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 년을 산 구미호가 도시 한복판에서 사람처럼 살아갑니다. 그런 그를 쫓는 괴담 전문 방송 PD가 나타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2020년 가을 안방극장에 판타지 열풍을 일으킨 tvN 드라마 구미호뎐입니다. 시즌2를 거쳐 시즌3까지 논의될 만큼 단단한 팬덤을 만든 작품이기도 합니다.
도시에 정착한 구미호와 괴담 PD
이동욱이 연기한 이연은 천 년을 살아온 구미호입니다. 조보아가 맡은 남지아는 괴담을 쫓는 방송 PD로, 어린 시절의 기억을 품은 채 이연에게 다가섭니다. 전설 속 존재와 현대인의 로맨스라는 설정은 방영 전부터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샀지만, 뚜껑을 열자 호평이 쏟아졌습니다.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주고받는 대사의 밀도가 초반부터 몰입을 끌어올렸습니다.

2년 5개월을 설화에 쏟았다
이 작품이 다른 판타지물과 달랐던 이유는 밑바탕에 깔린 공부의 양이었습니다. tvN에 따르면 한우리 작가는 구미호뎐을 쓰기 위해 2년 5개월 동안 전통 설화를 파고들었습니다. 그 덕분에 극 안에는 우리가 어릴 적 듣던 이야기 속 존재들이 촘촘하게 재해석돼 등장하며, 세계관에 설득력을 더했습니다. 방영 당시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등장하는 설화의 원전을 찾아보는 놀이가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동욱의 서늘한 매력
무심한 표정 뒤에 천 년의 회한을 담아낸 이동욱의 연기는 이 작품의 가장 큰 무기였습니다. 설화 속 구미호를 여성이 아닌 남성으로 그려 낸 점도 신선했고, 형제 갈등이라는 축이 더해지며 로맨스와 액션, 미스터리가 고루 배치됐습니다. 매회 이어지는 강렬한 엔딩도 화제를 모았습니다. 상대 배역을 맡은 김범의 존재감도 극의 긴장을 팽팽하게 잡아 줬습니다.

시즌2를 지나 시즌3까지
구미호뎐은 2023년 시즌2 구미호뎐1938로 이어졌습니다. 시즌2는 10회에서 수도권 가구 기준 평균 8.2%, 최고 9.3%까지 오르며 시리즈의 저력을 확인시켰고, 종영 이후에는 시즌3 제작을 검토한다는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한국형 판타지가 시즌제로 자리 잡은 드문 사례입니다. 시즌1과 시즌2는 시대 배경이 달라 각각 다른 맛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가을밤에 어울리는 판타지
서늘한 분위기와 애틋한 로맨스가 공존해, 날이 선선해지는 이맘때 보기에 특히 잘 어울립니다. 시즌1만 봐도 이야기가 마무리되니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고, 마음에 들면 시즌2까지 이어 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우리 설화가 이렇게 세련되게 살아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작품입니다.

Copyright © 그 시절 우리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