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스핀오프]②만능일까? 끊이지 않는 '헐값' 논란
자회사로 기술이전 시 기존 주주가치 훼손 우려
승계나 모회사 실적 개선 위한 '꼼수' 가능성도
네이버, 인터파크, SK엔카 등은 국내 스핀오프(spin-off·회사 분할)의 효시로 꼽힌다. 이들 기업은 모두 대기업의 사내벤처로 출발해 현재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스핀오프가 대기업의 전유물은 아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모회사의 특정 파이프라인을 떼어내 관련 연구개발(R&D)에 매진하는 자회사를 설립하는 경우가 많다. 후보물질을 독립시키면 R&D 전문성 강화 등의 장점이 있지만 주주 간 이해관계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반대로 과거 스핀오프했다가 다시 합병하는 사례도 나온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스핀오프 현황과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편집자]
바이오텍의 스핀오프는 특정 신약 후보물질을 집중적으로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바이오텍 역시 사업 분할 후 주주가치 훼손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바이오 기업의 경우 분할 과정에서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 이전되는 만큼 이해 관계자간 갈등이 생길 여지가 많다. 스핀오프해 세운 자회사를 경영권 승계 작업이나 모회사의 실적 개선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알테오젠 소액주주연대는 지난달 최근 대전지방법원에 회계장부 열람 등사 가처분 신청 소송을 냈다. 자회사 설립으로 인한 알테오젠 주주의 재산권 침해 여부를 따지기 위해서다. 알테오젠은 지난 2020년 10월 알토스바이오로직스를 설립, 그해 12월 안과질환 치료제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ALT-L9'의 사업권을 넘긴 바 있다. 계약금은 20억원으로, 수익 분배 방식은 공개하지 않았다.
소액주주연대 측은 "7여년을 기다린 핵심 파이프라인을 겨우 계약금 20억원과 알 수 없는 수익 분배 방식으로 자회사가 넘겼다"면서 "알테오젠의 알토스바이오로직스 지분이 100%가 아니기 때문에 재산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알토스바이오로직스는 모회사 파이프라인만으로 두 차례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605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도 유치했다. 이에 따라 알테오젠의 알토스바이오로직스 지분율은 72.56%까지 떨어졌다. 다만 소액주주연대는 지난 23일 회사가 기술이전(L/O)을 앞두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소송을 잠정 취하한 상태다.
유틸렉스도 최근 유망 파이프라인을 자회사에 헐값으로 넘겼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업계에 따르면 유틸렉스의 이중항체 파이프라인이 판틸로고스로 넘어갔지만, 매각 가격이나 계약 조건이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회사 측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아직 정식계약 전으로, 정식 계약 이후 이뤄질 수익 등은 모두 유틸렉스로 회수될 것"이라는 공지를 올렸다.
그럼에도 유틸렉스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는 계속되는 분위기다. 판틸로고스 지난 2020년 유틸렉스의 100% 자회사로 설립됐다. 권유중 판틸로고스 대표는 권병세 유틸렉스 대표의 아들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유틸렉스가 자회사를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회사의 최대주주가 저렴한 가격으로 모회사의 기술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바이오 업계에서 스핀오프 후 주주가치 훼손 문제가 더욱 부각되는 이유는 신약 후보물질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워서다. 현실적으로 전임상이나 초기 임상 단계의 후보물질의 미래 가치를 예측하긴 쉽지 않다. 개발 초기 단계엔 문제가 없었던 계약이 후보물질의 상용화가 가까워지면서 기업 간 입장 차이가 생기기도 한다. 특히 계열사 내부 계약은 대부분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다.
스핀오프한 자회사에 기술을 이전하거나 위탁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모회사 실적을 부풀리는 사례도 있다. 수익성은 떨어지지만 기술 특례나 성장성 특례 제도로 상장한 바이오텍(기술 성장 기업)이 대표적이다. 기술 성장 기업은 일정 기간 관리종목 지정이 유예된다. 그러나 특례 기간이 만료된 기업에서 △매출 30억원 미만 △자기자본 대비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 비율 50% 초과 △4년 연속 영업손실 발생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거래소의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면역항암제 개발 기업 에스티큐브는 지난 2016년 말 최대주주인 에스티사이언스에 항암 신약 후보물질 2개에 대한 권리를 101억원에 이전했다. 이어 2019년엔 면역관문억제제 후보물질 'LAG-3'과 'CTLA-4'를 관계회사 에스티큐브앤컴퍼니에 이전, 82억원을 매출로 인식했다. 신약 개발 기업 셀리버리도 비슷하다. 셀리버리는 지난해 12월 자회사 셀리버리 리빙앤헬스에 원천기술인 '약리물질 생체 내 전송기술(TSDT)'을 110억원 규모로 L/O했다. 해당 L/O 수익은 올해부터 계약 기간에 걸쳐 매출로 인식된다.
업계 관계자는 "스핀오프한 자회사에 기술이전하는 방식을 두고 파이프라인 돌려막기, 일감 몰아주기라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며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권리는 바이오 기업의 가장 핵심이 되는 자신인 만큼 이전하기 전 제대로 된 가치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차지현 (chaji@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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