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사건파일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일부승소했다. 법원은 과거 남양유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 홍 전 회장의 주식매매계약 이행지체로 한앤코가 손해를 봤다고 보고, 홍 전 회장이 한앤코에 660억원 상당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특히 이번 판결은 이행지체로 발생한 기업가치 하락까지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인정했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인다. 1심 판결문을 토대로 쟁점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한앤컴퍼니가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지 3년 만에 1심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는 한앤코의 손을 들어주며 홍 전 회장이 주식매매계약(SPA)상 거래종결일에 거래 종결을 거부하고 추가 협상을 요구하는 등 이행을 지체했다고 지적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홍 전 회장의 이행지체 기간(2021년 7월30일~2024년 3월29일) 동안 남양유업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1272억원에서 약 517억원으로 줄었다. 이러한 변화는 홍 전 회장의 지연 행위가 실제로 한앤코에 손해를 끼쳤는지 판단하는 핵심 요소가 됐다.
예정된 주총 연기, 계약 해제 통지 등 계약 이행 늦어져
2021년 5월 한앤코는 홍 전 회장 측과 남양유업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홍 전 회장 일가가 보유한 남양유업 주식 37만8938주(합계 지분율 52.63%)를 3107억2916만원(1주당 82만원)에 매수하는 내용이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계약은 한앤코가 주식뿐 아니라 이를 토대로 한 남양유업에 대한 경영권을 넘겨받는 것이었다.
그런데 홍 전 회장은 7월30일 계약에 따라 정해진 거래종결일에 거래종결을 거부하고, 이날 예정된 주총을 연기했다. 그러면서 한앤코에 '계약 전부터 얘기한 내용이 최근 미팅에서 일방적으로 배척됐다', '거래종결을 위한 성실한 협의를 원한다'고 했다. 홍 전 회장은 매매대금 수령 계좌를 정해주지도 않았다.
비슷한 시기 한앤코가 홍 전 회장에게 보낸 공문에 비춰보면, 갈등 조짐이 나타나긴 했다. 한앤코는 공문을 통해 '홍 전 회장이 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본건 거래를 이행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하거나, 7월30일 주총에서 한앤코가 지명한 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행사하고 이어 본건 거래를 무효로 선언할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주식 양도 등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계약의 중대한 위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위 사건 이후 한앤코가 매매대금 이상의 돈을 계좌에 넣어두며 대금 지급 의사를 유지했다고 판단했다. 또 홍 전 회장의 계약 해제 통지 이후에도 계약의 상호 이행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했다.
홍 전 회장의 이행 지체는 지난해 3월29일까지 지속된 것으로 인정됐다. 이때는 한앤코가 홍 전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양도소송에서 최종 승소하고 주식을 양도 받은 이후였다. 신규 임원 선임 등도 마친 상태였다.
재판부는 "홍 전 회장의 이행지체는 한앤코가 지명한 신규 이사, 상근감사 선임 및 기존 이사와 임원의 사임이 마쳐진 2024년 3월29일에서야 종료됐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했다.
이는 △양측의 계약은 홍 전 회장이 보유한 주식과 이에 기초한 경영권을 한앤코에 양도하기로 하고, 시장 주가에 상당한 금액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매매대금을 정한 점 △이러한 이유에서 홍 전 회장으로 하여금 한앤코가 지명한 후보를 이사 및 상근감사로 선임하는 등의 의무를 정했고, 그 의무 이행 기한을 거래종결일까지로 정한 점 등을 고려한 판단이었다.
이와 관련해 홍 전 회장은 '이사 선임 등에 관한 의무는 계약의 부수적 의무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홍 전 회장은 2021년 7월30일부터 2024년 3월29일까지 주식매매계약에 따른 주식 및 경영권 양도 의무의 이행을 지체했으므로 이로 인해 한앤코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박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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