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위반 ‘유죄’·간첩 혐의 ‘무죄’…이유는?
■ '충복동지회' 사건, 3년 만에 1심 마무리…결론은?
충북 청주를 중심으로 노동조합과 통일 관련 각종 사회단체 활동을 했던 손 모 씨 등 4명은 2017년 8월, '자주통일 충북동지회'라는 단체를 결성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4년 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른바 '청주 간첩단'으로 알려진 사건입니다.
국가정보원과 검찰·경찰은 이들이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아 이적 단체인 '자주통일 충북동지회'를 결성하고, 'F-35A 전투기 도입 반대' '북한에 묘목 보내기 운동' 등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를 지속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손 씨 등은 그와 같은 활동을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북한 공작원의 지령에 따른 '반국가 행위'는 아니었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오랜 사회단체 활동으로 인권 탄압과 감시를 받다가 조작된 '간첩' 혐의까지 받게 됐다면서 무죄를 주장해 왔습니다.
이들 사건이 재판에 넘겨진 지 3년 만에 1심 재판이 모두 마무리됐고, 4명 모두 징역 12년~14년의 중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피고인 모두 국가보안법 위반이 인정됐지만, '간첩죄' 등 일부 혐의는 무죄가 선고돼 항소심에서 공방의 여지를 남겼습니다.
■ 피고인 4명 징역 12년~14년 선고..."회합·통신, 금품수수 등 유죄 인정"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4명은 여러 차례에 걸쳐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내거나, 선고 직전 유엔(UN)에 제3국으로의 정치적 망명을 요청해 '재판 고의 지연' 논란이 일었습니다. 결국 일부 신청이 받아들여져 충북동지회 위원장 손 모 씨 등 3명과 연락책 박 모 씨의 재판이 분리돼 진행됐습니다.
손 씨 등 3명은 지난 2월, 청주지방법원에서 각각 징역 1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들과 따로 재판을 받아온 연락책 박 모 씨는 기소된 지 3년 만인 오늘(30일), 1심에서 징역 14년의 중형이 선고됐습니다.
재판부는 달랐지만, 판단은 비슷했습니다.
법원은 이들이 중국이나 캄보디아 등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한 사실, 2만 달러의 공작금을 받은 사실, 북한 공작원과 암호화된 지령문이나 대북 보고문을 주고받은 혐의 등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북한에 보고된 내용 중에는 2020년 10월, 당시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던 송영길 전 국회의원과 묘목 사업·남북 철도 관련해 면담한 내용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법원은 또 이들이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아 범죄단체인 '자주통일 충북동지회'를 결성한 사실도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이 단체가 위원장과 부위원장, 고문, 연락책 등으로 역할이 분담돼 있었고, 북한을 '본사'라고 부르며 규율 위반자에 대해 북한에 징계를 요청하는 등 지휘·명령·복종체계도 갖춰져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 금품수수, 범죄단체 조직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피고인들에게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 이적단체 구성·간첩 혐의는 무죄...이유는?
하지만 간첩죄와 특수잠입·탈출 등 일부 혐의는 2개 재판부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국가보안법에서 처벌하는 '잠입'과 '탈출'의 의미는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부터 잠입하는 것이나 탈출하는 것으로 한정해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피고인들의 공소사실은 내국인이 통상적인 방법으로 중국과 캄보디아로 출국했다가 그곳에서 다시 귀국한 것인데, 이는 '입국'이나 '출국'이라고 부르는 것이지 '잠입'이나 '탈출'로 부르는 것은 언어의 한계를 벗어난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또 이들이 결성한 '자주통일 충북동지회'가 북한 측과 통신하거나 회합하는 행위를 해온 사실은 인정되지만, 표면적으로 북한을 찬양·고무·선전하려는 목적이 드러나지 않고, 폭력적 수단으로 정부를 전복하려는 '국가 변란'의 목적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이적단체 구성 혐의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들이 국내에서 수집해 북한 측에 건넨 정보도 가치가 낮아 '국가 기밀'로 보기 어렵다면서, 간첩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들이 이미 국가보안법 제8조에 따른 '통신죄'로 처벌받는 만큼, 간첩 혐의를 무죄로 선고해도 "처벌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부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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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근섭 기자 (sks85@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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