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바람이 무서워요”...혈액순환 고질병 수족냉증

[최수지의 여성을 위한 한의학] 냉증 또는 냉각과민증

장마로 가뜩이나 습한데 기온까지 올라가니 짜증이 많아지는 계절이다. 당연히 무덥다는 이유로, 그리고 제습을 이유로 에어컨 사용이 많아진다.

이럴 때면 손발이 너무 차갑다며 병원을 찾는 사람도 증가한다. 수족냉증이다. 원래 냉증환자는 겨울에 많지만 요즘에는 강한 에어컨 바람에 때문에 여름에도 냉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특히 여성들도 많다.

냉증은 냉각과민증이라고도 하는데 증상에 대해 '차다'는 경우가 가장 많다. 경우에 따라서는 시린 경우, 저린 경우, 바람이 느껴지는 경우, 뻣뻣한 경우, 아픈 경우 등 증상이 많다.

/ pixabay

발생부위도 손발, 아랫배, 음부, 허리, 허리아래 등의 다양하다. 간혹 온몸이 차갑다고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그럼 냉증이 생긴 신체 부위의 온도는 어떻까. 일반적으로 냉증환자들의 체온은 정상이다. 냉증이 발생한 부위의 온도가 낮은 경우가 있고, 신체의 국소 부위와 중심 부위의 온도 차이가 나는 불균형일 때도 있다.

냉증은 어떤 사람에게 많이 나타날까?

일반적으로 냉증환자의 남녀 성비는 2 대 3으로 여성이 더 많다. 냉증은 내분비 기능에 변화가 많은 사춘기, 갱년기, 출산 후 여성에게서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계절적으로는 가을과 겨울에 많고, 체질적으로는 소양인이 상대적으로 적고, 소음인이 가장 많다.

인종에 따라서도 냉증에 걸리는 확률이 다르다. 동양인에서 많고, 특히 일본 여성의 54.3%는 수족냉증을 가지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는 인종적 특성, 지역적 특성, 주거환경, 음식습관 등의 특성과 연관이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손발이 차면 임신이 안된다?

냉증은 여성의 배란장애와 연관이 있다. 흔히 ‘손발이 차면 아이가 잘 안생긴다’고 하는데, 이는 체온과 여성호르몬의 연관성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생식기능이 정상적인 가임기 여성은 배란 이후에는 체온이 올라 가는데, 프로게스테론이라고 하는 배란 후 배출되는 호르몬이 체온을 높이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즉, 냉증 때문에 배란이 잘 안되는 것이 아니라 배란이 잘 안되면서 냉증이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다.

또 냉증 자체는 혈액순환의 저하를 의미하므로 관련된 산후풍, 대하, 월경병, 징하, 불감증, 갱년기증후군 등 각종 부인과 질환의 주된 발병인자이다. 찬 기운으로 혈액이 뭉치고 소통되지 않으면 어혈로 발전할 수 있고, 이런 경우 다양한 월경이나 생식과 관련된 질환으로 발전될 수 있다.

수족냉증의 진단

일반적으로 냉증으로 내원한 환자의 경우 객관적 진단을 위해 적외선 체열검사를 활용한 체온의 불균형을 확인한다. 또 체온 조절 기능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한의학적 생기능 검사를 진행한다.

/ pixabay

냉증의 진짜 원인

냉증의 원인은 체질적인 특성에 의한 경우, 신체허약에 의한 경우, 배란장애 및 부인과 질환과 동반된 경우, 자율신경실조증, 산후풍 등이 가장 많다.

이 외에도 갑상선 기능저하증, 일차성 레이노병, 손목터널증후군, 디스크, 말초신경염, 혈관질환, 당뇨, 신부전증, 뇌졸중, 히스테리 환자들도 수족냉증을 호소할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냉증이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은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혈액순환의 장애'이다. 심장에서 나오는 뜨거운 혈액이 손발과 같은 말초까지 잘 전달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는 기허, 혈허, 어혈과 같은 혈액순환의 문제, 담음이라고 하는 수습 대사의 장애로도 발생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열발생의 장애'다. 한의학적으로 양기의 부족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주로 소화 기능이 허약한 경우와 노화로 양기가 떨어진 경우가 있다.

수족 냉증은 이 두 문제를 모두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고, 한 요인이 우세한 경우도 있다. 또 부수적으로 예민한 교감신경 때문에 혈관이 수축돼 나타날 수 있고, 긴장을 잘 하는 경우, 출산과 폐경과 같은 호르몬 변화도 체온조절기능을 떨어뜨려 냉증을 유발할 수 있다.

치료는 어떻게?

일반적으로 한의학에서는 개인별 유형, 원인에 따른 맞춤형 한약을 쓴다. 양기가 부족한 경우 따뜻한 약을 주로 사용하는데, 부자·오수유·육계·건강과 같은 한약재가 대표적이다. 육계와 건강은 계피와 생강다. 따라서 계피차나 생강차를 마시면 냉증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혈액순환이 안되는 경우에는 혈을 보해주는 보약과 운행을 도와주는 약을 함께 사용한다.

수족냉증은 침치료 연구가 많다. 침치료 자체가 기혈 순환을 돕기 때문에 말초까지 혈액이 잘 흐르도록 도와준다. 뜸·반신욕·좌욕도 도움이 된다.

/ pixabay

생활관리와 예방방법

1. 추위 회피. 냉증을 겪는 분들은 대개 스스로 실천하고 있다. 단, 과보온은 피해야 한다. 땀을 너무 흘리면 기운이 떨어지고 오히려 냉증이 심화될 수 있다.

2. 충분한 수면과 정신적인 안정은 자율신경계의 균형 유지에 필수적이다.

3. 규칙적인 식사, 적절한 식사량, 따뜻한 음식이 좋다. 고기와 야채를 통해 에너지 대사에 필요한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을 충분히 섭취하는게 좋다.

4. 규칙적이고 충분한 운동. 말초순환 개선을 위해서는 적절한 유산소 운동이 필요하다. 유산소 운동이 어려운 사람은 먼저 ‘발끝 부딪치기’부터 시작해보자. 발에는 생식, 위장관련 경락이 지나가기에 자주 자극해주면 도움이 된다.

5. 금연 금(禁)커피. 흡연과 카페인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말초혈액순환을 방해한다. 따라서 금연하고 커피를 줄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