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근거리 레저 활동에 제격, 기아 레이 EV

​​기아 레이 EV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어느덧 쌀쌀해진 날씨, 그 푸르던 산과 들도 울긋불긋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진다. 과거에는 가을도 꽤 길었던 것 같은데, 불어오는 바람이 눈이 시리게 찬 걸 보니 겨울이 머지않은 듯하다.

얼마 전 북극 빙하가 녹으며 약해진 제트기류 때문에 이례적 한파가 불어올 것이란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생각보다 그 한파가 일찍 오는 것 같다. 지구온난화 때문일까. 점점 더 여름과 겨울은 길어지는 것 같은데 여행을 떠나기 좋은 봄과 가을은 점점 줄어드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후회하기 전에 여행을 떠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빠르게 짐을 싣고 근교 공원으로 떠나보자. 오늘 필자와 함께 여행을 떠날 파트너는 바로 경차 레이의 전기차 버전인 기아 레이 EV다.

​​기아 레이 EV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레이는 2012년 내연기관 모델 출시 후 현재까지도 넓은 공간 활용성으로 사랑받고 있는 박스카형 경차다. 이번에 출시된 레이 EV는 작년 11월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얼굴을 바꾼 내연기관 모델 기반의 전기차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이용한 것이 아닌, 내연기관 플랫폼을 개조했기 때문에 외관 디자인은 내연기관 모델에서 달라진 부분이 거의 없다. 보통 전기차에 차별화 요소를 집어넣는 경우가 많은데 레이 EV의 외관은 'ㄷ'자 형태의 세로형 헤드램프를 기반으로 한 디자인을 그대로 채용했다. 범퍼에 스키드 플레이트를 적용하긴 했지만, 이는 내연기관 모델을 옆에 두고 비교해야 변경됐는지를 알 수 있을 정도다.

​​기아 레이 EV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후면부도 전기차 특성상 테일파이프를 삭제하고 새로운 스키트 플레이트를 적용한 것을 제외하면 내연기관 모델과 디자인이 같다. 그나마 찾을 수 있는 변경 점은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 위치에 배치된 충전구와 14인치 전용 휠 정도가 전부다.

​​기아 레이 EV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내연기관 모델과 차별화된 실내

실내 디자인도 센터 디스플레이와 에어컨 및 히터 송풍구의 생김새 등 전반적인 구성은 내연기관 모델과 같다. 하지만 실내는 내연기관 모델과의 차별화를 주고자 신경 쓴 부분이 어느 정도 보인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운전석 정면에 배치된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이다. 내연기관 레이의 경우 풀 디지털 방식이 아닌 속도계와 정보창 등 한정적인 공간에만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현대 캐스퍼와 같은 기종의 계기판을 사용한다. 물론, 캐스퍼의 방식이 크게 불편함을 주진 않지만, 실시간 에너지 소모량과 회생 제동량 등을 송출해 주는 레이 EV의 계기판 화면이 시인성도 높고 디자인도 한층 고급스러워 보인다.

​​기아 레이 EV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센터페시아 하단의 변속기 레버 위치도 운전대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칼럼 방식과 다이얼 방식이 혼합된 이 변속 레버는 EV9의 것과 디자인이 동일하다. 과거 부츠식 변속 레버가 자리 잡았던 공간은 오토 홀드 기능을 포함한 EPB가 대신 자리 잡았다. 공조 버튼부도 변속 레버의 위치 변경과 함께 자리를 위쪽으로 옮겼다. 그리고 과거 공조 기능을 수행하던 버튼부 자리는 수납공간으로 변경됐다.

​​기아 레이 EV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시트는 가솔린 모델과 동일하게 모든 좌석을 접을 수 있는 풀 플랫 기능이 제공된다. 1열 운전석 시트에는 통풍 시트 기능이 추가로 제공되며, 2열 시트 공간은 헤드룸과 레그룸 모두 여유롭다. 등받이 각도도 조절할 수 있어 성인 남성이 앉아도 불편함이 없으며, 필요에 따라 각각의 좌석을 원하는 대로 접을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인 강점이다. 심지어 바닥에 배터리가 깔려 있음에도 공간의 손실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기아 레이 EV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공간에 대한 감탄을 뒤로 하고 간단히 피크닉을 떠날 짐을 넣어본다. 2열 시트를 접고 파라솔과 간단한 먹거리, 캠핑용 테이블과 의자, 블루투스 스피커 등 다양한 짐을 적재했다. 그럼에도 아직 공간이 여유롭다. 이에 차박도 가능할까 싶어 가장자리에 자리를 만들어 누워봤더니 꽤 편안하다.

