뭐 하고 있었나요?) 라커룸에서 인터뷰 기다리고 있었어요. 보통 평일 저녁 경기에는 12시 전에 출근해요. 제가 특별히 일찍 오는 건 아니고 선배님들도 대부분 일찍 나와서 운동하고 계세요.

어제인 4월 16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컨디션이 굉장히 좋아 보였어요. 공 두 개 빼고 모두 직구를 던지던데, 지금 가장 자신 있는 구종인가요?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공에 자신은 있고요. 그중에서도 직구가 제일 힘이 좋아서 많이 던지고 있어요. 사실 (이)지영 선배님이 사인 내시는 대로 던졌습니다.

한 점 차로 뒤지던 9회 초에 등판했어요. 프로 데뷔 첫해 필승조가 됐는데 심리적 압박은 없나요?
솔직히 말해서 그런 부담감이 느껴지긴 하지만, 작년에 상무 피닉스에서 마무리로 자주 등판했던 게 도움이 됐어요. 위기 상황에 꽤 편안해졌어요.

최정의 KBO리그 역대 최다 홈런 타이라는 대기록이 나온 어제였잖아요. 그런 경기의 승리 투수로 이름이 남을 수 있어서 영광일 것 같아요.
최정 선배님의 대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1점 차로 지고 있던 거라, 지고 있어도 질 거라는 느낌이 안 들더라고요. 9회 말에 이어지는 우리 타순도 좋아서 제가 9회 초에 점수를 안 주고 잘 막으면 이길 것 같았어요. 사실 제가 마운드에서 내려가면 다음 이닝 공격을 못 보고 바로 치료실로 가거든요. 근데 어제는 왠지 촉이 와서 치료를 받으러 안 가고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보고 있었어요. ‘제발 이겨라’하는 마음으로 응원하면서 보고 있었는데 최정 선배님 동점 홈런과 (한)유섬 선배님 끝내기 홈런이 나와서 무척 신났죠. 야구가 정말 재밌더라고요.

2021년에 메이저 투어를 왔을 때, 오늘 어떻게 왔냐는 박종훈의 질문에 “매니저 차 타고 왔다”라고 했잖아요. 요즘은 어떻게 다니나요?
아, 그거요. (부끄) 요즘은 거의 택시를 타거나, (조)형우가 데리러 와줘서 형우 차를 타고 같이 오고 있어요. 야구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자취하고 있거든요. (자취는 적응이 됐나요?) 할 만해요. 그래도 직접 요리해서 먹을 정도는 아니고 주로 배달시켜 먹어요.

그때 멀어 보이던 투수 선배들과 지금은 가까워졌나요?
선배님들이 말도 자주 걸어주시고 편하게 해주셔서 친해졌어요. 그중에서도 (고)효준 선배님이 세광고등학교 선배님이시기도 하고, 제가 1군에서 풀타임 치르는 건 처음이니 관련해서 조언을 많이 해주세요. 너무 대선배님이니까 아직은 조금 어려울 때도 있지만 워낙 편히 해주려고 하셔서요. 무척 감사하죠.

#으쓱이 눈빛 흔들리지 않게

지난 4월 4일 문학 두산 베어스전에서 다섯 타자를 상대해 모두 삼진으로 잡아냈어요. 어떤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라갔나요?
어떻게 상대해야겠다는 전략보다는 상무에 있을 때 (김)택형이 형이 이런 말을 해줬어요. “어차피 너처럼 프로에서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한 친구는 무조건 한번은 퓨처스리그에 가게 돼 있어. 그러니까 마운드에 올라가서 누구 눈치 보지 말고 네 공을 던져. 그래야 퓨처스리그로 내려가도 후회가 없어”라고요. 그 말을 떠올리면서 마운드에 올라가서는 정말 후회 없이 모든 걸 해보고 내려가자는 마음으로 던졌어요. 근데 다섯 타자 연속으로 삼진을 잡을 거라곤 생각하지도 못했고 엄청 영광이었죠. 특히 변화구로도 삼진을 잡았던 게 정말 좋았어요.

상대 타자들이 포수 미트에 꽂히는 공을 보고 놀라던데, 마운드에서도 그 반응이 느껴졌나요?
한 번씩 느끼긴 하는데 아마 새로 보는 투수니까 그런 거 아닐까요? (코치님이나 더그아웃 반응은 어때요?) 고생했다고, 오늘 볼 좋다고 해주셨던 게 마음에 남았어요.

4월 9일 문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는 데뷔 첫 승리를 거뒀어요.
어제 두 번째 승리랑 비교해 보면 어제가 더 기억에 남아요. 최정 선배님의 KBO리그 역대 최다 홈런 타이기록도 있고, 유섬 선배님 끝내기 홈런도 있어서 그런지 첫 승보다 어제 승리가 더 좋았거든요.

첫 승리 기념구는 어떻게 보관하고 있나요?
기념구는 집에 고이 모셔뒀어요. (경기가 끝나고 가장 먼저 감사 인사를 전한 분이 있나요?) 부모님께서 경기 끝나자마자 바로 축하한다고 연락해 주셨거든요. 그래서 가장 먼저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어요.

