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혼햄의 괴짜 감독 신조 츠요시 이야기
월요일은 쉬는 날이다. 적어도 프로야구에서는 그렇다. 게임이 없는 날이다. 그런데 가끔 싱숭생숭하다. 혹은 아슬아슬하다. 깜짝 놀랄 뉴스 때문이다. 신상과 관련해 결정이 내려지는 타이밍이기도 하다. 2군 강등, 1군 복귀, 해임, 경질…. 등의 키워드가 등장하는 요일이다.
이제 5월도 다 갔다. 그런데 여전히 한기가 돈다. 한화 이글스가 최원호 감독과 이별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일본도 비슷하다. 명문 세이부 라이온즈의 마쓰이 가즈오 감독이 지휘봉을 놨다. 휴양이라는 명목이다. 대신 와타나베 히사노부 GM(단장)이 감독 대행을 맡기로 했다.
양쪽 다 내막은 뻔하다. 팀 성적 때문이다.
반면 전혀 다른 인물도 있다. 잘려도 진작에 잘렸어야 할 사람이 여전히 건재하다. 멀쩡한 정도가 아니다. 오히려 승승장구하고 있다. 만년 하위권에서 벗어나, 2위를 순항 중이다. 얼마 전에는 저금이 8개로 많아져 화제가 됐다. 무려 1759일 만의 일이었다. (일본에서는 패보다 승이 많은 것을 저금이라고 한다. 반대는 빚이라고 부른다.)
니혼햄 파이터즈의 신조 츠요시(52) 감독 얘기다.
2021년 말이다. 부임 초부터 말이 많았다. 그의 등장에 야구계가 깜짝 놀랐다. ‘야구적으로’ 볼 때는 상당히 의외의 캐스팅이기 때문이다.
일단 지도자 경력이 전무하다. 감독은 고사하고, 코치를 해 본 적도 없다. 그렇다고 해설이나 평론으로 야구와 연을 이어간 것도 아니다. 경주마를 사서 마주 행세를 한 게 그나마 생산적인 활동이다. 아예 인도네시아 발리로 이주해서 유유자적한 삶을 살았다.
선수 시절이 단단했던 것도 아니다. 스타 플레이어는 맞다. 하지만, 뛰어난 실적을 남긴 것도 없다. 3할을 쳐 본 적도 없다. 중견수였지만, 타격보다는 수비가 좋다는 평가가 많았다. 한 팀을 이끌 지도자로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게 전통적인 시각이었다.

취임 때부터 파격의 연속
그런 그의 인생이 뒤바뀐 계기가 있다. 사기 피해다. 자산을 관리하던 모친이 지인에게 속아 빈털터리가 된 사건이다. 신조는 한 방송에 출연해 당시를 이렇게 밝혔다. “22억 엔(약 191억 원)을 모두 날렸다. 페라리, 람보르기니를 타다가, 이제는 스쿠터를 타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발리 생활을 접었다. 일본으로 돌아와 돈을 벌어야 했다. 야구판에서는 찾는 사람이 있을 리 없다. 그러자 47세의 나이에 현역 복귀를 선언한다. 실제로 트라이아웃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때를 만났다. 마침, 체질 개선을 선언한 팀이 있었다. 니혼햄 구단이다. 한때는 괜찮았다. 다르빗슈 유, 오타니 쇼헤이 같은 슈퍼스타가 뛰던 곳이다. 일본시리즈 우승(2006년, 2016년)도 차지했다.
그런데 이후 급전직하했다. 주력 멤버가 빠진 탓이다. 2017년 이후 비밀번호를 찍기 시작했다. 5~6위에서 맴돌았다. 명장 구리야마 히데키도 버티기 어려웠다. 대신 선택한 것이 신조였다. 삿포로 시대를 연 2006년 우승을 이끈 주역이기 때문이다(그의 은퇴 시즌이기도 하다).
아니나 다를까. 등장부터 요란하다. 취임 기자회견(2021년 11월)서 천방지축이다. 노란 머리, 와인색 수트 차림으로 나타났다. 내건 공약도 기상천외하다. ‘우승은 목표가 아니다.’ ‘팬 투표로 라인업을 짜겠다.’ ‘경기 중에 인스타 라이브를 하겠다.’ ‘안타 없이 득점을 만들겠다.’ 등등의 어처구니없는 얘기를 늘어놨다.
심지어 “내가 외야 수비코치를 겸하겠다. 아니, 선수로 등록해서 뛸 수도 있다” 같은 말도 서슴없이 내뱉는다. 여북하면 지켜보던 단장이 말을 끊는다. “아니다. 선수로 뛰겠다는 것은 농담”이라며 서둘러 진화했다.
그러나 진짜 파격은 아무도 막지 못했다. 호칭 문제다. 감독은 너무 거추장스럽다. 자신을 ‘빅 보스(BIG BOSS)’로 불러 달라. 그런 요청이다. 단순히 호칭이 아니다. 정식 등록명으로 제출한다. 실제 유니폼에도 그렇게 새기고 1년을 뛰었다. 하긴, 선수 때도 전력이 있다. ‘SHINJO’라는 영문 이름을 썼다.