​​기아 레이 EV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1열과 2열 사이 떨어진 공간이 있어 약간의 평탄화 작업이 필요해 보이지만, 조금 두꺼운 이불이나 침낭을 사용한다면 그럴 필요도 없어 보인다. 기아 레이 내연기관 모델로 캠핑카도 만든다더니, 주행가능거리가 짧은 것만 극복하면 차박을 위한 투어링 카로도 손색이 없겠다. 이런 쓰임새를 예상한 것인지 주행하지 않을 때도 공조, 오디오 등 전기장치를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전기차 전용 '유틸리티 모드'도 제공한다고.

실제로 유틸리티 모드를 사용해 차 안에서 히터를 틀고 시간을 보내본 결과, 1시간에 5% 남짓 밖에 배터리가 닳지 않았다. 전기차 특성상 에어컨이나 히터를 켜기만 해도 주행가능거리가 10km 정도 줄어드는 것을 생각하면 실제 사용되는 배터리양은 시간당 3% 남짓 정도일 것으로 추측된다. 덕분에 무거운 무시동 히터나 발전기를 챙길 필요도 없다. 주변 충전소에 들러 배터리만 넉넉히 충전해 주면 될 일이다.

​​기아 레이 EV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넉넉한 공간만큼 만족스러운 주행 감성

감상을 뒤로 하고, 더 추워지기 전에 바람을 쐬어야겠다. 하남시의 미사리 경정공원으로 목적지를 설정한 뒤 운전대를 잡았다. 브레이크를 밟고 시동 버튼을 누른 뒤 칼럼 방식의 변속 레버를 D로 변경했다. 동력계가 전기모터로 바뀌었을 뿐인데, 저배기량 엔진의 소음이 없으니 한결 실내가 쾌적하다.

가속 페달을 밟으니 부드럽게 차체를 앞으로 밀고 나아간다. 레이 EV의 스펙상 출력은 87마력에 토크도 15kg·m밖에 되지 않지만, 고배기량 내연기관 엔진을 탑재한 자동차처럼 만족스러운 가속 능력을 보여준다. 심장병에 걸린 것이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 힘이 약했던 내연기관 모델과 달리 출력이 여유로우니, 운전도 재미있다.

고속주행 또한 주행가능거리가 조금 더 빨리 줄어들 뿐 주행감 자체는 나쁘지 않다. 바닥에 깔린 배터리 덕분에 경차를 탔음에도 세단을 탄 듯 승차감이 나쁘지 않다. 중형급 이상의 세단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동급 내연기관 자동차들보다는 승차감이 좋다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 다만 전고가 높다 보니, 급격한 코너 통과 시 차가 쏠리는 것이 잘 느껴지는 편이다.

도로를 달리다 보니, 어느덧 미사리 공원에 도착했다. 강변도로에 접어드니 자동차가 아닌 케이블카 혹은 모노레일을 직접 운전하는 느낌이 든다. 높은 전고와 넓은 실내가 주는 공간감이 새로운 감각을 선사하는 것이다.

​​기아 레이 EV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콧노래를 부르며 목적지에 도착해 전비를 확인해 본다. 스펙상 공인 전비가 5.1km/kWh인데 7km/kWh에 달하는 전비가 눈에 들어온다. 약 70km의 거리를 달려와 주행가능거리가 꽤 줄어들긴 했다. 100km 정도의 주행거리가 남은 상태에서 목적지에 왔더니, 40km 정도를 더 달릴 수 있다고 알린다.

35.2kWh 용량의 리튬인산철 배터리가 탑재돼 있다 보니 주행가능거리는 205km 정도로 짧은 편이다. 여행과 레저에 최적화된 모델이 장거리 여행이 안 된다니, 이런 부분은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가격적인 메리트가 워낙 크다 보니 고개를 끄덕이며 이내 이해하게 된다. 이처럼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구성이 워낙 매력적이라 한동안은 대체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근교 레저 활동을 즐기거나 시티카의 용도로 사용한다면 이 차를 꼭 시승해 보길 권한다.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3595×1595×1710mm

휠베이스 2520mm | 공차중량 1295kg

동력계 ​​싱글 모터 | 배터리 용량 35.2kWh

주행가능거리 205km | 최고출력 87.4ps

최대토크 15.0kg·m | 구동방식 FWD

0→시속 100km ​​​- | 최고속력 시속 140km

전비 5.1km/kWh | 가격 2955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