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첫 '매장형 약국' 등장···편리함 vs 안전성 논란
약값 저렴하고 선택 폭 넓어 인기
제약계 "전문성 훼손·오남용 우려"
15일 복지부 국감서 쟁점 부상

100평 이상의 대규모 매장 크기에 소비자가 직접 약품을 고르는 방식의 이른바 '매장형 약국'이 울산에도 문을 열었다. 기존 약국에 비해 약 가격이 싸고 다양한 제품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등 여러 긍정적인 면이 있는 반면, 대한약사회 등 제약계는 복약 지도가 제한적인 구조인 만큼 약사의 전문성과 국민 건강을 해친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14일 오전 찾은 북구 진장동의 A약국. 지난 7일부터 영업을 시작한 496㎡(약 150평) 규모의 이 약국은 보편적인 약국과 달리 수십개의 진열대에는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동물의약품 등 다양한 제품들이 품목별로 나열돼 있었다. 매장 이곳저곳을 분주히 돌아다니는 손님들 손에는 수북히 약이 쌓인 장바구니가 들려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제품을 검색해 의약품의 효능을 알아보거나 가격대가 얼마나 낮은지 검색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고, 지인끼리 삼삼오오 모여 진열대 곳곳을 돌며 약을 쓸어담다시피 하는 손님들도 있었다.
이렇게 담은 의약품을 계산대로 가져가면 대표 약사가 "식사 하신 뒤에, 하루 세 번 드세요", "OO이랑은 같이 복용하면 안 됩니다" 등 복약 지도를 해준 뒤 포장해준다.
시민들은 다양한 의약품을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어 편리하고, 저렴한 가격에 대량 구매가 가능한 점 등을 긍정적으로 봤다.
남편과 함께 약국을 찾은 B(52·북구 효문동) 씨는 "기존 약국보다 500~1,000원 정도 싼 것 같고, 같은 효능이라도 메이커를 비교해가면서 소비자가 자유롭게 취사선택할 수 있는 점이 좋다"라며 "저번 추석 연휴 때 처음 방문했는데, 주말과 공휴일에는 밤 10시까지 영업을 해서 주변에 마트에 들렀다가 늦게 가도 무리가 없더라"라고 말했다.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드릴 약을 사러 왔다는 C(40대·북구 연암동) 씨 "부모님이 몸이 편찮으셔서 밖을 돌아다니기 힘들다 보니 (본인이) 약을 사다 드리고 있는데, 온라인으로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해서 대량으로 사다가 부모님 집에 구비해놓으면 좋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 같은 대형 창고형·매장형 약국이 들어선 이후 비수도권에서는 광주에 이어 울산이 문을 열었다.
하지만 대한약사회 등 제약계는 편의성과 가격에 초점을 맞춘 구조가 약사의 전문성과 국민 건강을 헤친다며 우려하고 있다.
약사회는 기형적 약국의 확산이 약사 직능과 지역 약국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제재할 것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에 발맞추듯 최근 국회에서도 각종 규제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먼저 김윤 의원(더불어민주당) 등이 면허대여나 의료기관과의 담합을 통한 '자본형·대형 약국' 개설을 사전에 걸러내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도입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구체적으로 약국 면적이 330㎡를 넘거나 불법 개설이 의심되는 경우, 시·도지사 산하에 신설되는 '약국개설위원회'의 심의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행정쟁송 이전 단계에서 창고형·매장형 약국의 진입 자체를 차단한다는 목표다.
또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약국에 '창고', '공장', '팩토리' 등 소비자가 의약품을 공산품처럼 대량 구매해도 된다고 오인할 수 있는 명칭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현행법은 도매상 오인표시나 특정질환 전문약국 표시를 제한하고 있으나, 의약품 오남용을 부추기는 명칭은 규제 사각지대로 남아 있어 이를 보완한다는 취지다.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다뤄질 예정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국정감사가 15일까지 이틀간 개최되는 가운데, 권영희 대한약사회 회장이 참고인으로 출석해 창고형·매장형 약국에 대한 국회의 질의가 예고돼 있다.
윤병집 기자 sini20000kr@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