드래프트 동기인 조형우, 베테랑 이지영과 배터리를 이룰 때의 장점이 각각 있을 것 같은데 어때요?
지영 선배님은 투수를 편하게 해주신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제가 흔들릴 때 마운드에 올라오시면 지금 공 좋으니까 편하게 던지라고 해주시고, 또 제가 투구할 때 몸을 옆으로 돌리는 습관이 있어서 그럴 때 바로잡아 주시는 분이에요. 형우는 아무래도 저랑 드래프트 동기이기도 하고 대화를 많이 하는 친구예요. 밥 먹을 때도 형우랑 (고)명준이랑 자주 먹거든요. 그래서 형우가 절 가장 잘 아는 포수가 아닐까 싶어요. 둘 다 제 공을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도록 끌어주는 좋은 포수라고 생각해요.

지난 스프링 캠프부터 이번 시즌을 어떻게 준비했나요?
그때는 프로 무대에 올라가는 게 첫 번째 목표여서, 준비 잘해서 1군으로 올라가자는 마음이 가장 컸어요. 지금은 부상 없이 시즌 끝까지 이 폼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배영수 코치는 엄하게 가르치기로 유명하잖아요. 명성만큼 무서운 코치인가요?
저도 어디선가 소문으로 듣긴 했는데 전혀 다릅니다. 완전 천사 느낌이에요. 편하게 해주시고요. 무섭지 않은 분이에요.

개막 시리즈부터 합류한 첫 시즌인데, 선배 선수들에게 듣는 조언이 있을까요?
효준 선배님께서 지금은 제가 볼에 힘도 있고 잘 되고 있으니까, 타자보다는 투수에게 유리한 시기라고 해주셨어요. 그래서 코스를 보기보다는 스트라이크 존을 좀 더 크고 넓게 보면서 강하게 던지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하)재훈 선배님은 2019년에 마무리 투수로 뛰셨잖아요. 그래서 그때 느낀 점을 알려주셨어요. 마무리 투수는 한 경기 한 경기 올라가는 마음이 다른데, 2스트라이크 잡고 나서는 안타를 맞겠다는 생각은 하지 말고 무조건 삼진을 잡겠다는 마음으로 던지라고, 타자가 절대 못 치게끔 던지겠다는 마음으로 임하면 좋은 결과도 따라올 거라고 조언해 주셨어요.

또 반대 투구가 거의 없이 포수의 리드에 맞게 공을 구석구석 코너에 잘 넣고 있어요. 투구할 때 신경 쓰는 게 있을까요?
상무에 있을 때부터 밸런스가 맞지 않으면 살짝 왼쪽으로 돌면서 던지는 경향이 있었어요. 중심 이동이 앞으로 가야 하는데 왼쪽으로 조금씩 빠지더라고요. 그래서 마운드 올라가서도 계속 의식하면서 최대한 옆으로 돌지 않게 정면을 보면서 힘을 쏟아내려고 하고 있어요. 포수가 지시한 곳으로는 정확히 못 던지더라도 미트 근처로 던지자는 마음으로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처음 해보는 게 많은 한해예요. 아이돌 그룹 ‘투어스’ 시구 지도도 해봤는데 어땠나요?
일반인이라고 해야 할까요? 야구 하는 친구들끼리 서로 피드백한다고 가르쳐 준 적은 있어도 선수가 아닌 분한테 알려드리는 건 처음이라 떨리기도 하고 꽤 어려웠어요. 그래도 다음에 또 시구 지도 지원을 받는다고 하면 좋은 기회니까 또 하고 싶어요.

‘문학 차은우’로 불리던데, 처음 들었을 때 기분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팬들이 절 그렇게 좋게 봐주신다니까 그저 감사하고 좋았어요. (주변의 반발은 없었나요?) 반발까지는 아닌데 (이)로운이가 특히 저만 보면 ‘문학 차은우~’하면서 놀리더라고요.

MBTI가 무엇인가요?
ESTP랑 ISTP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해요. 근데 ISTP가 맞는 것 같아요. 제가 조금 내성적이어서요. (그냥 원하는 MBTI 말하는 거 아니에요?) 사실 맞아요. (웃음)

만우절 이벤트로 그림을 그린 게 화제가 됐어요. 다른 선수들의 작품과 비교했을 때 본인은 몇 등이라고 생각하나요?
그걸 순위로 매길 순 없을 것 같아요. 저는 제 얼굴을 그린 거고 다른 선수들은 만들어진 섬네일을 따라 그린 거잖아요. 섬네일 보고 따라 그리는 게 더 어렵지 않을까요? 다들 저보다 더 잘 그리시는 거죠. (미술에 소질이 있어 보여요.) 어릴 때 미술학원에 다니기도 했고, 그때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새로운 세계로

야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초등학교 2학년 정도였어요. 친구들하고 동네 야구를 하기도 했고, 큰아빠가 야구를 굉장히 좋아하셨거든요. 같이 직관 다니면서 저도 점점 야구에 빠졌어요. (큰아빠는 어디 팬이셨나요?) 두산 베어스 팬이셔서 자연스럽게 저도 두산 팬이 됐죠. 사실 베어스 어린이 회원이었어요. 큰아빠가 어제(4월 16일 KIA전)도 경기를 보러 랜더스필드에 오셨는데, 승리 투수가 된 모습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았어요. 축하도 해주셨고요.