고 노무라 감독과 묘하게 닮은 야구
심심하던 팬들은 신났다. 그의 파격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는 꼴찌였지만, 관중수는 대박이 났다. 총 188만 명, 경기당 평균 2만 6500명을 넘겼다. 오타니 시절이 부럽지 않은 숫자들이다. 모두가 빅 보스를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이다.
상황이 이러니 구단도 난감하다. 계약 기간 2년 내내 이상한 짓(?)만 한다. 야구나 잘 하면 모른다. 성적도 맨날 꼴찌를 맴돈다. 그렇다고 함부로 자를 수도 없다. 여론이 의식된다. 결국 1년 재계약에 성공했다.
그렇게 맞은 올 시즌이다. 초반부터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27일 현재 25승 18패 2무, 승률 0.581로 2위를 달린다. 1위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4.5게임 뒤졌다. 그러나 B클래스(4위 이하)와는 6.5게임 차 이상 벌려놨다.
전문가들은 ‘신조 야구’를 타계한 노무라 감독과 비교한다. 한신 시절 2년간 스승과 제자였던 사이다. 어찌 보면 완전히 상극의 캐릭터다. 스파르타식 훈련과 원칙, 치밀함 같은 전통적인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게 노무라 스타일이다. 그런데 둘은 묘하게 비슷한 구석이 있다.
신조의 커리어에서 가장 유명한 사건이 있다. 고의4구 하려고 완전히 빼는 볼을 쳐서 끝내기 안타를 만들어낸 일이다. 1999년이었다. 숙적 요미우리와 연장 12회까지 동점이었다. 주자 1, 3루가 되자, 신조를 거르기 위해 포수가 일어났다. 그런데 이걸 쳐서 3-유간을 뺀 것이다.
경기 후 “볼을 뺄 때는 (상대 투수) 마키하라 상이 그렇게 강하게 던지지 않는다. 또 유격수는 2루 쪽으로 많이 치우치게 된다. 빈 곳으로 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며칠 전부터 타격 훈련 때 연습했다. 노무라 감독께도 미리 ‘기회가 된다면 한번 시도해 보겠다’고 사전 승인을 받아놨다”고 밝혔다.
나름대로 치밀한 계획과 준비가 있었던 것이다. 당시 노무라도 그를 가리켜 “우주인 같은 녀석이야”라며 웃었다. 조금 거칠게 표현하면 ‘4차원’이라는 의미다.
신조 감독의 공약 ‘안타 없이 득점하기’도 이런 세밀한 야구를 추구하겠다는 의지다. 니혼햄은 현재 도루 44개를 성공시켰다. 12개 팀 중 가장 많다(2위 소프트뱅크 34개).

담배로 맺은 다르빗슈와 인연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노무라 닮은 점은 또 있다. ▶ 신인들에게 과감하게 기회를 주는 것 ▶ 저평가된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 등이다. 즉, 고정 관념을 벗어난 운영으로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얘기다.
관련된 일화가 있다. 얼마 전 200승을 달성한 다르빗슈 유의 에피소드다. 몇 년 전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밝힌 얘기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처음 입단했을 때다. 내가 좀 문제가 많았다.” 이 무렵 그는 곤란한 상황이었다. 담배를 물고 파친코 하는 사진이 찍혀 주간지에 보도됐기 때문이다. 18살이 되기도 전이어서, 크게 시끄러웠다.
“팀 선배들이 인사도 잘 안 받아줬다. 잔뜩 주눅이 들었을 때 신조 상이 말을 걸어줬다. ‘어이, 유짱. 담배 아직도 피나?’ 하더라. 화들짝 놀라 ‘아닙니다. 끊었습니다’라고 손을 저었다. 그랬더니 빙긋이 웃으면서 방법을 하나 알려주셨다.”
그 ‘방법’이란 숨어서 담배 피울 수 있는 곳을 찾으라는 말이다. “그때 우리 라커룸 근처에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이 있었다. 남자 칸에서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한다. 신조 상이 ‘여자 칸이 괜찮아. 나도 거길 주로 가거든’이라고 팁을 줬다. 거기라면 사람이 별로 없어서 안전하다는 뜻이었다.”
물론 담배 때문만일 리 없다. “18~19살짜리가 얼마나 눈치를 봤겠나. 그런데 최고참이 내 편이라고 생각하니까 정말 든든하더라. 그때 신조 상이 날 많이 데리고 다녔다. 다른 선배들과 식사 자리도 함께하며 편하게 만들어줬다. 10년이 훨씬 지났지만 고마움은 잊지 않는다.” (다르빗슈)

지금 일본 팬들의 관심은 내일(28일) 경기에 쏠렸다. 고시엔 구장에서 한신-니혼햄의 교류전(인터리그)이 열리기 때문이다. 그곳은 신조 감독의 활동 무대였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과의 재회도 눈길이 간다. 빅 보스가 뉴욕 메츠를 떠나 일본으로 돌아올 때다(2003년 말). 가장 유력한 행선지였던 친정 팀 한신의 입장이 관심거리였다. 그런데 사령탑이던 오카다는 시큰둥했다. “신조가 와도 자리가 없다”는 매정한 말이었다.
신조 감독이 인기를 끄는 퍼포먼스가 있다. 경기 전 배팅오더를 교환하면서 상대 감독과 심판에게 하이 파이브를 요청하는 장면이다. 반면 최연장자인 오카다(66) 감독은 평범하게 악수 정도로 끝낸다. 이번에는 과연 어떨 것인가. 그걸 묻는 기자의 질문에 오카다 감독은 “후후후”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