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달인' 버핏, 애플 팔고 도미노피자 매입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가 도미노피자와 수영장 장비업체 풀코퍼레이션 지분을 새로 매입했다. 버크셔는 최근 애플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를 대폭 줄이며 현금화해 시장의 관심을 끈 바 있다.

워런 버핏 버크셔 회장 /사진 제공=CNBC 동영상

15일(현지시간) 투자전문 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버크셔는 전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3분기 말 보유지분 공시(13F)를 통해 도미노피자 주식 130만주를 약 5억5000만달러에 매입했다고 밝혔다. 도미노피자 전체 주식의 약 3.6% 해당되는 규모다.

배런스는 버크셔가 3분기에 사들인 신규 주식 중 도미노피자가 유일하게 의미 있는 규모였다고 전했다.

아울러 버크셔는 풀코퍼레이션 지분 40만4000주를 1억5200만달러에 사들였다. 이 회사 전체 지분의 약 1%에 해당되는 수준이다.

도미노피자는 팬데믹 초기에 배달 및 포장 주문 폭증으로 수혜를 입었지만 많은 음식점들이 포장 서비스를 제공하고 팬데믹 이후 소비자들이 다시 외식에 나서면서 다시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도미노피자는 맥도날드와 같은 다른 패스트푸드 체인점과 마찬가지로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해 프로모션 확대에 나서고 있다.

풀코퍼레이션도 팬데믹 기간에 소비자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서 수영장 개조를 비롯한 편의시설 투자 증가로 강세를 보였으나 최근에는 고금리 장기화와 주택 수리 및 개조 수요 증가로 약세 전환했다. 다만 이 회사는 최근 기존 수영장에 대한 비필수 수리 및 유지보수 서비스 수요가 증가해 신규 수영장 건설에 대한 수요 부진을 일부 상쇄했다고 설명했다.

두 종목 모두 올해 뉴욕증시 랠리에서 소외됐다. 연초 대비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가 약 24% 오른 반면 도미노피자는 5%가량 올랐고 풀코퍼레이션 주가는 10%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식 시장이 점점 더 비싸보인다는 점이 가격에 민감한 투자자인 버핏이 이번 투자를 하도록 영향을 미친 요인 중 하나일 것“으로 진단했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S&P500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2.2배 수준으로 지난 10년 평균치인 18.4배를 상회한다.

이번 신규 투자에 대해 버크셔의 오랜 주주인 샤프인베스트먼트의 제리 베이크 애널리스트는 “저렴한 투자처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며 “버핏은 새로운 아이디어에 돈을 투자하기 이전에 가성비가 좋은 기회를 원한다”고 분석했다.

이번 투자 결정을 약 3000억달러 규모인 버크셔의 투자 포트폴리오 매니저 역할을 맡아온 토드 콤스나 테드 웨슬러가 내렸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지금까지 버크셔가 진행한 10억달러 미만의 신규 투자는 이 둘이 담당한 경우가 많았다. 반면 버핏은 주로 시가총액 1조달러 규모의 기업에 10억달러 이상의 지분을 매입해왔다.

한편 버크셔는 2분기에 매수한 울타뷰티 지분을 거의 모두 매각했다. 3분기에 95% 이상에 해당되는 66만6000주를 매각해 3분기 말 기준 2만4000주를 보유 중이었다. 울타뷰티는 버크셔가 사들인 사실이 알려지며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이 밖에도 버크셔는 3분기에 캐피털원파이낸셜, 차터커뮤니케이션, 누홀딩스의 지분을 축소했다.

반면 항공우주부품기업 하이코는 버크셔가 3분기에 유일하게 지분을 늘린 종목이었다. 버크셔는 하이코 5445주를 추가 매수해 2억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105만주를 보유하게 됐다.

버크셔는 올 초부터 3분기까지 총 1270억달러 규모의 주식을 매도했다. 버크셔는 3분기에 약 360억달러의 주식을 처분했는데 순매수한 주식은 15억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지난 분기에 4개 분기 연속 애플 지분 약 25%를 처분했다. BofA 주식 2억3500만주를 매각해 3분기 말 기준 보유 지분은 7억9800만주로 10% 미만으로 떨어졌다. 버크셔의 현금 보유액은 2분기 말 2769억달러에서 3분기 말 3252억달러로 증가했다.

배런스는 “최근 몇 년 동안 버크셔의 주식 매매 속도가 더 빨라지는 추세”라며 “일부 투자자들은 버크셔가 새로운 주식을 보유했다는 소식에 이를 따라 매입하는데 버크셔가 해당 지분을 빠르게 처분하면 이 전략이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있다”고 전했다.

최경미 기자