중학생 때는 체구가 아주 작았다고 하던데,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자연스레 몸이 커진 건지 특별한 노력을 한 건지 궁금해요.
크게 의식하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컸어요. 근데 사실 저는 지금도 키가 조금만 더 컸으면 좋겠거든요. 185cm까지만 더 크고 싶어요.

2021년 입단 후 퓨처스리그에서 꾸준히 선발 수업을 받았어요. 선발과 마무리 중 좀 더 설레는 보직이 있나요?
설레는 건 마무리로 등판할 때가 좀 더 설레요. 부담스러운 순간이 있긴 하지만 제 손으로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게 굉장히 뿌듯하더라고요.

상무에서 구속이 크게 올랐다고요. 어느 정도 올랐는지, 어떤 노력으로 그렇게 올랐는지 궁금해요.
최고 구속이 4km/h, 평균 구속은 2~3km/h 정도 올랐어요. 그렇게 해서 작년에는 151km/h가 최고 기록이었는데 저번 주에 KT 위즈전에서 152km/h가 떴더라고요. 상무에 가면 아무래도 체력 단련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좋거든요. 제가 웨이트 트레이닝을 좋아하기도 했고, 코치님들이 워낙 관리를 잘해주세요. 몸을 키웠던 게 아무래도 구속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됐어요. (목표로 하는 구속이 있을까요?) 올해 최고 구속 153km/h을 달성하는 거요. 딱 1km/h만 올려보고 싶어요.

입대 전후로 크게 발전한 게 눈에 띄어요. 스스로 느꼈을 때 어떤 점이 달라졌다고 보나요?
구속이 올라가니까 자신감이 붙더라고요. 또 경기에도 자주 출전하면서 어떻게 하면 상대 타자를 이길 수 있을지 고민도 오래 할 수 있었고요. 또 상무는 리그에서 잘하는 선수들이 모인 곳이잖아요. 잘하는 형들이 주변에 많으니까 보고 배울 점도 다양했어요.

상무에서는 11번, 지금은 19번을 등번호로 쓰고 있어요.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이유는 딱히 없고 11번은 그냥 한번 달아보고 싶은 번호였거든요. 상무에서는 그 번호가 비어있어서 쓸 수 있었는데 올해는 (백)승건이 형이 달고 있어서, 승건이 형한테 추천받은 번호가 19번이에요. 언젠가 11번이 비게 된다면 다시 달고 싶지만 일단 지금 쓰는 번호도 좋아요.

등판할 때와는 다르게, 출퇴근길을 보면 안경을 쓰고 있더라고요.
패션은 아니고요. (웃음) 시력이 안 좋은 편이에요. 그래서 출퇴근길에서는 안경을 쓰고, 경기할 때는 렌즈를 끼고 마운드에 올라가요.

#랜더스와 맞이할 미래

2023년 퓨처스리그 남부 리그에서 세이브 1위를 기록했어요. 이제는 프로 무대에서 도전해 보고 싶은 타이틀이 있는지 궁금해요.
딱히 타이틀을 신경 써 본 적은 없어요. 꾸준히 잘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런 상들과도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다치지 않고 열심히 잘하다 보면 타이틀은 저절로 따라올 것 같아요. 아직 눈에 보이는 목표를 정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배영수 코치와 시즌을 앞두고 20홀드를 약속했는데, 어떤 의미가 있나요?
제가 작년 시즌에 상무에서 세이브를 올린 게 총 17개였어요. 그래서 그 숫자에서 조금 더 올려 잡아서 20홀드쯤 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게 정한 거였어요.

이번 주중 3연전 포토카드의 주인공이더라고요. 최근 응원 소리가 커진 것도 느끼나요?
요즘 정말 많이 실감하고 있어요.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데, 제가 등판할 때 팬들께서 엄청나게 큰 소리로 응원해 주시더라고요. 그때 팬들이 절 알고 계시고 응원해 주신다는 걸 크게 느꼈고 굉장히 감사했어요.

조병현이 생각하는 ‘좋은 선수’란 어떤 선수인가요?
야구를 잘하는 건 물론이고, 인성을 갖춘 선수가 좋은 선수이지 않을까 싶어서요. 팬들께서 원하시면 부끄럽지만 사진도 찍어드릴 수 있고 사인도 해드리는 선수요.

으쓱이에게 인사하고 인터뷰 마치겠습니다!
팬 여러분이 야구장으로 찾아와 환호해 주셔서 팀에게도, 제게도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올 시즌 SSG 랜더스가 우승할 수 있게 야구장 더 자주 찾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도 지금보다 더 잘하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4년 157호 (5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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