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농가] 오이 시설재배하는 정태선씨 | 디지털농업
이 기사는 성공 농업을 일구는 농업경영 전문지 월간 ‘디지털농업’2월호 기사입니다.
“1981년 느타리버섯 농사로 시작해 바나나를 거쳐 시설 과채로 전환했어요. 오이를 주 작물로 하면서 토마토와 가지를 뒷그루작물로 재배하곤 했죠. 오이와 토마토 2기작을 할 땐 8월 5일쯤 토마토를 아주심기해 11월 말 수확을 마무리한 뒤, 12월 초에 오이를 심고 이듬해 여름까지 출하했어요. 젊을 땐 할 만했는데 쉴 새 없이 수확하고 모종을 기르는 일이 힘에 부치더군요. 그래서 3~4년 전부터 오이만 재배하고 있어요.”

정씨는 토마토와 2기작 할 때 오이를 촉성재배했다. 2월부터 오이를 수확하는 작형이다. 이후 그는 오이만 재배하기로 하면서 작기를 더 당겼다.
시설원예 작물 중 단위면적당 농가소득이 가장 높다고 알려진 것이 오이여서 촉성재배보다 두 달 일찍 아주심기하는 초촉성재배를 시작했다. 10월 말에 모종을 아주심기해 12월 초부터 오이를 출하하는 작형이다. 이때는 오이값이 좋은 시기이긴 하지만 소득만 생각하고 이 작형을 선택한 건 아니다.
“일흔의 노부부가 농사지으려면 농작업이 너무 많아도 안 돼요. 초촉성재배하면 생육기가 겨울이라 오이가 더디게 자랍니다. 순 정리와 유인 작업이 많이 줄어들지요. 수확량도 상대적으로 적어서 수확과 선별·포장에 힘과 시간이 덜 들고요. 일에 치이지 않으려고 초촉성재배로 바꾼 거예요.”
그에 따르면 10월에 아주심기한 오이는 하루에 10㎏들이 30~40상자를 수확한다. 2월에 아주심기하면 100상자 정도를 딸 수 있지만 그때는 시장가격이 낮다. 그는 이렇게 여러 상황을 고려해 오이를 초촉성재배하고 있다. 또 7~9월에는 녹비작물인 수단그라스를 심어 토양을 재정비한다.
“오이는 지하 15~30㎝에 뿌리가 분포하는 천근성 작물이면서 유기물이 풍부한 토양을 좋아합니다. 퇴비를 많이 투입해야 하고 통기성·보수성이 좋아야 하죠. 또 재배과정에서는 개화·착과 상태를 하나하나 살펴야 하고 수확과 순 정리, 유인줄 조절을 매일같이 해야 합니다. 그래서 재배 규모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어 부부 중심의 농사가 맞아요.”
그에 따르면 저온기에 작물이 자라는 오이 초촉성재배에선 적정 위치에 꽃이 피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오이는 마디마다 꽃이 피고 열매가 달리는데, 꽃이 순서대로 피는 게 아니라 시설 환경과 작물의 세력에 따라 꽃 피는 위치가 달라진다. 이를 적정 위치에 피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것.

“어느 자리에 꽃이 피는지에 따라서 오이 수확량과 품질, 정형과 비율이 달라집니다. 적정 위치는 위에서부터 3~4번째 마디인데, 이보다 아래에 꽃이 핀다면 영양생장이 강한 것이고 이보다 위에 꽃이 피면 생식생장이 강한 거예요. 여기에 관여하는 건 온습도와 질소 등으로, 온도가 높고 습하며 질소가 많을수록 자라는 속도가 빨라져서 3~4번째 마디보다 아래에 꽃이 핍니다. 이런 조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므로 평소에 잘 살펴봐야 합니다.”
그는 시설 내부 온도가 적정 범위를 유지하도록 자주 환기하고 과습하지 않도록 관리한다. 질소는 조금씩 자주 공급해 일시적인 과다 문제를 예방한다. 오이 생육이 원활하도록 보광등도 설치 중이다. 지난 작기에 비가 많이 와서 오이값이 비쌌는데 생산량이 따라주지 않아 아쉬웠기 때문이다. 수량이 10~20% 더 나온다고 연구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달아 일조 부족 등 환경적 제약을 극복하고 생산성을 높일 계획이다.
“오른쪽 맨 끝줄 오이에 그늘이 많이 졌어요. 해가 덜 드니 생육이 늦고 상품과 비율도 낮았지요. 보완할 방법을 찾다가 과수 재배에서 과일 아랫부분에 햇빛이 잘 닿으라고 쓰는 반사필름을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해가 부족한 쪽 하우스 벽면에 이를 부착했죠. 10년째 쓰는데 반사필름이 그늘지는 단점을 보완해줘 지금은 작물 전체가 고르게 자랍니다.”

오이 모종을 심을 때도 하우스 방향을 고려해 간격을 정했다. 오이 모종을 심는 간격은 일반적으로 35㎝를 넘지 않는데 그는 40㎝로 넓게 심었다. 이랑 사이도 한 뼘 이상 넓은 1m 20㎝로 했다. 이런 노력으로 작물에 그늘이 생기지 않으면서 통풍이 잘되도록 한다. 생육 온도도 조금 낮춰 관리한다. 1년에 한 작기만 농사짓고 있어서 경영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다.
“오이는 알려진 것보다 낮은 온도에서도 잘 자랍니다. 초촉성·촉성재배하려면 내부 온도가 12℃ 이상이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10℃ 정도에서도 품질이 좋은 것을 수확할 수 있어요. 수량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온도를 무조건 높게 유지하기보다는 약간 낮춰두고 외부 기온에 따라 1~2℃ 높이는 게 경제적이라고 봅니다.”
정씨는 생산한 오이를 모두 대전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 중앙청과로 출하한다. 서울의 도매시장으로 보내도 좋은 값을 받을 수 있지만, 주변 지역이 도시화되면서 재배 농가가 많이 줄어 그가 생산한 것만 차에 실으면 물류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양분은 적당량만 공급하고 방제 약제를 미리 저농도로 살포해 경영 부담을 줄이고 있어요. 출하도 가까운 곳에 해 최곳값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죠. 고령이니만큼 무리하지 않고 수량보다는 품질이 좋은 오이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글 김산들 | 사진 남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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