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골리앗 동남아 장외경쟁…‘박힌 돌’ 코웨이 vs ‘굴러온 돌’ LG전자
‘식수문제 해결’ 코웨이 착한기업 명성에 브랜드·기능 앞세워 LG전자 도전장
LG전자와 코웨이가 동남아시아 지역 렌탈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진검 승부를 펼치고 있다. 양사 모두 불황 속에서도 렌탈 구독 사업을 통해 나름의 재미를 본 만큼 해당 사업을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구독 경제 시장은 연평균 18%씩 꾸준히 성장해 2025년에는 1조5000억달러(한화 약 200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코웨이의 전체 구독자 수는 1060만명이며 이 중 34%(345만)가 해외 계정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 3조9665억원 중 1조4307억원(36%)을 해외 법인을 통해 발생시켰다. LG전자는 가전별로 따로 구독 서비스를 전개해 정확한 구독자 수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다만 구독 관련 매출액은 2018년부터 연간 두 자릿수 이상씩 꾸준히 성장해 지난해엔 1조1341억원을 기록했다.
말레이시아 국민기업 등극한 코웨이 vs 무서운 후발주자 LG렌탈 ‘경쟁 가열’
코웨이와 LG의 구독 경쟁이 가장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국가는 말레이시아다. 말레이시아는 시장 규모는 작지만 동남아시아 국가 중 가전 구독 서비스가 가장 대중화 된 곳으로 손꼽힌다. 렌탈 업계에서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 진출의 전초기지로 여겨진다. 동남아시아 진출 전 경쟁력 수준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시험무대’라는 평가다.
국내 렌탈 기업 중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기업은 코웨이다. 코웨이는 2006년에 정수기 사업을 통해 말레이시아에 진출했다. 코웨이는 낙후된 상수도와 석회수로 식수 부족을 겪던 말레이시아에 정수기를 보급해 ‘국민기업’ 칭호를 얻었다. 이런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정수기 외에 공기청정기, 비데, 에어컨 등 가전까지 구독 서비스를 확대해 왔다.
LG전자는 코웨이보다 13년 늦은 2019년에서야 말레이시아에 진출했다. LG전자는 가전 분야로는 이미 세계 최고 반열에 올라 있지만 말레이시아 렌탈 분야에서는 만큼은 ‘도전자’로 평가되고 있다. LG전자 스스로도 ‘도전자’라는 점을 인지한 듯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코웨이를 대상으로 다소 도발적인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일례로 LG전자는 자사의 퓨리케어 정수기와 코웨이 정수기를 비교하는 분석 리포트를 공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게시물의 내용 따르면 LG전자 퓨리케어 정수기는 코웨이 정수기와 비교해 △탱크리스로 무제한 물 공급 △3분 타이머 기능 △셀프케어 서비스 △UV 살균 배출구 △음성안내 △WIFI 스마트홈 기능 △더 긴 무상 필터 교체 등 기능과 서비스 모두 코웨이 제품보다 우수하다.
첸슨 C(Chenson C) 퓨리케어 매니저는 “LG퓨리케어가 코웨이보다 고급 기능을 갖춘 고품질 제품으로 기술, 디자인 면에서 장점이 많다”며 “선택은 소비자의 예산과 선호도에 달렸다”고 주장했다.
“의리 브랜드 코웨이냐, 글로벌 브랜드 LG전자냐” 고민에 빠진 말레이시아 소비자들
말레이시아 현지에서는 LG전자와 코웨이를 고민하는 소비자들은 늘어나는 분위기다. 말레이시아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로얏(LowYat) 공식 유튜브는 LG전자가 진출한 2019년부터 코웨이와 비교 분석한 영상을 올렸다. 해당 커뮤니티니에서는 최근까지도 “어떤 브랜드가 더 좋은가”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이 한창이다.
말레이시아 현지 소비자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코웨이를 선호하는 측은 오랫동안 말레이시아 국민과 함께 해온 신뢰를 높게 평가한다. 20년 가까이 현지에서 사업을 펼친 만큼 성능과 서비스가 검증됐다는 설명이다. 아마드 서피아(Ahmad Suffian) 씨는 “오랫동안 코웨이를 사용해 왔고 긴 세월 동안 아무 문제가 없었다”며 “LG전자는 분명 좋은 브랜드지만 말레이시아에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오랫동안 함께한 기업에 대한 신뢰는 크다”고 말했다.
코웨이를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서비스가 꼽혔다. 최저가 정수기 모델들을 비교하면 말레이시아 LG전자는 3개월, 코웨이는 2개월 단위로 각각 방문 서비스를 진행한다는 게 결정적 이유였다. 또한 코웨이는 1년간 제품 전체 무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면 LG전자는 2년간 필터를 대상으로만 무료 서비스를 보장한다며 코웨이를 추켜세우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반대로 LG전자를 추천하는 소비자들은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를 강조하고 있다. LG전자 제품들이 기능이 더 많을 뿐 아니라 취급하는 렌탈 품목도 다양하다는 것이다. 산주(Sanju) 씨는 “LG전자는 세계적인 가전 브랜드라는 명성에 걸맞게 생활에 필요한 모든 가전제품을 취급한다”며 “LG전자를 사용해 보면 그들의 기술력에 반하게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LG전자가 렌탈 서비스로 내놓은 품목은 코웨이에 비해 많은 많다. △정수기 △TV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청소기 △스타일러 △오디오 등 8개 품목과 더불어 스마트홈 구독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반면 코웨이의 구독 품목은 △정수기 △안마의자 △공기청정기 △에어컨 △비데 등 5개 종류에 불과하다.
LG전자와 코웨이의 가전 구독 경쟁은 말레이시아를 넘어 동남아시아, 나아가 아시아 지역 전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코웨이는 현재 말레이시아 외에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국, 일본, 미국 등에도 해외 법인을 두고 있다. LG전자도 말레이시아를 기점으로 지난달 대만에 진출했으며 연내 태국과 인도 진출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전제품 렌탈업계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소비자들의 경우 소비력이 약해 가전을 렌탈로 구매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또 아직 집에 제대로 된 가전제품을 구비한 가구도 적어 잠재 소비들이 많고 접근성이 좋아 물류비가 미국이나 유럽보다 저렴해 많은 렌탈 기업들이 동남아시아 시장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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