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민주당 강성지지층 선긋기? "너무 늦었고 약해"
민주당 법률위, 국짐첩자 게시물 삭제 요구 "거부시 고발"
조응천 "단호한 결단必" 김종민 "알리바이 수준으론 안돼"
이재명 질서있는 퇴장론? 조응천 "연말이면 배 이미 침몰"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수박 7적 포스터 작성자 고발 등 강성 지지층의 극단적 행위와 거리를 두거나 자제를 요청하며 당내 소통에 나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동안 묵인하다 이제와서 “알리바이 만드는 수준으로는 안 된다”, “너무 늦고 약하다”, “단호하고 비장한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정성 없는 생색내기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회는 16일 '민주당 소속 인사에 대한 허위사실 적시 및 명예훼손 강력 대응' 입장문을 내어 “최근 '국민의힘과 내통', '국짐첩자'와 같은 허위사실을 적시해 민주당 소속 의원 및 인사들을 비방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정체불명의 인터넷 게시물들이 다수 발견됐다”며 “더불어민주당의 근간을 훼손해 당의 공신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법률위는 “위와 같은 허위사실은 당을 분열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허위 비방 게시물의 제작 및 유포자에게 해당 인터넷 게시물을 즉시 삭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법률위는 “계속해 허위 비방 게시물이 발견될 경우 제작자 및 유포자에 대해 형사 고발, 게시 중단 요청 등 필요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게시물은 이른바 '수박 7적 포스터'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작성자가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은 이 게시물은 '수박 국짐첩자 7적 처단하자!'는 제목으로 “자당의 당대표를 불법조작체포 시도해 적폐 검찰이 창궐하게 하고 국민의힘과 내통해 윤석열 정권을 공동 창출한 1등 공신”이라며 전화로 처단할 7적으로 문재인, 이낙연, 강병원, 이원욱, 윤영찬, 김종민, 이상민 등 7명을 꼽고 이들의 사진과 휴대폰 연락처까지 기재했다. 작성자는 “이들을 직접 꾸짖어 처단해 2024 총선 승리하자!”고 썼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지도부는 언제부터인가 이 포스터 작성자에 대해 민주당원이나 지지자가 썼을 리 없다, 적의 이간계다라며 거리를 둬왔다.
대표적 친명 인사인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수박 7적 포스터 형사 고발을 결정했다며 “어저께(15일) 최고위원회에서 그 얘기가 나왔다. 이건 결코 우리 당 지지자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보기 어렵고, 당의 화합을 깰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불순한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제작)한 것 아닌가 (의심된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실제 공격 받고 있는 많은 분들이 심각한 고민과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화합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이낙연 전 대표와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을 제명해달라는 청원 동의가 5만 명을 넘기자 민주당이 답변을 내놨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이 대표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특정인을 제명하라는 청원이 올라오면 또 '이재명을 징계하라'는 청원도 뒤따라온다”, “진영 안에서 서로 물고 뜯으며 상처 받는 치킨게임이 될 뿐”이라고 쓴 것으로 갈음한다고 답변했다. 이 대표는 “내부 공격이 가장 큰 리스크”라며 “함께 싸워야 할 우리 편 동지들을 멸칭하고 공격하는 모든 행위를 즉시 중단해달라”고 썼다.
이 대표는 또 “일부 의원들의 사무실 앞에서 전광판 트럭으로 공격적 문자를 게시하는 행동도 마찬가지”라며 “서로의 적대감만 쌓이고 이를 보고 지나가는 행인들은 이맛살을 찌푸린다.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이 대표는 지난 14일 당원존 라이브에서도 강성 지지자들에게 수박 색출, 징계 청원, 야유 등을 중단해달라고 설득했다. 그러나 일부 참석자들은 “참을 만큼 참았다”, “당원이 책임지겠다”며 강경 행위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심지어 일부 참석자는 자신이 정의당 대표에 야유를 했다고 시인하기까지 했다.
이 대표는 15일엔 친명보다 색깔이 옅은 '더좋은 미래' 의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이처럼 이 대표와 일부 지도부가 강성 지지층의 수박 색출 등 극성 행위 자제를 요청하고 있지만 아직 진정성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 대표에 쓴소리를 자주 해온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 그런 것들을 지켜보면 자제 요청으로는 어림도 없다”며 “좀더 단호하게 가야 된다. 결별 선언까지도 해야 된다. 이럴 경우 '당신들하고는 앞으로 완전히 선 긋고 갈라서겠다'(고까지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 의원은 국민의힘이 다시 일어서게 된 계기가 김종인 당시 비대위원장이 태극기 부대를 투명인간 취급하고 이준석 대표가 극우 유튜버와 거리두기를 시작하면서부터였다고 분석했다. 조 의원은 “이후 대선 중에는 국민의힘 유세 때 옆에 태극기가 펄럭이지 않았다”며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그에 비견될 만한 강경한 조치, 비장한 결단이 있어야 된다. 그냥은 안 된다”고 촉구했다.
조 의원은 실제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1주일 동안 폭탄과 전화가 집중됐고, 수박깨기 행사도 있었는데, 이 대표는 그때 그냥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며 “못하게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타이밍이) 늦고 약하고 이거 가지고는 아무것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의원들하고 이제와서 밥 먹는 정도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선출직을 제외한 임명·지명직 인사 개편 등 대대적 인적 쇄신 필요성을 제기했다.
조 의원은 친명쪽에서 나오고 있다는 '질서 있는 퇴장론'과 관련해서도 회의적 반응을 내놨다. 김현정 PD가 이 주장을 두고 연말쯤 이 대표가 스스로 대표직을 사퇴한 뒤 비대위로 총선을 치르고, 이 대표는 다음 대선까지 사법 리스크 턴 후 대선에 도전한다는 시나리오를 소개하자 조 의원은 “연말은 너무 멀다”고 선을 그었다. 조 의원은 “내년 총선이 4월인데 연말이면 그때는 거진 총선”이라며 “(배가) 많이 빠져서 거의 침몰 직전일 수 있고, 아니면 그 사이 구멍을 메워가지고 둥둥 떠 있으면 가능하죠. 그런데 구멍을 (당직 개편 등을 통해) 잘 메우느냐. 일단은 가시적으로 그렇게 해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수박 7적 명단에 포함된 김종민 의원은 15일 저녁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이 대표의 소통 행보에 대해 “알리바이를 만드는 정도 갖고는 안 되지 않겠느냐”며 “실제 변화할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 문제는 여론이 악화하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고 민주당 정체성과 관련된 것”이라며 “개딸이냐, 문파냐, 노사모냐, 태극기부대냐는 집단이 중요한 게 아니라 행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 행동의 핵심은 자기 주장을 남한테 폭력적으로 강요하는 행위를 방치하면 민주당 자체가 비민주적, 반민주적 정당이 돼 버린다”며 “완전히 민심이 떠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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